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어제는 '저 논리', 오늘은 '이 논리'
'공감대 형성' 구호는 어디로...
어제는 '저 논리', 오늘은 '이 논리'
'공감대 형성' 구호는 어디로...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12.31 14: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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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의정비 심의위원회의 '자가당착'

행정정책이나 공공의 일을 결정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여론'이다. 공중의 의견을 살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해군기지나 한라산케이블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주국제자유도시 등 제주사회에서 그동안 숱한 논쟁이 뒤따랐던 사안 대부분이 공중의 의견, 즉 도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했느냐의 문제였다. '여론'의 수렴에 있어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절차적 민주성과 도민 공감대 형성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고 좋은 결정을 했다고 하지만 절차적 민주성과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그 빛을 바래기 쉽상이다. 문제는 도민 공감대 형성이다. 도민들이 공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직접적으로 의견을 묻는 일이다.

이러한 일을 하고자 하는데 의견이 어떠냐고 묻는 일은 사회조사 방법론에 있어 기본이다. 사회조사방법론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 혹은 주민투표, 그리고 표본을 추출하여 실시하는 여론조사 등의 방법이 있다.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주민투표와 비교하며 신뢰성에 있어 한단계 낮은 수준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여론조사 역시 대체적인 공중의 의견을 과학적으로 파악해 결론을 유추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어쨌든 이러한 방법론적인 요소들은 도민 공감대 형성의 정도, 공중의 의견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31일 제주특별자치도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가 '여론조사'를 실시해 놓고도 이에 대해서는 뒤로 물리치고, 참여 위원들의 표결을 통해 '9% 인상'을 결정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의정비심의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데, 그중 첫번째는, 그럼 '여론조사'는 왜 했는가다. 위원회의 위원들이 도민들을 대신하는 '대표성'을 지녔다면 처음부터 그런 표결의 방법을 택할 일이지, 많은 돈을 들이면서 여론조사를 해놓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공적자금의 낭비'가 아닌가.

특히 이미 선행된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서울소재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했다는 조사질문요지를 보면 극히 편향적이다. 정말 이런 곳이 전문조사기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보더라도 객관성을 상실한, 마치 의정비 대폭 인상의 타당성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 일색으로 질문지를 작성해놓고, 객관적 공중의 의견을 듣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두번째 위원회의 잘못을 들자면, 위원회는 그렇게 얻은 결과 역시 '의도된 바'와는 달리 반대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번에는 아예 묵살해버리는 작전으로 나갔다는 점이다. 물론 위원회의 모든 위원이 그랬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결과에 따라 끝까지 '동결'을 주창한 위원이 2명이 있다고 한다. 표결에서는 누가 '동결'을 주창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회의에서는 고경표 제주대 교수와 김현철 제주경실련 대표 2명이 '인상반대'를 거듭 요구해 왔다.

위원회가 보여준 여론조사 결과의 '묵살'은 앞으로 도정 정책결정에 있어서도 안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 뻔하다. 앞으로 여론조사 결과와 대치되는 정책결정이 나타난다면 그 때는 무슨 이유로, 어떤 명분으로 그 지적을 할 수 있겠는가. 위원회에 참여했던 위원 중, 단체를 대표하여 참여했던 위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묵살한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단체를 대표하여 참여했으면서도 혹, '개인의 생각', 공중의 의견과는 무관한 개인의 생각을 어필하는데 치중하지는 않았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의정비 9% 인상 그 자체를 질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가 보여준 그릇된 행태에 대해 꼬집고자 하는 것이다. 의정비 인상이 타당하다면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도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의정비 인상이 있기 직전, 한 공무원노조에서는 인상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 단체의 입장일 뿐이다.

또한 의정비 인상을 반대하는 입장발표도 있었다. 그것 역시 그 단체의 입장일 뿐이다. 찬성이건 반대건, 도민들로부터 수긍을 받는 대안제시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좋은 문제제기를 했더라도 설득력이 부족하면 일개 개인의 지적으로 끝날 뿐이다.

문제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결정과정에서 보여준 '이해못할 절차적 문제'이다. 공적자금이 수반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필요없다면, 처음부터 결정방법을 정할 때부터 이 방법을 제외했어야 옳지 않은가.

이런 문제가 생길 때는 이런 논리로, 저런 문제가 생길 때는 저런 논리로, 제주사회의 '오피니언리더'를 자처하는 위원회의 위원들은 혹 그런 해괴한 논리로 우(愚)를 범한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도민의 의견인 '여론조사' 결과가 일개 개인의 '위원' 논리에 덮어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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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바다 2007-12-31 17:49:43
위원회 참여했던사람들 단체엔 발도 들여놓치 말라
줏대없고, 해군기지는 왜 반대하나?
명분을 스스로 갉아ㅓㄱ은 것을 누굴 탓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