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5:42 (목)
선거소음 "시끄러워 죽겠다니까요!"
선거소음 "시끄러워 죽겠다니까요!"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7.12.14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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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제주시청 앞 선거유세장 시민들 '속앓이'

"정말 시끄러워 죽겠다니까요! 학원 바로 앞에서 확성기 틀어서 영어리스닝 수업은 전혀 못합니다."

제주시청 앞 유세장 맞은 편에 위치한 글로벌어학원 관계자는 분통을 터뜨렸다. 학원에 방음장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유세차량의 소음이 너무 커 영어듣기 수업은 전혀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침 7시에 수업이 있는데 유세 차량들도 아침 7시 부터 '출근 표심'을 잡기 위해 확성기를 틀다 보니 아침일찍 수업에 나온 수강생들은 벌써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 소음피해 호소하는 '학원가'

학원 관계자는 "특히 요즘 대학이나 중고등학교가 시험기간인데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고 있어서 대통령 후보들이 그래도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해 줘야지 않냐"고 언성을 높이며 "연설까지는 좋은데 율동과 노래 소음은 수업을 도저히 진행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화를 삭히지 못했다.

이처럼 이번 제17대 대통령 선거와 제13대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선거가 겹침으로서 유세 경쟁에 따른 소음 피해를 보는 가장 큰 피해자는 학원생들이다. 시험공부 등 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하지만 그런 개인 권리까지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일 아침 유세 차량들이 큰 사거리에서 확성기를 틀어 놓고 유세를 벌여 그 주변 학원들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모 학원 관계자는 "유세차량 관련자에게 민원을 제기했지만 알았다고만 할 뿐 다 끝내고 간다"며 "어디다 민원을 제기해야 하고 어디에 말해야 해결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다.

제주시청 주변 상가도 마찬가지로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제주시청 선거유세장 맞은편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김수연씨는 "소음 때문에 빵을 먹는 손님들이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며 "소음 때문에 장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소음크기, 시위는 '철저히!', 유세는 '봐주기?'

그렇다면 선거 유세 차량의 확성기 소음크기에 대한 법적 제한은 있을까 알아봤지만 없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거리유세는 아침 7시부터 밤10시까지 유세 시간은 정해졌지만 선거유세 차량의 소음크기에 대한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로 '제12조의 3항(확성기 등 사용의 제한) ①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확성기ㆍ북ㆍ징ㆍ꽹과리 등 기계ㆍ기구(이하 이 조에서 '확성기 등'이라 한다)의 사용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소음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을 위반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으며, 2004년 9월 23일 시행령 개정안에 규정된 소음제한 기준은 주거지역과 학교의 경우에는 65데시벨(야간 60데시벨), 기타지역에서는 80데시벨(야간 70데시벨)로서, '피해자가 위치한 건물의 외벽에서 소음원 방향으로 1에서 3.5m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 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선거 유세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선거유세가 시위와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똑같은 소음으로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기준 이하의 규정은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교통혼잡, 시민 불편은 뒷전

제주시청 앞은 각 대선 후보자 및 교육감 후보자가 유세를 할 때면 교통이 마비되기 일쑤다. 제주경찰서에서 자치경찰대 20여명을 투입해 차선 하나를 막고, 제주시청 부근 길목도 막아 차량을 완전 통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주시청 민원실에는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인들도 적지 않다다. 특히 선거유세는 제주시청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퇴근시간에 하기 때문에 제주시청 일대에는 버스와 택시 그리고 개인 차량들로 뒤섞여 운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한 학원의 관계자는 "모 후보 연설 때는 길을 다 막아놔 학원생들과 학원교사들도 모두 수업에 늦어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며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금방 끝나겠지 '인내', 일부 상가 매출 상승도

제주시청 인근 학원이나 상가 등은 하소연을 할 수가 없어서 19일 선거일만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시청 앞 선거유세장 근처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는 장명숙 아주머니는 "제주시민들은 참 사람들이 좋은 거 같애. 시끄러워도 그냥 선거만 끝나면 이 소음도 끝나겠지하고 참고 사니까"라면서 "그래도 선거 유세를 하니까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뭐하나 사먹고 그러기도 한다"고 시끄럽지만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득도 있다고 했다.

또 제주시청 앞 홀리스커피 고경애 매니저는 "손님들이 늘었어요. 시끄럽다고는 하는 데 유세하니깐 사람들이 몰리고 매상도 올랐다"고 말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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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2007-12-14 12:28:43
오일장 앞 구서중 후문쪽에 살고 있습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시끄러워 집에 있지를 못합니다. 유리창을 닫아도 꼭 나이트클럽에 들러간 것 모양으로 쿵쿵 음악소리가 울려댑니다. 아무리 자기들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해도 듣기 싫은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확성기를 틀어도 됩니까? 데시벨 기준 빨리 정해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