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성담 보수, 전문 사진가들의 사진전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돌을 다루는 전문가인 ‘돌챙이’. 유독 문수동이라는 작은 마을엔 돌챙이가 많다. 문수동은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에 있는 작은 마을로, 30여 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마을에 돌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가득하다. 이유는 뭘까?
문수동에서 나고 자라고 그 마을에서 돌빛나예술학교를 이끌고 있는 조환진씨. 그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곳이죠. 농한기 때는 마을 남자들은 돌을 다루는 일을 하러 나서요. 밭담이나 산담, 감귤 과수원이 늘면서 돌창고를 짓는 일에도 문수동 남자들이 필요했어요.”
돌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단단한 돌을 깨고, 무거운 돌을 쌓는 일은 힘들면서 정교함도 요구된다. 문수동에 가득 찼던 돌챙이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하나둘 사라져갔다. 세월의 변화를 막을 수 없었다. 그걸 기억하고, 돌 문화를 유지하겠다며 문수동 사람들이 나섰다. 지난 12일과 13일 이틀간 문수동 일대에서 열린 ‘2024 돌 자파리 축제’다.
‘자파리’라는 축제 이름이 말하듯, 돌을 친근하게 다루는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자리였다. 돌을 쌓는 일, 돌과 관련된 이야기를 찍은 이들의 사진전 등이 이틀을 가득 채웠다.
돌은 다루는 일은 어른들의 몫으로 보이지만, 어린이들도 즐기는 공간을 만들었다. 참여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일까. 중학생인 양연재 군은 이렇게 말한다.
“돌담을 쌓아 보니 재밌어요. 쉽게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니잖아요. 돌담은 무척 예쁜데, 도심에서 돌담을 볼 기회도 많지 않아요. 돌담을 제주돌로 많이 쌓도록 하면 좋겠어요. 돌 자파리 축제는 계속 참가할래요.”
돌을 쌓는 작업에 다섯 살 이지유 어린이도 보인다. 최연소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임에도 돌을 만지느라 바쁘다. 이지유 어린이는 돌을 만지는 일이 좋단다. 돌을 겹겹이 올려 쌓을 때가 재밌는가 보다.
문수동 일대의 돌담에 사진도 걸렸다. 사진을 다루는 전문가들의 솜씨가 보인다. 아일랜드와 일본 작가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제주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돌챙이로 살아가는 조환진씨도 사진을 내놓았다.
‘문수동 4.3성담’도 축제 장소에 포함돼 있다. 해안가로 내려갔다가 올라온 문수동 사람들은 1949년 성담을 쌓아서 문수동을 둘렀다. 집의 축담과 울담, 밭담 등에 쓰인 돌담으로 만든 성담이다. 올해 축제 때 4.3성담을 보수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2024 돌 자파리 축제는 작은 마을에서 열린 행사이지만, 유럽의 석공들도 함께하며 자리를 지켰다. 제주돌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임을 증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