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0-06 14:48 (일)
인간이 만든 죽음의 제주바다 ... 숨막혀 죽어간 바다거북
인간이 만든 죽음의 제주바다 ... 숨막혀 죽어간 바다거북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9.11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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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그물에 얽혀 죽은 바다거북 두 마리 발견
어구 및 해양쓰레기로 죽는 바다거북 계속 나타나
다른 해양생물 역시 폐어구 등의 영향으로 생존위기
11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앞바다에서 발견된 두 마리의 바다거북 사체. 버려진 그물 등에 엉켜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11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앞바다에서 발견된 두 마리의 바다거북 사체. 버려진 그물 등에 엉켜 있다. /사진=디프다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아직은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11일의 제주,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드문드문 파란 하늘도 모습을 보이는 날이었다. 이 하늘 아래 제주의 해안으론 많은 쓰레기들이 밀려와 있었다. 

이른 오전이었다. 비가 많이 내렸다면 일정을 변경했겠지만, 하늘은 비를 많이 쏟아낼 것 같지 않았다. 제주에서 지속적으로 해양정화활동에 나서고 있는 단체인 '디프다제주'의 인원들은 기상상황을 체크하며, 더위를 뚫고 이 쓰레기들을 줍기 위해 애월읍 애월리 해변으로 나갔다. 

모인 인원들이 허리를 굽혀 쓰레기를 하나씩 주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눈 앞에 그물과 밧줄, 부표 등이 뒤엉켜 있는 버려진 폐어구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이를 줍기 위에 폐어구에 좀더 다가갔다. 그렇게 폐어구에 다가셨을 때, 다른 것이 보였다. 

쓰레기가 아닌 무엇, 한 때 분명 드넓은 바다를 헤엄쳤을 생명, 바다거북이었다. 두 마리의 바다거북이 한 그물에 뒤엉켜있었다. 언듯 봐도 죽은 지 오래된 상태로 보였다. 

"한 마리는 매부리바다거북이네요. 멸종위기종이에요."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바다거북의 사인은 짐작이 됐다. 그물에 엉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로 질식사 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마리가 바다에서 같은 그물에 걸려 숨도 쉬지 못하다 결국은 죽고, 해류와 파도에 밀려 제주의 해안까지 떠밀려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바다는 바다거북에게 이처럼 고통의 장소, 죽음의 장소가 돼가고 있다. 

올해 초엔 모슬포 앞바다에서 폐그물에 걸려 있던 어린 푸른바다거북이 구조된 바 있다. 그런데 폐그물에서 구조해낸 이 바다거북의 몸에는 폐그물과는 다른 또다른 위험이 관통해 있었다. 바다거북의 항문으로 낚싯줄이 나와 있던 것이다. 바다거북이 낚싯바늘과 낚싯줄을 삼겼고, 이 중 일부가 항문을 통해 나온 것으로 판단됐다. 

지난 2월4일 서귀포시 모슬포 앞바다 수중에서 구조된 어린 푸른바다거북. 항문에서 낚싯줄이 나와 있는 상태로,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을 삼킨 후 이 중 일부가 항문을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해양다큐멘터리 이정준 감독.
지난 2월4일 서귀포시 모슬포 앞바다 수중에서 구조된 어린 푸른바다거북. 항문에서 낚싯줄이 나와 있는 상태로,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을 삼킨 후 이 중 일부가 항문을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해양다큐멘터리 이정준 감독.

이 바다거북은 제주아쿠아플라넷 해양생물메디컬센터로 이송됐고,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난 6월18일에는 서귀포시 서귀동 정방폭포 인근 해안에서 폐그물에 걸린 상태로 죽어 있는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폐어구에 걸려 숨을 쉬지 못해 죽던가, 폐어구 및 해양쓰레기를 먹고 장이 파열되 죽는 경우가 다반사인 상황이다. 

제주에서 해양생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제주대 김병엽 교수는 "아무런 흔적없이 죽은 상태로 발견되는 바다거북 개체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 중에는 어민들이 처놓은 그물 등에 혼획됐다가 죽은 상태로 버려지는 사례들이 있다. 혼획이 이뤄지면 그물에 걸려서 결국 질식사하게 되는데, 해부를 해보면 폐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질식사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외에 해수면에 떠다니는 어구나 바닷속에 가라앉은 어구에 걸려 죽는 경우도 많다. 특히 바다거북이 바닷속에서 해조류 등을 뜯어먹는 과정에서 바다에 버려저 가라앉은 낚싯바늘 등을 같이 먹게 되는데, 이로 인해 죽는 사례들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또한 "바다거북은 사물의 구분을 잘 하지 못한다"며 "바닷속에서 움직이는게 있으면 생물로 인식해 섭취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해양쓰레기 등을 먹어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대로 폐어구 및 해양쓰레기를 먹고 죽은 바다거북은 지난 3년간 제주해안에서 죽은 상태로 발견된 바다거북 116마리의 23%인 27마리에 달한다. 

김 교수는 그 외 나머지 대부분의 바다거북도 자연사 보다는 어구에 걸려 질식사했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폐어구 및 해양쓰레기 등의 영향으로 숨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통을 받는 것은 바다거북만이 아니다.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부터 상괭이를 비롯한 바다포유류와 바다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갈매기 및 가마우지와 같은 바다새 역시 버려진 어구 등에 의해 상당한 피해를 받고, 심할 경우 목숨을 잃고 있다. 

많은 생물에게 '삶의 터전'이 아닌 고통과 죽음의 장소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면 바다가 '생명의 보고'로 불렸던 것도 옛말이 될지 모른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바다에서의 보이지 않는 죽음은 지속되고, 이는 결국 이 상황을 초래한 사람들에게 부매랑이 되어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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