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결정권자 발언, 민주주의의 척도 ... 품격 있어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자리에서 도의원을 향해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식의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이 강한 비판의 말을 내놨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4일 제43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도정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전날 오영훈 지사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보였다.
오영훈 지사는 전날인 3일 도정질문 자리에서 김황국 의원(국민의힘, 용담1·2동)을 향해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식의 막말을 한 바 있다.
오영훈 지사와 김황국 의원은 먼저 오영훈 지사가 지난 5월27일 중국법인인 '백통신원'이 개발한 리조트인 '기린 빌라 리조트'를 방문해 리조트 객실 등에서 리조트 관계자들과 식사자리를 가진 것과 관련해 설전을 벌였다.
각종 세제 혜택 등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논란이 일었던 리조트를 지사가 방문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환대를 받고, 객실에서 이른바 '밀실 식사'까지 이뤄진 것에 대해 김황국 의원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오영훈 지사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오영훈 지사는 이 이후 이어진 제2공항과 관련된 질의에서 결국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도정질문 자리에서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황국 의원이 '오영훈 지사가 제2공항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이 없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놓자, 오영훈 지사는 "저는 일관되게 제2공항과 관련해 여러 차례 입장을 이야기해 왔다"며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예정돼 있는 제2공항 예정부지에 대해 환경오염 등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쟁점 사항이 해소되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환경적인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면서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를 받을 수 없게 되면 하지 못한다고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이에 "정책 방향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하면 '못한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는가"라며 "현재는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니라고 하면 정부가 어떻게 판단을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이에 "고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석하지도 못하면 그건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순간 "지금 뭐라고 하셨는가"라고 되묻자 오 지사는 즉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드리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 발언 이후 도민사회에선 '도정질문' 자리에서 의원을 향해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아울러 이상봉 의장 역시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민의의 전당에서 의회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에 있어서 도지사의 지난 발언은 도민과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를 폄훼하는 실망스러운 발언"이라며 "제주도의회 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발언과 태도는 제주의 민주주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라며 "도민들에게 품격 있는 정치를 보여드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