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길고양이 중성화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단순히 길고양이의 중성화 사항만이 아니라 이외에 급식소 설치를 비롯한 다양한 관리 방안에 대한 근거 마련 역시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주도의회는 20일 오후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제주도 동물보호 및 복지조례 전부개정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제주도 동물보호 및 복지조례 전부개정안'은 길고양이 중성화 및 관리 기준을 마련함은 물론 도지사가 지정하는 맹견에 대한 기준 마련, 제주도가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공설 동물장묘시설의 설치 근거 마련, 동물복지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사항은 '중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당 개정안의 13조에는 도지사로 하여금 제주도내 길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를 시행할 수 있다는 근거를 담았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 중성화 이외에 길고양이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 부분이 문제시 됐다.
이혜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며 길고양이 중성화에 대한 내용 이외에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및 설치에 관한 사항을 조례에 명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길고양이게 주기적으로 먹이 및 물을 제공하는 경우 길고양이의 생존율과 복지 상태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쓰레기봉투 훼손 등도 막을 수 있다"며 "아울러 급식소 운영은 길고양이 중성화 제도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란영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는 이번 조례안에 길고양이와 관련해 중성화 내용만 담긴 것을 두고 "동물을 단순히 민원 해결의 대상으로 보는 정책의 한계"라며 "길고양이는 민원 대상이 아닌 보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 이혜윤 변호사와 김란영 대표는 유기동물 등에 대한 관리 개선 및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행정의 소통창구 강화 등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주를 이룬 것은 길고양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개정조례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공설 동물장묘시설의 설치 근거 마련이나 맹견 기준 마련, 동물복지위원회 등과 관련해선 별다른 의견 없이 마무리됐다.
특히 이 중 동물장묘시설 설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염원 중 하나였다.
제주도는 현재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 부지에 90억원을 투입해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사업은 모두 세 단계로 나뉘게 되는데, 1단계는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러 동물의 보호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동물보호센터를 보완해줄 제2동물보호센터의 건립, 2단계는 봉안당 300~500기 규모를 갖추게 될 공설동물장묘시설의 조성, 3단계는 반려동물놀이터 구축 등이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이들은 특히 공설동물장묘시설에 환영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금까지 제주에는 동물장묘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반려동물의 사체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했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땅에 매립하는 행위는 불법이었다.
제주도는 이에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의 구축과 함께 공설장묘시설 설치에 나서게 됐고,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 장묘시설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게 됐다.
다만 토론회가 '길고양이' 위주로 흐르면서 동물장묘시설과 관련된 내용은 물론 맹견 지정과 동물복지위원회 설치 및 운영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다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