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0-13 14:40 (일)
추사유배지를 통해 제주초가를 보다
추사유배지를 통해 제주초가를 보다
  • 배소은 청소년기자
  • 승인 2024.08.19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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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NLCS Jeju Y8 배소은 기자

2023년 11월 4일 제주 추사관에서 진행된 ‘추사와 벗들’ 행사에 참가하여 추사 유배지를 방문했던 저는 우연히 추사 유배지에서 유홍준 교수님의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안거리에 앉아있었는데, 그때 풍경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과 저 멀리 보이던 정겨운 돌담, 그리고 마치 절 지켜주듯 감싸는 집 세 채가 말이죠. 안거리에 앉았을 때 위로 보이던 풍채, 맞은편에 보이던 밖거리의 완만한 경사의 지붕도요.

제주의 초가는 육지 초가와는 달리 낮고 어두워요. 왜 그런지 아시나요?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강수량과 풍량을 자랑합니다. 돌과 여자, 바람이 많은 곳이라 ‘삼다도’라고 불릴 정도지요. 우리나라 연평균 풍속은 대략 초당 2.0m입니다. 하지만 제주의 연평균 풍속은 3.9m로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저도 제주에 몇 년 살다 보니 확실히 제주의 특이한 날씨를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제주 바다 주변의 수많은 풍차들, 장마철만 되면 쏟아져 내리는 비, 거센 바람. 이런 비와 바람과 살아가기 위해 제주도민들은 차별화된 초가를 짓게 되었습니다.
 

# 제주초가 구성

먼저 제주 초가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제주의 초가의 살림집, 외부공간, 내부구성에 대해 알아봅시다.

살림집은 마당을 중심으로 안거리, 밖거리, 그리고 모커리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밖거리는 일반 초가의 바깥채이고 안거리는 안채라고 부를 수 있는데, 주로 바깥채에는 출가한 자손이, 안거리에는 부모 세대가 거주하였습니다. 같은 집안에 있지만 두 세대는 독립된 생활을 하였습니다. 정지(부엌)가 따로 있었고 각각의 세대는 취사뿐만 아니라 식사도 별도로 하였으며 농사도 별도로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거리에 거주하는 부모 세대가 더 나이 들게 되면 밖거리에서 생활하는 자식과 거주지를 바꾸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루었다고 하네요.

추사 유배지 '안거리'. 안거리의 왼쪽이 정지.
추사 유배지 '안거리'. 안거리의 왼쪽이 정지.
추사 유배지 '밖거리'. 사진 오른쪽은 밖거리의 정지.
추사 유배지 '밖거리'. 사진 오른쪽은 밖거리의 정지.
추사 유배지 '모커리'.
추사 유배지 '모커리'.

모커리는 안거리와 밖거리에 대하여 모로 배치된 건물입니다. 주로 살림집보다는 쇠막이나 헛간 등의 용도로 쓰였다고 합니다. 추사 유배지에서는 추사 김정희 선생님이 머물며 생활하였던 공간이었습니다.

추사 유배지는 안거리, 밖거리, 모커리로 이루어진 세거리 집 형태로 되어있으며 ㄷ자형 배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거리와 밖거리는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되었습니다.

추사 유배지 안거리, 밖거리, 모커리.
추사 유배지 안거리, 밖거리, 모커리.

초가의 외부공간은 크게 올레, 마당, 그리고 안뒤 공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올레는 집안으로 진입하는 길을 뜻하며 올레의 구부러진 형태는 바람의 세기를 줄이는 환경적 이유, 외부의 불길함을 막는다는 신앙적 해석, 그리고 사생활 보호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추사 유배지는 초가집이 여러 채가 있는 마을 형태로 복원된 것이 아니었기에 이런 올레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는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제가 추사유배지를 방문했을 때 짧게 올레길을 걸었었는데 그때 보았던 제주의 파란 하늘, 오밀조밀 모여있던 돌담들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추사 유배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긴 올레길을 따라 걸어보며 제주가 지닌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구불구불 구부러진 곡선의 올레가 복원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추사 유배지 '올레'.
추사 유배지 '올레'.

마당은 일상적인 공간이자 결혼식 등이 이루어지는 행사공간이기도 하였습니다. 한집에 살면서도 안거리와 밖거리의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적당한 거리를 마당이 제공해 준 셈입니다. 제가 유홍준 교수님의 해설을 들을 때 특히나 마당에 눈길이 갔었는데요. 널찍하고 안정적인 마당에서 햇살을 받으며 누워서 주변 풍경을 보면 얼마나 아늑할까, 생각이 들었던것 같습니다.

제주 초가는 바람의 영향으로 옴팡진 곳에 지어졌고 마당은 자연스레 더 낮은 지대가 되어 비가 오면 물이 마당으로 모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화산섬인 제주는 현무암과 화산흙으로 되어있기에 물빠짐이 좋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하네요.

추사 유배지 '마당'.
추사 유배지 '마당'.

초가집의 안뒤공간으로는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우영, 소의 먹이인 꼴을 저장해 두는 눌왓(눌굽), 대문의 역할을 한 정낭, 그리고 돼지우리와 화장실을 겸한 통시가 있습니다.

눌왓은 낟가리를 쌓기 위해 마당 한쪽에 축조한 터를 이야기하며 탈곡하기 전의 농작물을 단으로 묶어 쌓아 두거나 탈곡하고 난 짚을 낟가리로 씌워 쌓아 놓은 것을 ‘눌’이라고 합니다. 눌왓은 침수를 피하기 위해 마당의 지면보다 대략 40~50cm 높게 돌로 단을 놓고 평평하게 만든 뒤에 올렸습니다. 추사 유배지에도 두 개의 눌이 있습니다.

추사 유배지 '눌왓'.
추사 유배지 '눌왓'.
추사 유배지 '정낭'.
추사 유배지 '정낭'.

올레를 통하여 집 울타리에 이르면 대문이 걸릴 자리에 기다란 나무 막대 서너 개가 가로로 걸쳐져 있습니다. 나무를 걸치기 좋게 양쪽에는 나무나 돌로 기둥처럼 만들어 세우고 구멍을 내었습니다. 걸치는 나무를 정낭이라고 하며, 정낭을 걸치게 세운 기둥을 정주목(돌일 경우 정주석)이라고 합니다. 정낭을 걸쳐서 소나 말의 출입을 막고 집주인의 외출을 이웃에게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 제주초가 내부

제주 초가의 내부를 살펴볼까요?

초가의 내부는 일반적으로 세 칸으로 나눠져 있는데 가운데 칸을 앞뒤가 트인 상방을 만들고, 좌우측의 한 칸은 정지 공간을, 그리고 다른 한 칸은 큰구들과 고팡 공간을 만드는 게 기본적인 구성방식이었습니다.

상방은 거주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현대식 집의 거실이라고 볼 수 있고, 정지공간은 부엌과 같습니다.

큰구들은 안방이며 큰구들의 난방을 위한 굴묵이 따라붙게 되어있습니다. 고팡은 곡물 등 갖가지 식품들을 보관하는 곳으로 반드시 큰구들 뒤에 배치되어있습니다.

제주 초가 안거리 평면도(네칸 집)
제주 초가 안거리 평면도(네칸 집)
추사 유배지 '안거리 상방'(사진 왼쪽)과 '밖거리 상방'.
추사 유배지 '안거리 상방'(사진 왼쪽)과 '밖거리 상방'.

제주 초가가 육지초가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취사와 난방시설이 분리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부엌에 해당하는 정지에서는 독립된 돌 위에 밥짓는 솥을 걸쳐 굴뚝 없이 바로 불을 지펴 밥을 짓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밥상을 차리고 식사를 하는 공간인 챗방을 정지와 상방 사이에 배치하였습니다. 챗방은 정지와 바로 연결되어있었으므로 굳이 안방까지 상을 옮기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굴묵은 난방을 위한 시설로 육지의 아궁이 역할을 하였으며 말과 소가 많았던 제주의 특성상 주로 말똥과 소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였습니다.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인 고팡은 반드시 큰구들 옆에 두는데 고팡을 관리하는 사람이 집안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추사 유배지 '밖거리 정지'(사진 왼쪽)와 '안거리 굴묵'.
추사 유배지 '밖거리 정지'(사진 왼쪽)와 '안거리 굴묵'.

 

# 제주초가 건축과정

그렇다면, 제주의 초가는 어떻게 지어졌을까요?
제주초가 건축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기둥이 세워질 위치를 약간 판뒤 그 자리에 주춧돌을 놓습니다.
두 번째로, 잘 건조시킨 두리목을 다듬어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웁니다.
세 번째로, 지붕 서까래를 만듭니다.
네 번째로,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외벽과 내벽을 만듭니다.
다섯 번째로, 구들에 돌을 쌓습니다.
여섯 번째로, 지붕을 올리기 전에 서까래 위에 전체적으로 대발을 깝니다.
일곱 번째로, 마루널을 깝니다.
여덟 번째로, 문과 창호를 만듭니다
아홉 번째로, 새나 볏짚을 엮어 만든 이엉을 지붕에 올리고, 짚줄로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열 번째로, 창문에 대나무로 창살을 만듭니다.
열한 번째로, 화덕, 부석, 정낭(나무기둥)을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연석을 쌓아 돌담을 만듭니다.
 

# 제주초가에서 배울 점

제주 초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제주 초가는 독립된 구조로,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는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 초가는 안거리와 밖거리로 부모와 자식 세대를 분리해놓았습니다. 또한 정지와 챗방을 구분해 놓았다는 점, 취사공간(정지)과 난방공간(굴묵)을 따로 두었다는 점에서 독립된 생활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 초가에는 자연환경을 이용하고 극복하는 지혜가 나타나 있습니다.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 높은 돌담을 만들었고 기단이 육지보다 15~20cm 낮게 조성되어 있기에 상대적으로 초가는 낮고 돌담은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육지 초가보다 제주 초가가 더 낮고 어둡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높은 돌담은 강한 바람은 차단하면서도 산들바람은 통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큰 바람은 막고 작은 바람을 통과하게 하여 제주 사람들이 집 안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초가의 지붕도 제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새(띠풀의 제주방언)를 이용하여 다른 지역의 기와 양식인 용마루와 다르게 지붕선이 완만한 곡선 형태를 이룹니다. 새를 엮기보단 쌓아 덮은 뒤 그 위로 띠로 꼬은 3cm 내외의 줄로 얽어매 지붕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제주 초가지붕 재료인 '새'.
제주 초가지붕 재료인 '새'.
추사 유배지에서 촬영한 풍채. 비바람을 막고 햇살의 실내 유입을 조절한다.
추사 유배지에서 촬영한 풍채. 비바람을 막고 햇살의 실내 유입을 조절한다.
띠로 지붕을 촘촘하게 고정해 놓은 모습. 추사 유배지에 있는 초가로, 완만한 곡선 형태의 지붕을 보여준다.
띠로 지붕을 촘촘하게 고정해 놓은 모습. 추사 유배지에 있는 초가로, 완만한 곡선 형태의 지붕을 보여준다.

제주 초가의 이런 구조로 인하여 돌담과 지붕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거센 바람의 영향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또한 육지의 초가는 대부분 일자 형태의 구조를 갖추고 있나 제주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특이한 ‘겹집’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안거리와 밖거리를 마주 보게 배치한 까닭도 바람의 영향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초가가 바람을 등지는 방향으로 지어진 점, 또한 기둥과 기둥 사이를 흙으로만 채우지 않고 외벽을 돌로 다시 이어 붙인 ‘덧벽’ 구조를 이용한 점 등이 제주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초가를 더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추사 유배지에 있는 초가의 덧벽.
추사 유배지에 있는 초가의 덧벽.

낮고 어두운 제주 초가에서 제주 사람들은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모양의 돌담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올레, 오름을 닮은 둥글고 아담한 초가 지붕.....
제주 초가가 앞으로도 보존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깨닫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제주 초가를 담은 펜션: 아몽가 돌집

- 제주 전통가옥 형태의 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제주 전통 가옥이라고 한다면 단연 소담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돌집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제주 돌집을 선택한 이유는 정말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졌습니다.

영락리(永樂里)라는 재미난 명칭의 제주 시골 마을에 이사를 온 후, 마을회관에 인사를 드리러 간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빈집이 된 돌집의 주인분을 마주했고, 마을 이장님의 적극적인 권유 하에 어쩌다 보니 그 돌집으로 숙소를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50년도 더 된 제주 돌집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보존하면서 근사한 숙소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돌집의 핵심은 천장의 예스러운 멋이 두드러진 서까래와 우둘투둘한 제주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돌벽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서까래가 오랜 시간 아궁이 불에 의해 검게 그을리고, 돌벽은 보수를 위해 시멘트로 반듯하게 발라져서 가려졌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그 모두를 온전한 모습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2달 내내 때를 빼고 광을 내는 작업을 단행했습니다. 직접 리모델링을 진행했기에 위험한 공구를 사용하다가 크게 다칠 뻔한 경험도 많았었지요.

그래도 그 힘든 과정을 모두 거친 덕분에 지금의 고풍스러운 돌집 숙소가 탄생한 것이니 나름대로 뿌듯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 제주 돌집의 특징과 매력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계신가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사진이나 동영상을 곁들인 SNS 홍보입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과 같은 매체를 통해 제주 돌집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행이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동반되어야 하기에 그런 점에서 제주도의 독특한 건축 양식인 돌집의 멋스러운 인테리어가 잘 보전된 것만으로 고객분들께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 제주 돌집을 선택한 고객들의 반응이 어떠한가요?
저희 제주 돌집을 선택한 고객들은 처음에는 다양한 공간에 놀라고, 숙소 내부의 아름다움에 감탄합니다. 특히 가족단위로 여행하는 고객들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과 분리된 건물(안거리, 밖거리, 모거리 형태)들에 놀라며 즐거워합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제주 속 건축 = Architectural guide, Jeju
-제주체 : 건축의 섬, 제주를 가다
-나는 제주 건축가다 : 제주 현상과 제주 건축의 미래
-빛나는제주TV-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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