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소할 절호의 기회 날려" ... "농민 삶의 터전 파괴"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정부를 향해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촉구한 것을 두고 도내에서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12일 오전 제주도청 본관 4층 탐라홀에서 8월 정책 공유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를 향해 “더 이상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미뤄지지 않도록 대한민국 정부는 빠른 결단과 고시 절차를 이행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오 지사는 이 자리에서 제2공항과 관련해 "민선 8기 도지사 취임 이후 갈등 최소화와 도민 이익 우선이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며 4월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 6월 정무수석 면담에 이어 7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등 기본계획 고시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촉구해왔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제2공항을 둘러싼 환경 문제와 갈등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와 관련된 권한이 제주도에 있기 때문에, 도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여러 우려를 해소하고 정책 결정과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지사가 이처럼 정부를 향해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촉구하자 이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3일 오전 성명을 통해 기본계획 고시를 촉구한 오영훈 지사를 향해 "오 지사의 공약은 제2공항 문제를 도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도민결정권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도민결정권 실현을 위한 어떤 방안도 없이 국토교통부의 처분에 맡겨버림으로써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절호의 기회를 저버렸다. 그에 따라 갈등이 한없이 장기화되고 첨예해지는 데 대한 책임은 오롯이 오 지사가 저야 할 것"이라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이들은 또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이에 따르는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하는 과정에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 해소 운운하며 기본계획 고시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모순"이라고 덧붙기도 했다.
전농제주도연맹도 13일 성명을 내고 오 지사의 발언을 규탄했다.
전농제주도연맹은 "제2공항 건설은 농촌공동체 파괴이며 농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오영훈 지사가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이루어지는게 제주도민간 갈등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인가"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어 "과반이 넘는 제주도민이 반대를 하고 있고, 제2공항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주민들은 생존권 마저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으며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들이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영훈 지사는 외면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제주 제2공항 부지는 우리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라며 "우리는 그 삶의 터전을 단 한평도 내 줄 수 없다. 만약에 우리의 삶의 터전이 파헤쳐 진다면 우리의 트렉터와 농기계의 행진은 도청을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주녹색당 역시 13일 오 지사의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통해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법적으로 제2공항 건설이 공식화되고 이를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며 "오 지사가 이를 모를 리 없지만 마치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제주도의 시간'을 통해서 제2공항을 둘러싼 많은 갈등과 환경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당은 그러면서 "오 지사는 교묘한 말장난으로 제2공항 찬성과 반대 측을 농락하지 말고 제2공항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오 지사는 정부에 제2공항 기본계획고시를 조속히 결단할 것을 촉구할 것이 아니라 본인부터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외에도 "사업 규모는 줄었지만 사업비는 처음 발표보다 2조원 가까이 늘어난 제2공항 사업은 사업 타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제주의 생태와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녹색당은 그러면서 "인구와 관광객 감소, 성산 지역 외지인들의 부동산 투기 열풍, 폭염이 보여주는 기후위기 가속화, 제2공항 부지 내 숨골과 초지 개발로 인한 지하수 함양 문제 및 법정 보호종 서식처 파괴, 철새 도래지로 인한 항공 안전 문제, 군사공항으로 사용 가능성 등 제2공항이 가져올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