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소장
- 제주특별자치도육상경기연맹 부회장
- 제주도청 배드민턴동호회 회장
- 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
- 수상 : 농림식품부장관상, 농촌진흥청장상 등 다수
[걸어서 대한민국 한바퀴] <15>
부제 : 첫 번째 여정 해파랑길 770km
제41코스
[죽도정 ~ 인구해변 ~ 광진해변 ~ 남애해변 ~ 남애항 ~ 원포해변 ~ 지경리해변 ~ 향호 ~ 주문진]
2023년 3월 2일. 어제는 텐트 주변에 모여든 길양이들이 음식 찌꺼기 냄새를 맞고 밤새 양양대는 바람에 다소 귀찮았지만 내가 누군가? 어떤 악조건에서도 잠 하나만큼은 잘 자는 나 아닌가?
일출과 함께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텐트를 정리한 후 7시경에 출발했다.
41코스의 역주행 코스는 바닷길로만 걷는다. 총거리 12.2㎞로 약 4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길은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함께 남애항의 빨간색 등대와 지경리 해변, 하천과 바닷물이 만나는 석호를 지나 주문진까지 이어진다.
전날 해송천의 해송교를 지나온 터라 잘 포장된 길을 따라 걷다가 언덕길을 올라 왼쪽으로 돌아서면 휴휴암에 도착한다. 휴휴암 초입에 불이문(不二門)이 나타난다. 불이문은 ‘진리는 하나’라는 뜻으로 다른 사찰의 해탈문과 비슷한 성격이라 한다. 휴휴암은 동해시 양양 현남면에 있는 언덕 위 전망 좋은 자리에 위치한 암자이다. 특이하게 책을 들고 계신다는 지혜관음보살상이 바다를 등지고 있는 있는 아름다운 암자다. 일출을 보기에 좋은 명당자리로 지혜관음보살상 앞에는 동해 용왕상과 남순동자상을 양쪽에 거느리고 있는데 그 주위에 나한상이 호위하듯 서있고, 복을 준다는 큰 두꺼비상도 앉아 있다. 지혜관음보살상에서 바다 쪽으로 바라보면 평평하게 넓은 바위 위에 연화법당이 풍치를 더해준다.
법당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계속 올라 휴휴암을 지나치면 작은 숲길로 이어지고 숲길을 내려오면 휴휴암 가기 전에 헤어졌던 자전거길을 다시 만난다.
길은 바다로 이어지고 아치형 다리와 노란색 등대가 눈길을 끄는 포구를 지난다. 계속해서 잘 만들진 데크길을 따라 동해대로 7번 국도길과 다시 조우한다. 이 길은 송림사이로 난 갯마을 길을 따라 발길을 유도하고 서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갯마을 해수욕장이 동해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해수욕장 입구를 지나면 바다와 가장 가까운 남애초등학교를 만나고, 남애3리 해변 입구를 지나면 백사장이 무려 1.3㎞에 달하고 폭이 100m나 되는 남애3리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남애리는 이곳 3리 해수욕장과 1리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외 특색있는 방파제와 등대가 유명할 뿐만 아니라 남애항은 1971년 12월 21일에 국가 어항으로 지정될 정도로 양양군에서 가장 큰 항구라 한다. 특히 북방파제 등대는 양양의 특산물인 송이를 형상화한 등대가 눈길을 끈다.
이어서 원포마을과 해수욕장을 지난다. 이곳은 동해안으로 난 고속도로와 가장 가까이 만나는 마을이다. 화상1교를 지나 화상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경계로 철책선과 긴 리조트 공사현장을 지나는 동해대로를 따라 걷는다. 화상해안길은 양양과 강릉의 경계 마을인 지경리 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동해대로를 가로질러 이제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 호수가 된 향호를 향해 참샘길을 걷게 된다. 향호는 주문진 향호리에 있는 석호로 사주(砂洲)가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분리된 호소(湖沼)다. 지하로 해수가 섞여 들어와 염분 농도가 높아 감수호보다 플랑크톤이 풍부하고 부영양인 석호(潟湖)다. 석호는 수천 년 전 해수의 흐름과 지형적인 영향에 따른 복합적인 결과의 산물이다. 호수 면적은 0.32㎦, 둘레 2.5㎞, 유연 면적 7.94㎦로 장자와 파고라 휴게광장 등이 잘 갖춰져 있다. 길 양쪽에는 벚나무를 심어놓아 3월 말이나 4월초에 벚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한다. 향호를 나오면 길은 향호3교각 밑으로 안내해 다시 동해대로와 합류하고, 바로 주문진해수욕장으로 연결된다. 도착시간은 10시 20분경, 인증샷.
제40코스
[주문진해변 ~ 소돌항 ~ 주문진수산시장 ~ 주문진버스터미널 ~ 명진항 ~ 연국해변 ~ 사천리해변]
2023년 3월 2일. 지도를 검색해보니 약 3㎞ 전방에 주문진항이 있어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길을 재촉했다.
40코스는 백사장이 아름다운 주문진 해변을 출발하여 소돌항의 바위공원, 동해안 최대 활어시장인 주문진 수산시장과 함께 주문진 등대를 감상할 수 있는 12.4㎞의 비교적 짧은 거리로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될 전망이다.
주문진해수욕장을 10시 30분경 출발해 계속해서 역주행 코스로 걸어간다.
주문진해수욕장은 백사장길이만 700m, 면적은 9,608㎡로 주문진에서 북쪽으로 약 1.5㎞ 떨어져 있는 곳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을 뿐만 아니라 물이 맑아 가족단위 피서지로 적합하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앨범자켓 – You Never walk alone을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핫플레이스다.
해수욕장을 벗어나면 활모양으로 휘어진 방파제길을 따라 소돌해안 일주 산책로로 안내한다. 이곳은 바다전망대와 아들바위를 비롯해 각양각색의 기암괴석들이 저마다 모양을 뽐내고 있다. 소돌해변은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 하여 소돌(牛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한다.
길은 주문진 등대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가야 하지만 오르막길이 갑자기 싫어져 해안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왜냐하면 이 길은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도 이어지는 길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하는 길이 많아 요령이 붙은 것 같다.
동해안 최대의 항구인 주문진항이다. 주문진항은 명성에 걸맞게 어시장도 크게 형성되어 있고 시장입구에 있는 고래 조형물과 주문진항을 상징하는 오징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배도 고프고 길도 잠시 쉴 겸 시장 안에 백반집을 들렀다. 점심을 먹고 나서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동정심인지 일반적인 서비스인지 누룽지를 비닐 봉지에 담아 걸으면서 먹으란다. 고마운 마음에 받아들고 식당을 나섰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길을 나선다. 하지만 식당에서 나와 두루누비 길 안내 앱과 실제 가야할 길이 충돌하며 서너 차례 해멘 뒤 식당 사이로 난 골목길을 나와 처음 걸었던 길로 ‘원점 회귀’했다. 다행히 길 건너편 리본을 찾아 정상 코스로 걸음을 이어갔다. 신리하교를 지나 영진해변을 거쳐 이제 해파랑길은 바다를 등지고 산으로 향한다. 영진1리 경로당을 지나 해마교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솔숲 길을 만난다. 이제 오롯이 솔숲길을 걸어야 한다. 이 숲길은 군데군데 속이 텅 빈 고분도 보이는 걸로 봐서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는 듯하다. 숲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걷다가 영진교를 건너기 전에 잠시 쉬기로 하고 배낭을 풀었다. 다리를 건너면 연곡 솔향기 캠핑장과 연곡해변으로 이어진다. 연곡해변을 지나면 자전거길로 가야 하지만 소나무 숲길 사이로 난 오솔길이 너무 예뻐 해파랑길을 벗어나 숲길을 선택해서 걸었다.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싸주는 듯하다. 아~~~ 상쾌하다. 다시 도로와 만나 동해 수산연구소 앞으로 지나쳐 해양과학교육원과 강원 귀어학교 앞을 지나 계속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도로만 이어지다가 도로안쪽 데크길과 자전거길로 나온다. 하평해변에 이어 오늘 종착지인 사천진 해변이다. 사천진 해변 랜드마크 바위섬과 다른 해수욕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거대한 교문암이 있어 인상 깊다. 사천진 해변 인증소에서 스탬프를 찍고 잠시 쉰 후 39코스를 출발해야겠다. 이곳 도착시간은 1시경이다.
제39코스
[사천리해변 ~ 사천진항 ~ 해송숲길구간 ~ 경포해변 ~ 참소리박물관 ~ 경포대 ~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 송정해변 ~ 안목해변 ~ 솔바람다리]
2023년 3월 2일. 1시 경 사천리해변을 출발한다.
39코스는 전 구간이 아름다운 해송 숲길과 그 유명한 경포호수를 한바퀴 도는 호숫길로 이루어졌다. 총 16.1㎞로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하지만 오늘 일정은 39코스 중간지점인 경포호 주변에 숙소를 잡고 강릉에 있는 지인과 저녁을 같이 먹을 계획이다.
사천진 해수욕장은 타 해수욕장과 달리 조개껍데기 조각이 많이 섞여져 있어 모래가 거친 것이 특징이다.
사천진항과 방파제를 지나 다이브리조트를 벗어난 뒤 하평천을 따라 우회전하면 글램핑장으로 이어진다.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 하평교를 지나면 길은 사천해변을 만난다. 이곳 지명 이름은 유난히 비슷한 이름이 많아 글을 쓰는 나 역시 헷갈린다. 다행히 네이버 지도의 힘을 얻어 글을 옮긴다.
역시나 사천해변까지 길게 소나무 숲길 사이로 해파랑길이 연결되어 바람도 추위도 막아주어 오히려 땀이 날 정도다. 숲길을 벗어나면 다시 아스팔트길이 경포해변까지 이어진다. 경포해변에는 특이한 풍경이 연출된다. 금속탐지기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모래밭을 걸어다니는 한 남자. 알고 보니 금반지나 목거리를 이 탐지기로 찾는다고 한다. 아마도 본인이 잃어버린 물건이 아니고 경포해변을 다녀간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 위한 것 같다. 만약 1개라도 찾으면 횡재할 듯.
경포해변을 따라 걸으면서 찾은 숙소는 아담하다. 숙소 도착시간은 오후 4시 20분.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쉬고 다음날 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일 걸을 거리를 줄이기 위해 숙소에 배낭을 내리고 간단한 작은 가방을 둘러매고 경포호를 한 바퀴 걸으러 나섰다. 숙소를 나서면서 지인에게 만날 장소와 시간을 약속했다. 다행히 지인이 차를 가지고 숙소로 온다 하기에 감사했다.
경포호는 경호(鏡湖)라고도 하는데, 강릉시의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약 6㎞ 지점에 있다. 서쪽으로는 유천 등의 작은 하천들이 흘러든다. 주위는 약 12㎞에 달하는 큰 호수였는데, 현재는 흘러드는 토사의 퇴적으로 주위가 4㎞로 축소되고, 수심도 1~2m 정도로 얕아졌다. 호반 서쪽의 작은 언덕 위에 세워진 경포대는 예로부터 경포호를 배경으로 한 관동8경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경포호는 호수 주위의 오래된 소나무 숲과 벚나무가 유명하며, 경포호를 동해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 해안 사주는 경포해수욕장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경포호 둘레길은 잘 포장된 길옆에 자전거길과 인도를 따로 겹치지 않게 조성해 산책하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쾌적하게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또, 갖가지 조형물과 대형 달 조형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송림 사이로 허균과 허난설헌의 생가터로 이어진다. 허난설헌은 강릉 초당의 이름난 양반집에서 태어난 조선 중기의 여류시인으로 어릴 적부터 글을 읽고 시를 짓는 것을 좋아했는데 일찍 시집을 가서 살림살이를 했고, 젊은 나이에 어린 자식을 잃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 27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한다. 남동생 허균은 일찍 돌아간 누님이 남겨진 200여 편의 시를 모아 허난설헌문집을 만들어 허난설헌을 후대가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균은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생가터를 나와 경포대 정자를 들러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후 강릉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오늘 41, 40코스와 39코스 경포호까지 총 35.6㎞를 걸었다. 시간은 10시간 1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