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0-14 12:27 (월)
제주도 대정의 용천수를 아시나요?
제주도 대정의 용천수를 아시나요?
  • 장여재 청소년기자
  • 승인 2024.08.12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Y8 장여재 기자

제주공항에 내리면 마치 동남아의 어느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야자수 나무, 커다란 돌하르방, 맑은 하늘이 인상적이었고,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친구들의 몽글몽글한 제주 사투리 등 새로운 문화를 조금씩 접하게 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용천수도 육지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단어입니다. 궁금하던 차에 더 깊이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본 용천수는 신영물이었습니다. 신영물 용천수는 평소에 많이 지나다니던 모슬포 시내에 위치하였습니다. 중국집 앞에 있는 익숙한 길에서 용천수가 있다니, 당황스러웠습니다.여러번 지나온 길을 창문으로 바라보며 차가 멈출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차가 멈췄습니다. 엥? 내 눈 앞에는 작은 다리 같이 생긴 곳이 있었고, 속으로 '여긴 작은 다리인데 물은 도대체 어디에 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리 밑으로 내려가보니 용천수가 있었고, 용천수 앞에 서서 잔잔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물 속을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생각보다 투명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 물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용천수의 물이 사람들의 생활에 충분했을까?' ‘용천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런 질문들이 머리속에 들어왔고 답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선 물, 공기, 햇빛이 꼭 필요한데, 이 중 하나인 물이 예전 제주도 지역에선 어떻게 이용되었는지에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 용천수란?

제주도 용천수를 들어보셨나요? 제주도 전역에 퍼져 있는 용천수(Freshwater springs)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든 후 암석이나 지층 사이를 이용해 지표면으로 솟아나는 수자원입니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물이 잘 빠진 탓에 귀했기 때문에, 그만큼 용천수도 귀한 존재였습니다.

신영물.
신영물.

용천수는 마을의 중심이 되어, 용천수에서 솟아나오는 물 양에 따라 마을의 인구수와 규모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물의 양이 적을수록 인구수는 줄어들고, 많을수록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용천수에 의지하게 되었지요. 물은 사람들이 생활하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자원이기에, 용천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 용천수의 역사

1900년대 이전에는 자연에서 구한 물을 있는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용천수와 봉천수를 사용했고, 이들 수자원의 가치는 높았습니다. 1900년대 이후에는 용천수의 이용에 따라 마을이 구분되며, 용천수가 마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용천수는 식수, 빨래, 농사와 가축 물 제공 위주로 사용되는 등 사람들 삶의 일부였습니다. 용천수는 용도에 따라 구조물이 구분되는데 식수가 가장 위에 있고 생활용수, 집용수 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가축에게 제공할 물은 따로 설치되었다고 하죠. 지하수 발전으로 용천수 사용도 줄어들게 되며, 그럼에도 용천수는 1970년대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신영물 용천수에서 만난 신영물 옆집에 사시는 할아버지에 따르면, 예전에는 용천수를 자주 사용했는데 지하수 개발로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관리도 하지 않으면서 물이 오염되고 바다에서 폐수가 들어온다고 하셨습니다. 그 물이 더 이상 깨끗하지 않다고 하신 할아버지는 그래도, 그 물을 이용해 칫솔로 열심히 에어컨 필터를 닦으셨습니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추억이 담긴, 생활의 일부였던 용천수의 생활을 잊지 못하는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로가 만들어졌을 때, 원래는 신영물 용천수도 함께 땅에 덮여 도로로 만들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몽둥이를 들고 24시간 용천수를 지키신 할머니 세 분의 노력 덕분에 용천수는 없어지지 않고 대신 그 위에 작은 다리를 만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은 아직도 용천수의 대한 추억과 소중한 마음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 용천수의 가치와 중요성

용천수는 문화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하수도 개발되지 않고, 상수도 보급이 되지 않고,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시점이다 보니, 사람들은 용천수와 봉천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이 지속적으로 몸에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예전 사람들이 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용천수와 봉천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용천수는 1970년대 이전의 문화는 물론, 생수를 공급한 역사도 담겨 있습니다. 때문에 용천수의 고유 문화가 발전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주도의 문화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용천수 주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용천수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어르신들은 어렸을 때 용천수에서 많은 시간을 지냈기 때문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용천수는 제주도의 공동체 역사와 과거 살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용천수를 식수 이용뿐만 아니라, 동네 아이들의 물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의 빨래터가 되며, 한여름에는 냉장고 대신 수박 등의 과일을 시원하게 보관해서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였다고 합니다.

# 용천수 분포와 특징, 현재의 용천수

1999년도에는 제주도에 용천수가 총 991개 정도 분포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646곳으로 줄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저지대는 350개, 중산간은 40개, 고지대에 25개가 있다고 하네요. 제주시에는 총 385개, 서귀포시에는 261개가 존재합니다.

남아 있는 용천수가 모두 활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용되지 않는 용천수는 484개로, 전체의 75%는 방치 상태인 것이죠. 상수원이 보급되고 발전되면서 물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용천수는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대정 지역 용천수를 방문하면, 관리가 안 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곳곳에 쓰레기가 무책임하게 버려져 있고, 바다에서 폐수가 밀려오면서 악취가 난다는 주민의 제보도 있었습니다. 용천수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생활 오염수를 버린다고도 합니다. 용천수는 제주에서 귀했고 소중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고 듣게 되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한편 같은날 동시간대 용천수와 바닷물의 무게를 비교해본 결과, 바닷물이 용천수보다 무거웠습니다. 온도도 재보았는데 바닷물은 9.8도, 새미물은 16.6도, 신영물은 15.1도로 나타났습니다.

# 봉천수와 허벅

봉천수는 빗물이 모여서 물웅덩이나 못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다른 말로는 죽은물, 물통, 못이라고도 불렸습니다. 1962년에 이용된 봉천수는, 총 365곳이며, 대정에는 32곳에 존재했습니다. 중산간 지역에서는 용천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은 봉천수를 사용했습니다. 봉천수는 식수 외에도 말이나 소와 같은 가축에게 물을 제공할 때도 사용되었습니다. 가뭄이 들면 봉천수가 말라버리기 때문에 중산간 지역 주민들은 물허벅 같은 물을 긷는 도구로 용천수를 가지고 와야 했습니다. 봉천수는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중산간 지역 주민들이 물을 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봉천수 외에도 1960년대 초반에는 614개의 우물이 사용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우물이 가장 많이 위치한 곳은 제가 사는 대정읍으로, 무려 176곳이나 되었답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용천수까지는 최소 2km 정도 됐기 때문에 물을 가져오기 위해서 나무통(통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통)을 만들었습니다. 그 외로는 대배기, 두병들이펭, 콕박세기, 남박세기 등의 도구를 사용해 물을 길었습니다. 18세기 말에서야 현재 알려진 형태의 허벅이 만들어다고 합니다. 허벅은 물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사용되지 않았고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다양하게 사용된 만큼, 종류도 다양했는데, 총 36종류나 되었기에 제주도에서 대표적인 짙그릇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허벅을 노랑굴에서 구우면 노랑색 또는 갈색처럼 보이지만 검은굴에서 구우면 진한 회색이나 검은색처럼 보이고 쉽게 부서집니다. 이런 허벅은 1970년쯤에 지하수가 발전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 갔습니다.

# 용천수의 보존 및 활용

과거에 용천수는 ‘산물’이라고 불려, '살아있는 물’ 이라는 의미를 갖췄습니다. 용천수는 여러 힘든 상황의 해결책이 되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의 생존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지하수 의존율이 99.9%까지 될만큼 용천수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용천수의 생태환경적 가치에 대한 조사와 그것에 따른 연구 결과가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용천수에 관심을 기울이면 용천수는 지지를 얻어 보존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용천수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오름 스탬프 투어처럼 용천수 지도를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홍보, 자연스럽게 제주의 옛 문화와 현재의 가치에 대해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출처]

https://water.jeju.go.kr/JWR/wrStatus/SW.cs
http://www.grandculture.net/seogwipo/toc/GC04600111
https://www.jemin.com/news/articleViewAmp.html?idxno=761634
https://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231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101700/story
<지속가능한 제주미래포럼 2023>
<문화공공재로서 용천수의 중요성과 잠재적 가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