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0-05 22:51 (토)
“대게는 몸통에서 뻗은 다리가 대나무 같아서 붙은 이름”
“대게는 몸통에서 뻗은 다리가 대나무 같아서 붙은 이름”
  • 김창윤
  • 승인 2024.07.2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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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윤
 
프로필
  •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소장
  • 제주특별자치도육상경기연맹 부회장
  • 제주도청 배드민턴동호회 회장
  • 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
  • 수상 : 농림식품부장관상, 농촌진흥청장상 등 다수

 

[걸어서 대한민국 한바퀴] <13>
부제 : 첫 번째 여정 해파랑길 770km

제25코스
[기성터미널 ~ 시동항 ~ 기성망향해변 ~ 양양휴게소 ~ 덕산해변 ~ 무릉교 ~ 망양정 ~ 수산교]

2022년 9월 23일 아침 7시경. 햇살이 퍼지기 시작할 때 다시 걷기 시작한다.

25코스는 총거리 23.2㎞로 약 7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24코스와 비슷해 걷기에 무난하다.

망양정을 배경으로. 김창윤
망양정을 배경으로. ⓒ김창윤

기성버스터미널 인근 보건소 담벼락에 있는 인증 스탬프를 찍고 아침햇살을 받으며 기분 좋게 출발한다.

길 양쪽 옆에 낟알이 영글어 머리를 숙이며 익어간다. 코스는 논두렁을 따라 이어진다. 이 길은 어제 헤매던 길이라 낯설지 않다. 논두렁을 벗어나면 기성2길을 완만하게 오르기 시작한다. 산과 산을 이어주는 작은 터널을 지나면 고개너머 사동항을 향하게 된다. 다시 이어지는 바닷길. 사동항이다. 백사장으로 밀려들었다 나가는 하얀 포말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길은 다시 사동1길로 접어들면서 바다를 뒤로하고 걷는다. 이 길도 아침에 걸었던 기성2길 오르막길과 비슷하게 사동1길 고개를 넘어설 때 작은 터널이 나오고, 터널을 지나면 다시 바다마을인 망양리 해안으로 이어진다, 이곳 망양리 해변은 장장골 계곡물이 모래사장까지 흘러내려 다른 해변에서 보지 못한 풍경을 자아낸다. 망양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만 600m에 달할 정도여서, 주변 해수욕장에 비해 큰 규모를 자랑한다. 경사는 완만하게 보이지만 수심이 깊은 편이라 한다. 망양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은 인근에 관동8경 중 하나인 망양정이 있어서 붙여졌다. 해수욕장을 지나면 길 왼쪽 언덕 위에 망양정 옛터가 나타난다. 관동팔경 중 하나였던 망양정 옛터 동쪽에 도로가 나면서 터가 사라지고 일부만 남았다. 2015년 정자를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다.

울진대게공원의 조형물 앞에서. 김창윤
울진대게공원의 조형물 앞에서. ⓒ김창윤

길은 다시 이어져 황금 울진대게공원을 맞게 된다. 공원이 대형 대게 조형물과 함께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의 대게는 동국여지승람 등에 ‘자해(紫蟹)’로 기록된 울진의 주요 토산물이다. 대게의 명칭은 몸통에서 뻗은 다리가 대나무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은 다시 망향휴게소로 이어지는데, 이 휴게소는 7번 국도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쉬기로 하고 휴게소 아이스크림과 간단한 식사를 했다. 식사 후 망양휴게소에서 바라본 기성~망양 해수욕장 방향의 전경은 그야말로 동해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바다도 속을 훤하게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덕신리 영신해수욕장, 오산항으로 이어간다. 오산1, 2, 3리를 거쳐 진복리를 지나 망양정로로 계속 이어진다, 이곳에는 물개 한마리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한 바위와 길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있는 촛대바위가 인상적이다. 촛대바위는 1986년 해안도로가 개설될 당시에는 사라질 처지에 놓였는데 다행히도 보존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지금까지 여행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개발도 좋지만 아름다운 자연 경관은 충분히 보존하는 것이 후대를 위한 배려라 생각한다.

촛대바위를 지나면 해안에 금호정이 보인다. 동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에는 안성맞춤 정자다.

산포리 해안을 지나면 길은 다시 산으로 이어져 소망 전망탑과 울진대종이 있는 해맞이공원으로 올라간다. 이곳 소망 전망탑은 동해 바다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망을 비는 전망탑이다. 울진대종은 국보 29호인 성덕대왕신종의 아름다운 비천상을 응용하여 만들었다고 하는데, 매년 1월 1일에 타종한다고 한다, 다시 바람소리길로 길이 이어지고 계단을 올라갈 때 길고 짧은 막대를 달아 놓아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 부딪쳐 나는 소리가 작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듯하다.

이어 25코스 인증 스탬프의 주인공 망양정이 나타난다. 망양정은 기성면 망양리 현종산 기슭에 있던 것을 조선 철종 11년(1860년)에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망양정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와 해맞이 공원, 왕피천 하구와 염전해변이 한눈에 들어와 경치가 그야말로 예술이다.

망양정을 내려가는 길에는 관동팔경을 이야기로 꾸민 돌 비석이 즐비하게 길 양쪽으로 세워져 있고 왕피천 케이블카와 주변에 각종 조각품들을 설치해 길손들을 사로잡는다. 왕피천을 따라가면서 왕피천 대교를 지나 수산교 앞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25.3㎞를 7시간 45분 동안 걸었다. 도착시간은 오후 3시. 우리는 좀 더 걸어 울진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 숙소를 잡고 여정을 풀었다. 식사하기 전에 아침에 걷지 못할 26코스 출발 지점 부터 숙소 인근 코스인 26코스의 시작 지점을 걷기 위해 숙소를 나와 역방향으로 울진 은어다리까지 가서 인증샷을 찍고 돌아와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혼자 26코스를 다녀온 후 구미로 이동해야겠다.
 

제26코스
수산교 ~ 울진 엑스포공원 ~ 은어다리 ~ 연호공원 ~ 골장항 ~ 울진봉평 신라비 ~ 죽변항]

2022년 9월 24일 아침 5시 30분경 동이 트기 전에 길을 나섰다. 오늘은 숙소에 곤히 자는 마눌님을 홀로 남겨두고 혼자 길을 나섰다. 2일 연속 장거리 걷기에 피로가 누적될까 염려되기도 하고, 오늘은 13㎞ 정도의 길이라 일찍 종료하고 구미로 이동할 계획이다.

26코스는 총거리 12.9㎞로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걷기 쉬운 코스다. 하지만 어제 일부 코스를 걸었기 때문에 어제에 이어 남은 거리 11㎞ 정도를 걸으면 된다. 어제 걸었던 은어 대교는 뜻하지 않게 야경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인근 울진대교와 남대천이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다리는 다리 양쪽에 은어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설치, 은어의 입으로 들어가 꼬리로 나오게 한 재미있는 다리다.

은어다리. 김창윤
은어다리. ⓒ김창윤

간단하게 어깨 가방과 물 1병을 챙겨 숙소 뒤 개천을 건너자 26코스와 마주했다. 숙소 뒤 개천을 건너 시작한 26코스는 남대천을 따라 조성된 소나무숲길에 데크로드가 조성되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길임을 알 수 있었다. 소나무 숲길을 벗어나면 울진읍과 남대천 월변교가 멀리 보인다. 월변교는 눈으로만 보고 다리 못 미쳐 연호체육공원 방향으로 길을 바꾸고 연호공원으로 이어진다. 연호공원내의 연못에는 재래종 연꽃이 식재되어 있어 연꽃이 필 무렵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고 한다. 이 공원에는 월연정과 어락교가 있는데 월연정은 달에 비친 연꽃이라는 뜻이고, 어락교는 물고기의 즐거움이는 뜻이라고 한다.

생뚱맞게 야외 항공기 전시장도 있다. 공군 공격기와 초음속 전투기 등이 전시되었는데 전시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린이들이 좋아할 것으로 보인다.

연호공원을 지나면 동해대로 지하차도로 이어지는데, 다시 연지3리 해안으로 안내한다. 이제 이 바닷길로 종착지까지 이어갈 것이다. 감성돔과 벵에돔, 우럭이 많이 난다는 대나리항 방파제와 연지3리를 지나 온양1리로 이어지는 바닷가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왔다가 가기를 계속 반복한다. 울진 북로로 이어진 바닷길 저 멀리 죽변항이 보인다. 꽤 큰 양정해수욕장은 마을 중앙에 돌출된 산정상에 굵은 노송이 있어 정자와 같고, 거기서 바다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온양2리 해안과 공장항으로 이어진 해파랑길은 길이 250여m의 봉평해수욕장으로 이어지고 죽변마을로 접어드는 입구에 죽변의 상징인 대나무와 대게 조형물이 나를 반긴다. 죽변의 명칭은 대나무가 많은 바닷가 또는 개 숲 끄트머리 마을이라 하여 죽빈이라 불리다가 죽변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죽변항 입구 시외버스 정류장 인근에 스탬프를 찍고 마무리했다. 이날 10㎞를 1시간 50분만에 걸었다.

곧장 버스를 타고 울진군청에서 하차하여 버스 터미널 근처 숙소로 돌아왔다. 때마침 집사람은 출발준비를 하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당초에는 울진에서 버스를 타고 구미로 갈 예정이었으나 구미에서 지인이 우리를 데리러 일부러 숙소까지 와 주었다. 이 지인은 2018년 미국 뉴욕마라톤에 부부와 같이 참가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 같은날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또다른 동행 부부가 구미로 내려오기로 해서 오늘 저녁에는 구미에서 지내고 난 뒤 다음날 구미 구경을 하고 제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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