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선 "출석 요구해서 관련 내용 질의해야" 의견도 나와
문광위, 결국 출석 요구 안하기로 ... "직무유기다" 질책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제주시체육회 내부에서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이병철 회장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부과한 과태료를 납부했다. 사실상 스스로 갑질을 인정한 형국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제주도의회가 제주시체육회 관련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갑질의혹 당사자인 이병철 회장을 출석시켜 관련 내용에 대해 살펴보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도의회에서도 이 사항에 대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주본부 등에 따르면 다수의 갑질 의혹을 받아온 이병철 회장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부과한 과태료를 최근 납부했다.
제주시체육회에선 올해 초부터 이병철 회장과 관련된 갑질 의혹들이 터져 나온 바 있다. 제주시체육회 직원들은 이병철 회장이 회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꽃집의 꽃배달에 직원을 동원하고, 이외에 구좌신협 조합원 가입 강요 및 카드발급 강요, 주말 사적 행사 참여 강요 등의 갑질을 일삼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의혹이 터져 나오자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서 이병철 체육회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고, 이 회장은 지난 2월27일 제주도의회 문광위 행정시 주요 업무보고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꽃배달 동원 등의 의혹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갑질 의혹을 조사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선 이 회장이 갑질을 인정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이 회장이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장이 이 과태료를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태료의 경우 납부기한 내에 납부를 할 경우 20%를 감면해주는데, 이 회장은 이를 이용해 모두 400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자신에게 제기된 갑질 의혹을 인정한 꼴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제주도의회는 지난 2월 이 회장을 직접 불러 관련 내용을 추긍했던 것과 달리, 올해 하반기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제주시체육회와 관련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이 회장을 출석시켜 관련 내용을 살펴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광위 내부에서 일부 의원들이 이 회장을 출석시켜 갑질과 관련된 내용을 의회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지만, 문광위 위원장인 고태민 의원(국민의힘, 애월읍갑)이 출석을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출석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태민 의원은 이와 관련해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제주시체육회장을 도의회에 출석시킬 권한이 없다"며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이슈가 있다고 하더라도 출석을 요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시체육회는 제주도로부터 예산의 거의 대부분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다. 사실상 제주도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인 것이다. 이 때문에 "도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의 장이 문제를 일으켰는데, 제주도의회에서 이에 대해 출석시켜 관련 내용을 살펴보지 않는 것은 의회에 부과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일반연맹 제주본부 역시 17일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시위에 나서면서 이병철 회장의 사퇴는 물론 이 회장을 출석시켜 관련 내용을 살펴보지 않으려는 제주도의회를 향해 성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도의회 문광위 의원들 몇 분이 이병철 회장의 출석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결국 출석을 요구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된 것으로 들었다"며 "이는 제주도의회의 직무유기다. 이에 대해 유감의 뜻을 보이고, 도의회는 이병철 회장을 출석시켜 제기된 갑질 의혹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 내부에서도 이번에 이병철 회장을 출석시키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나타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제12대 의회 전반기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2월 이병철 회장에 대한 출석을 요구했던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오라동)은 "제주도정에서 예산을 100% 가깝게 주고 있기 때문에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의무적으로 출석하도록 할 수 있지만, 이슈가 있다면 그 외 업무부고 등의 자리에서 출석시킬 필요가 있다"며 "업무보고 자리엔 물론 제주시 관련 부서의 과장 및 국장 등이 참석하긴 하지만, 이슈와 관련한 세부내용에 대해 행정에서 답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처럼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난 2월에 이병철 회장을 출석시켜 관련 내용에 대해 질의했던 것"이라며 "예산의 대부분이 도정에서 나가기 때문에, 제주도정은 물론 예산을 살펴보고 심사하는 제주도의회에도 체육회 등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