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소장
- 제주특별자치도육상경기연맹 부회장
- 제주도청 배드민턴동호회 회장
- 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
- 수상 : 농림식품부장관상, 농촌진흥청장상 등 다수
[걸어서 대한민국 한바퀴] <12>
부제 : 첫 번째 여정 해파랑길 770km
제21코스
[축산항 ~ 죽도산 ~ 경정리대게마을 ~ 경정해변 ~ 오보해변 ~ 영덕해맞이공원]
21코스는 총거리 12.8㎞로 약 6시간이 소요되는 쉬운 난이도의 코스다. 이 코스의 역방향은 죽도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를 돌아 대게원조마을, 석리마을 등 해안변 요소요소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어촌마을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2022년 9월 21일. 아침 5시 40분 나홀로 숙소를 나섰다. 혼자 숙소를 나선 이유는 죽도산은 등대 반대편 사면의 통행로를 보수하고 있어 정상을 올라가더라도 숙소 인근으로 돌아와야 하고, 오후에 23코스를 걸어야 하기에 마눌님의 걷는 누적거리를 줄여 피로도를 줄이겠다는 심산에서다.
숙소를 나오자마자 곧장 죽도산을 향했다. 죽도산 8부 능선을 올라갈 때쯤 동해 저편에 일출이 시작됐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인증샷을 찍고 전망대까지 올랐는데, 예고됐던 데로 공사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옆 공사 안내표시판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느 국군 부대 상황실로 전화 연결이 되어 공사중이지만 지나갈 수 없느냐는 질문에 단연코 안전상 통제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아쉬움을 달래고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눌님과 함께 나와 아침밥을 먹고 길을 나섰다. 죽도산은 이미 갔다 왔으니 골목길을 따라 죽도산과 연결된 해파랑길을 찾아 걷는다. 죽도산 서쪽 입구도 출입통제 라인을 설치한 걸 확인하고 모래톱 위로 설치된 흔들다리 블루로드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해수욕장을 따라 걷다 보니 시포트리조트 앞 데크길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 데크길은 태풍으로 손상되어 보수를 기다리고 있어 가기에는 난감했는데, 다행히 리조트 측에서 마당을 지나갈 수 있도록 허용을 해서 리조트를 가로질러 바닷가 산책길로 접어들었다.
이 산책길도 태풍의 영향인 듯 길이 부분적으로 손상되고 우회하는 코스가 있어 조심스레 걷기를 계속했다. 길은 험했으나 기암괴석도 많아 눈 호강도 쏠쏠히 해가며 걷기를 한참 하다가 문득 뒤돌아본 죽도항 방향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길은 경정2리를 지나 경정3리 방파제, 석리 어촌체험마을을 지나 석동방파제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경정리와 노물리 방파제까지의 해안길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이다, 특히, 노물리 숲속 해안 초소길을 따라 걷다 보면 따개비 마을과 노물항까지 동해의 절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그 사이 과거 해안경비 초소에 해파랑 쉼터를 조성하고 초소 앞에는 군인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이 해파랑길 길손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이 재미있다.
노물리 해안을 벗어나면 오보해변 방향으로 길은 이어지고 우리는 영덕 해맞이공원까지 갔다가 영덕 터미널로 가야 하나 왕복 4㎞를 걸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버스 연결편이 마땅치 않아 아쉽게도 오보해변 삼거리에서 21코스의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 오전에 14.4㎞를 걸어 11시 45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10여 분을 기다려 영덕터미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제23코스
[고래불해변 ~ 백석해변 ~ 병곡휴게소 ~ 금곡교 ~ 백암휴게소 ~ 후포항]
2022년 9월 21일. 영덕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는 후포항으로 이동했다. 그 이유는 고래불 해변은 대체로 대중교통 이동이 편하여 내린 결정이다. 2시 경에 후포항에 도착하여 다시 걷기 시작했다.
23코스는 총거리 11.9㎞로 약 4시간이 소요되는 쉬운 난이도의 코스다. 이 코스는 후포전망대에서 울진 해파랑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왼쪽 멀리 칠보산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후포항은 1970년대 포항항의 대체항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항구로 이곳에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울릉도까지 가는 여객선이 1일 1회 운항되고 있다고 한다.
조용한 해변에는 갈매기와 요트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인상 깊다. 후포의 명칭은 후리망으로 고기를 잡던 곳인 후리포에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특히 250여m에 달하는 후포해변의 백사장은 모래가 곱고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작은 소나무 숲 사이로 적당히 난 그늘과 편의시설이 잘 조성되어있어 외지에서 많이 찾는 해수욕장 중에 하나인 듯하다.
후포해변을 지나면 삼율해안교를 지나 금음리로 이어지고 금음리 해변을 따라 금음방파제 위로난 데크길을 지나 여심1길 해안으로 걷는다. 여심1길을 따라서는 동해대로 데크길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비포장 바닷길을 건너가면 다시 동해대로로 나와 지경방파제로 이어진다. 이곳은 울진의 끝마을로 조그마한 방파제인 지경방파제와 모래사장이 어울려 한 가족이 머물기에 적당한 곳인 듯하다. 이제 지경을 지나면 영덕으로 이어지고 영덕 첫 마을인 금곡2리가 나타난다.
금곡2리 방파제 금곡교 초입에서 뒤를 돌아본 금곡리는 동해의 해안을 그대로 내어 준 모습이다. 금곡교 밑으로는 유금천이 흐르고 길은 동해대로로 이어진다. 동해대로는 칠보산 휴게소 앞을 지나 다시 백석항과 백석해변으로 이어준다. 백석항은 백석해안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소규모 어항이다. 백석을 지나 흰돌로를 따라가면 바닷길은 병곡으로 이어진다. 길을 걷다가 보면 돌연 쓸쓸해 보이는 넓은 광장에 위치한 병곡휴게소는 현재 운영을 하지 않아 텅 비어있다. 아마도 농촌에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용객이 없어 이 휴게소도 문을 받은 듯 하다. 용머리공원을 지나 해안으로 내려가면 지금은 꺼져있는 음악분수 인근 23코스 시작점인 고래불해수욕장 도착시간은 오후 4시 10분. 총 거리는 12.2㎞를 걷고난 후 바로 버스를 타고 후포항으로 이동한 후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은 후포항 회센터를 찾아 도다리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었다.
제24코스
[후포항 ~ 등기산공원 ~ 울진대게유래비 ~ 월송정 ~ 울진대풍원 ~ 기성터미널]
2022년 9월 22일. 아침 9시경 다시 걷기 시작했다.
24코스는 총거리 18.2㎞로 약 6시간이 소요되는 걷기에 무난한 코스다. 이 코스는 후포등대를 돌아보고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울진대게 유래비와 월송정 소나무 숲길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 기성까지 가는 길이다.
해파랑길은 가는 곳마다 대게 조형물이 많아 눈이 심심치 않는 길이다. 다시 길은 양 갈래로 갈라지지만 어느 쪽으로 가든 다시 만난다.
다시 비슷한 풍경의 길을 걷는다. 거일1리를 지나 직산항으로 발길을 옮긴다. 계속되는 길은 월송정교를 만나게 되는데 아래로 흐르는 강이 남대천이다. 월송정교를 지나면 길은 바로 평해 사구습지로 연결된다.
살짝 익어가는 논밭을 바라보며 월송정로를 따라 잘 포장된 길을 걷다가 보면 소나무 숲 사이로 들어갈 수 있도록 리본이 안내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소나무 숲길을 만난다. 바다와 평행선을 그리며 난 소나무 숲길은 여기저기 다양하게 코스를 만들어 논 것을 보니 지역 주민을 위한 산책로로 조성된 듯하다. 이 숲길은 해변의 모래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평해사구 습지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 조성한 곳이다. 소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소나무 숲길 주변에 있는 해안 사구는 해류나 하안류에 의하여 운반된 모래가 파랑으로 밀려 올려지고, 그곳에서 탁월풍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되는 지형을 말한다. 때문에 평해사구 습지는 생태공원으로 잘 만들어져 있는데 주변의 구산해변과 월송정 등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한 생태공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다.
습지를 벗어나면 월송정으로 이어진다. 월송정은 관동8경 중 제일 남쪽에 있는 정자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이곳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보면서 선유(仙遊)하였다는 정자라 한다. 이 정자는 고려시대에 월송사 인근에 창건되었던 것을 조선 중기 연산군 때 관찰사 박원종이 중건(혹은 창건)하였다고 한다. 이후 일본군이 철거했던 것을 1969년에 재일교포들이 정자를 신축하였으나 옛 모습과 같지 않아 해체하고 1980년 7월에 현재의 정자(정면 5칸, 측면 3칸, 26평)로 복원했다. 현판 글씨는 최규하 전 대통령의 휘호라 한다. 이곳에서 문화 해설사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인증샷을 찍은 후 다시 길을 재촉한다.
도로를 따라 오르내기를 반복하다 기성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기성교를 황보천 위로 난 다리를 건너 구산해수욕장의 소나무 숲길을 지날 때면 숲속 여기저기에 텐트들이 많다. 구산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300여m, 폭 60m, 수심 1.5~1.8m로 월송정 북쪽 해안에 위치해 있는데, 물이 깨끗하고 경사도 완만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 소나무 숲으로 둘러져 있다. 가족 여행지로 알려져 있어서인지 철은 지났지만 많은 인파가 늦여름을 즐기고 있다,
구산해변을 지나면 수토문화쉼터로 연결되는데, 1693년 안용복 사건 이후 울릉도와 독도에 대한 수토의 필요성을 깨닫고 1694년 장한상을 최초로 수토관으로 파견하였다. 구산항 앞바다는 지형적으로 울릉도로 가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는데 순풍이 부는 날이면 약 19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수토문화쉼터를 지나 구산봉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구산항으로 이어지고 구산항은 대왕문어 조형물이 인상적인데 아마도 구산항 인근 바다에는 문어 어획량이 많아 만들어 진 것으로 짐작된다. 문어 조형물 인근에 우리 둘의 눈을 끄는 또 하나의 조형물은 ‘독도조형물’이다. 그곳을 지나 길은 오르막과 평지, 내리막을 반복해서 이어지고 기성 방향으로 방향을 바꿔 봉산1리로 넘어가기 위해 잠시 바다와 이별을 한다. 완만하게 오르막길을 걷다가 보면 울타리에 철조망이 쳐진 울진비행훈련원 옆을 지난다. 하늘에는 경비행기가 날고 담벼락 너머에는 윈드색이 보이는 걸로 봐서 아마도 초급 비행 훈련 장소로 활용하는 것 같다. 울진비행훈련원을 지나면 길은 기성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기성교로 향한다. 기성교는 척산천을 따라 이어지고 논둑길을 따라 24코스의 종점을 찾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늘 찾는 건 포기하고 일단 숙소를 찾았으나 숙소 역시 마땅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겨우 물어물어 찾은 모텔은 귀곡산장을 방불케 하는 곳으로 하루 숙박비 35,000원을 계산하고 여장을 풀었다. 혹시나 식사할 곳은 있는지 찾았으나 겨우 짜장면집을 찾아 허기를 달래고 인근 농협마트를 들러 저녁에 먹을 약간의 술과 음료, 간식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 보건소 인근에 24코스 종착지인 스탬프 찍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는 여기서 스탬프를 찍고 출발하리라.... 이렇게 날은 어둠속으로 향했다. 오늘 걸었던 22.85㎞를 8시간에 걸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