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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와 ‘회복적 정의’ 담론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다
‘비폭력 대화’와 ‘회복적 정의’ 담론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4.07.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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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평화와 정의’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 성료
이윤정 전 비폭력대화교육원 대표, 한상희 서귀포여중 교감 강연 진행
‘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한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지난 6일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사진=미디어제주
‘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한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지난 6일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사진=미디어제주

“예전에는 초인종을 누르면 누군가를 맞이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요?”

지난 6일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평화의 말로 온전한 환대를’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윤정 전 한국비폭력대화교육원 대표는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디지털 도어록 시대, 초인종을 누르면 모니터로 방문객의 얼굴을 확인하고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주면서 누군가를 맞이하는 ‘환대’의 표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윤정 대표는 고대 인도에서부터 이어져오는 ‘아힘사(Ahimsa)’라는 비폭력적인 삶의 모델을 소개한 뒤 “아힘사는 보통 ‘비폭력’으로 정의되지만 그 뜻은 마하트마 간디의 ‘평화적인 저항’부터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삶에 대한 경외심’까지 폭넓게 확장된다”면서 ‘아힘사’의 첫 번째 원리가 ‘해치지 말라’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류 공동체의 모든 관계의 회복이 ‘언어의 정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 들었던 비난은 성장 과정에서 수치심이나 죄책감, 두려움으로 가득차게 될 수 있다”면서 상대방에 대한 도덕적 판단과 당연시하는 표현, 비교하는 말, 책임을 부인하는 말, 강요의 표현들이 진정한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상대방이 화를 내고 있다면 그 사람이 힘들다는 표현일 수 있고, 자신의 고통이나 슬픔의 이유가 나에게 있다고 말한다면 그가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고통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 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대화의 목적이 ‘질적인 연결’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솔직하게 말하기, 공감으로 듣기라는 과정을 무한반복하는 것이 대화를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비폭력 대화’의 과정을 4단계로 구분, 우선 모든 평가를 배제한 상태로 ‘관찰로 대화를 시작하기’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표현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은 채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인도의 철학자이자 명상가인 지두 크리슈나무르티가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라고 표현한 문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2단계 ‘느낌을 알아차리기’에서는 내‧외부의 자극에 대한 몸과 마음의 반응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3단계 ‘욕구를 파악하기’ 단계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이나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을 파악한 다음 마지막 4단계에서 ‘부탁하기’의 화법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게 ‘비폭력 대화’의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한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지난 6일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사진=미디어제주
‘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한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지난 6일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사진=미디어제주

이 대표에 이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한상희 서귀포여중 교감은 ‘4.3이 나에게 건넨 말 –회복적 정의와 선의 시민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자신이 열여섯 살 때 처음으로 어머니가 여덟 살이었을 때 4.3을 겪었던 얘기를 듣고 펑펑 울었던 일을 소개했다.

“당시 어머니와 외삼촌이 한남리에서 보목리로 거처를 옮겨야 했던 일,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겪었던 사연을 들으면서 어머니가 8살로 보였다.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면서 “그 날 이후로 어머니 앞에서는 슬픈 표정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이 최근 출간한 책에서 ‘선의 시민성’이라고 쓴 표현에 대해 유대인 대학살의 주역이었던 아이히만을 비판하면서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고 쓴 표현을 보면서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하는 생각에 떠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5년 세계교육포럼에서 자신이 제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4.3 교육과 관련해 “제주는 4.3을 학생들에게 교육함으로써 ‘정의로운 시민성’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있다”면서 “4.3 평화인권교육을 통해 세계시민 정신을 배운 제주의 학생들이 평화와 인권이 위협받을 때 정의롭고 용기 있게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던 내용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4.3 당시 학살의 광풍 속에서도 무고한 피해자들을 구해 낸 ‘선의 시민성’에 대해서는 ‘몰라 구장’과 문형순 서장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아이히만의 ‘악의 평범성(banality)’이 사유를 배제한 관용적인 표현과 선전문구를 사용했던 것과 대응하기 위해 생각의 사유, 언어의 사유, 판단의 사유, 행동의 사유가 집약된 ‘선의 시민성’이라는 담론을 제주4.3을 통해 실천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4.3의 ‘회복적 정의’ 패러다임이 최근 교육 현장의 경험을 통해 ‘응보적 정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를 구현해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즉 학교 현장에서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우선 피해를 입은 대상을 확인하고, 그 피해가 최대한 회복되도록 하는 ‘피해 회복’과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하는 ‘책임 회복’, 그리고 피해자와 공동체의 역할을 부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통해 관계 회복, 공동체 회복, 정의 회복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해 한 교감은 “역사 교육은 관용과 상호 이해,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가치를 장려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세계사적인 역사교육의 흐름이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 짓는 민족주의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등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2년 출범한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은 올 한해 ‘환대와 평화의 공동체’라는 대주제를 걸고 세 차례에 걸쳐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제6회 포럼은 올해 세 차례 포럼 중 두 번째로 마련된 포럼으로, 제주교구장인 문창우 주교를 비롯해 제주교구 사제들과 수도자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한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지난 6일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사진은 강연에 이어 김종현 섬이다 대표 사회로 대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신뢰와 공감을 만드는 평화와 정의’를 주제로 한 제6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지난 6일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사진은 강연에 이어 김종현 섬이다 대표 사회로 대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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