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박물관 건립 제안 ... "관광 활성화 기대"
"상생방안, 지역 특색을 잘 반영한 형태로 고심돼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연안에 100여마리 밖에 남지 않은데다 무분별한 선박관광 등으로 인해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생하며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해양보호지역 확대 지정 및 선박관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제주의 특색을 잘 녹여낸 돌고래 박물관 및 전시시설 구축과 각종 컨텐츠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시됐다.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단체 지주지속가능발전연구회는 26일 오전 제주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활용 실태조사 및 지역주민 상생방안 마련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현재 생존위기에 몰려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멸종위기 준위협 단계로 올라가 있는데다, 제주 연안에는 1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상태다. 더군다나 선박통행의 증가와 해양연안 개발, 해양쓰레기 증가 등으로 인해 생존 조건이 악화되면서 수년 째 개체수가 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최근 몇년 동안은 일부 유명 드라마 등을 통해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면서, 무분별한 선박관광으로 인한 위협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국회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 선박관광의 규정 위반과 관련한 과태료 부과 규정을 담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되면서 남방큰돌고래 선박 관광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선박들이 규정을 어기면서 돌고래에 지나치게 가깝게 접근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제주 연안의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악영향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돌고래 보호를 위한 해양보호지역 지정 및 생태법인 지정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이 역시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성토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서 남방큰돌고래가 주로 출몰하는 대정읍 신도리의 백은숙 어촌계장은 "신도리 주민들도 남방큰돌고래를 좋아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다만 왜 남방큰돌고래만 보호를 해야한다고 강조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민들은 오히려 돌고래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어민들의 수익 감소와 각종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백 계장은 그러면서 "남방큰돌고래 보호에 앞서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신도리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돌고래를 보호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백 계장이 강조한 주민 상생 방안으로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해양보호구역 확대 지정과 동시에 가칭 '남방큰돌고래 해양생태박물관'을 건립,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소득 창출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남방큰돌고래 해양생태박물관 건립은 홍종현 제주국제대 산학협력단장의 주제발표에서 제안됐다.
홍 단장은 "제주 동쪽에는 해녀박물관이 있지만, 서쪽에는 해양과 관련한 박물관이나 방문자센터 등이 없다"며 "박물관이 만들어질 경우 남방큰돌고래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해양관광을 활성화시킬 수 잇을 것이다. 아울러 산방산에서 송악산과 신도리까지 이어지는 관광밸트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박물관의 부지로는 신도리 마을 안쪽에 있는 폐교인 신도초등학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 박물관 안에 남방큰돌고래와 관련된 전시시설은 물론 연구소 등도 구축해 남방큰돌고래 관찰 및 보호를 위한 노력을 더하고, 해양생태교육 등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언급했다. 동시에 박물관 수익이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해안가의 공터 등을 활용한 공원의 조성 등도 제시됐고, 남방큰돌고래를 활용한 각종 컨텐츠를 만들어 신도리를 '남방큰돌고래 마을'로 리브랜딩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동시에 이와 같은 상생방안 추진이, 제주의 특색을 잘 녹여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제시됐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마크(MARC)의 장수진 박사는 "남방큰돌고래를 보전하는데 있어 주민들과의 상생방안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이 상생방안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제주의 고전적인 색깔을 충분히 유지하는 방향으로 심도깊게 검토돼야 한다. 제주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지역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는 것이 관광객들을 그 지역으로 끌고 올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그러면서 거듭 "바닷가에 카페가 난립하고 건물이 경관을 가리는 것이 아닌 지역의 특색을 살린 상생 방안이 잘 유지가 되도록 하면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제주 자연을 다 누릴 수 있게 하는 고민들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