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10-13 14:40 (일)
논란의 비자림로 공사, 국가하천 천미천에 미치는 악영향?
논란의 비자림로 공사, 국가하천 천미천에 미치는 악영향?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6.1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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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사 구간서 하천 바닥 평탄화 후 중장비 출입
"연못 없어지고 멸종위기종 서식지 훼손 우려" 지적도
제주도 "하천 훼손 여부 면밀히 살펴 ... 원형 복구할 것"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자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는 천미천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자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는 천미천의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장기간 논란이 이어졌던 비자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하천으로 등록된 천미천의 일부 구간에서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뒤 중장비 등이 드나들면서 훼손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제주도는 천미천에 대한 공사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살피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현재 사업비 242억 원을 투입해 번영로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비자림로 2.94km의 구간을 현재 2차로에서 4차로로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비자림로 확·포장공사를 진행중이다. 

제주도는 당초 2018년 6월 이에 대한 공사에 돌입했지만 공사를 위해 인근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가면서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이후 비자림로를 3개 구간으로 나눠 확장되는 도로 폭을 줄이는 등의 대안을 내놔 공사 재개와 중지를 반복하다가 2022년 5월부터 다시 공사에 돌입했다. 

공사 재개 초반에는 공사를 위한 펜스 설치 및 벌목 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삼나무를 대신한 대체수목 등이 이식됐다. 아울러 전선 지중화 사업 등과 함께 도로 확·포장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이 공사 구간 중 유일한 교각 시설인 제2대천교의 확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 공사 과정에서 제주 최초의 국가하천이자 도내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에 대한 훼손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각의 확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에선 현재 천미천의 일부 구간에서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후 중장비가 하천으로 들어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하천의 원형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천미천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당선인 시절 직접 현장을 방문해 하천의 원형유지를 강조하기도 했던 하천이다. 아울러 제주 동남부를 관통하는 가운데 하천 주변을 따라 대규모의 녹지가 형성돼 있는 데다, 각종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 역할도 하고 있어 제주 동부지역 환경의 중추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구간은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 지역이면서 동시에 생태계보전지구 2등급 지역이다. 

특히 생태계보전지구 2등급 지역에선 산지전용 및 입목의 벌채가 금지돼 있고 토지의 형질변경 등도 금지돼 있다. 이런 가운데 교각 공사를 위해 하천에서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상황이다. 

해당 구간에서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자림로 공사가 막 시작됐을 무렵인 2019년에도 비자림로 확장공사의 일환으로 하천의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후 중장비가 하천 내부로 통행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하천의 하류로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간이 펜스'가 하천을 가로지르면서 설치됐는데, 정작 이 간이 펜스가 파손되면서 천미천에 쓰레기로 방치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천미천 주변의 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하류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간이 펜스가 망가진 상태로 하천에 떠내려가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천미천 주변의 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하류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간이 펜스가 망가진 상태로 하천에 떠내려가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는 이에 대해 "하천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평탄화 작업이 이뤄진 구간에 대해서도 흙으로만 땅을 메꾸고, 공사가 끝난 이후 이 흙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원형을 복구하면서 하천의 암반 등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간이 펜스에 대해선 "파손된 후 떠내려간 펜스 등이 있다면 바로 확인해 수거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제2대천교를 중심으로 하천으로 평탄화 작업이 반복되고 중장비가 오고가면서 하천의 원형은 물론 인근의 연못 등까지 이미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멸종위기종 서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제2대천교 일대 공사로 인해 인근에 있던 '소(연못)'가 메꿔지는 등의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공사 현장에서 모니터링 과정을 통해 여름철새이자 멸종위기 2급에 지정된 긴꼬리딱새의 둥지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당국에선 이에 대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제2대천교 공사 과정에서 주변의 연못을 메꾸거나 한 일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긴꼬리딱새의 둥지 발견과 관련해서도 "일부 공사 현장 주변에서 긴꼬리딱새가 발견돼 해당 구간에 대해선 (긴꼬리딱새가 활동하는) 5월부터 9월까지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조류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은 결과 제2대천교 주변에선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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