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6-21 17:53 (금)
세대 간 갈등 해소 매개체, ‘레트로’
세대 간 갈등 해소 매개체, ‘레트로’
  • 허지훈
  • 승인 2024.06.11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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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세상] <10>
프로야구-K리그 폭발적인 흥행에 올드 유니폼 구매 및 레트로 한 몫

현대 사회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조직과 조직, 국가와 조직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나머지 꺼지지 않는 갈등의 불씨는 마이너스를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갈등 요소로 ‘세대(Generation) 갈등’이 있다. 시대적 환경과 성향, 문화, 각자 가치관, 사고방식 등에서 판이한 차이를 보이다 보니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간다. ‘베이비붐 세대(1953년 6.25 전쟁 직후 태어난 1955년~1960년대 중후반 출생자)’들의 은퇴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서로를 향한 불신과 불만 등의 폭발은 세대 간 화합과 시너지 창출 등에서도 마이너스만 잔뜩 초래된다. 그래도 한 줄기 빛이 내리쬔다고 했다. 극심한 세대 갈등 속에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확실한 매개체의 보유는 불행 중 다행이다. 이는 다름 아닌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레트로(복고)’ 열풍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옛 향수를 자극하면서 MZ세대들에 새로운 경험 제시라는 시너지의 폭발은 레트로 열풍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어느새 한국 사회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소비 품목이 될 만큼 파급력이 어마하다. 레트로 열풍은 스포츠에도 예외가 아니다. 스포츠라는 콘텐츠 안에 옛 디자인이 그대로 묻어난 올드 유니폼 구매의 폭발은 팬들에 연신 행복한 비명을 절로 지르게 만들며, 스포츠 시설의 놀이터화라는 대중성에 의해 기성세대와 MZ세대 할 것 없이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 형성의 루트로 자리하면서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레트로의 단어 뜻은 과거의 모양이나 정치, 사상, 제도, 풍습으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쳐 정보화 시대로 돌아선 현 시점에 이러한 뜻만 놓고 보면 과거로 후퇴하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스포츠를 비롯한 대중성을 띠고 있는 문화에서는 단어의 뜻이 완전히 다르다. 과거 유행했던 품목들이 되살아나면서 새롭게 유행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모든 분야 소비 트렌드는 유행에 따라 돌고 돈다.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느 한 시점에 유행하던 상품들이 시간이 흘러 유행이 퇴색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레트로는 세대 간 접점이기도 하다. 상품만 놓고 봐도 그렇다. 기성 세대들에게는 옛 상품이 각자 추억 속에 영구히 간직된다면, MZ세대들에게는 옛 상품이 신선하게 보여서 오히려 ‘동공 지진’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날 유행을 복기하면서 지난 세월의 추억을 느끼게 되고, MZ세대들은 과거 유행을 새롭게 답습하면서 저마다 멋과 개성 추구의 다양성을 추구함에 따라 레트로의 가치를 더 치솟게 만든다. 이처럼 레트로는 패션과 음악은 물론, 모든 의식주의 형태에서도 세대 간 갈등의 벽을 허물면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회 각계 분야에서 옛 향수 자극을 토대로 당시 디자인과 제품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출시하는 신선함은 대중문화의 레트로 열풍을 가속화시키는 주 잣대다.

패션과 대중 가요, 인테리어 등 각계 분야에서 등불처럼 번지는 레트로 열풍에 스포츠도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 핵심은 스포츠 MD상품 구매에 있다. MD상품 구매에서 팬들과 소비자들에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역시 유니폼이다. 매년 각 구단별로 캐릭터 상품과 콜라보레이션을 가미한 유니폼을 비롯, 지역 특색을 살린 유니폼, 호국 보훈의 달 기념 유니폼 등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유니폼이 출시된다. 스포츠의 주 고객인 팬들이 MD상품 소비의 한 동력임을 감안하면 유니폼 디자인과 색상, 마크의 다양성은 팬 니즈 충족과 소비 만족도 향상,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한다. 그 중 올드 유니폼은 팬들과 소비자들의 구미를 절로 당긴다. 전두환 정권의 ‘3S(Sports, Screen, Sex)' 정책으로 프로스포츠는 출범한다. 1982년 프로야구, 1983년 K리그가 등장한 지 40년이 넘었다. 대한민국 양대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에서 올드 유니폼 재미는 단연 쏠쏠하다. 지역 연고(프로야구)와 서포터즈(K리그)를 중심으로 팬덤이 이뤄진 팬층 형성 루트는 다르지만, 올드 유니폼을 통해 저마다 응원하는 팀의 로얄티 강화를 도모하려는 공통분모 만큼은 확실하다. 이는 유니폼 소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존 올드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데 있어 크나큰 ’PRIDE'가 올드 유니폼 구매 욕구를 폭발시키고 있고, MZ세대들에게는 올드 유니폼이 기존 올드 팬들과 한데 어우러지면서 찐팬 입증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자리하는 중이다. 올드 팬과 라이트 팬 할 것 없이 올드 유니폼이 매년 팬들이 오매불망 바라보는 주요 소비 제품으로 확실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직관을 통한 올드 유니폼 착용 인증샷 SNS 게시, 장내 열혈한 응원 데시벨 폭발 등이 어우러지며 세대 간 벽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광경에 매년 MD상품 소비 판매 품목에서 올드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조기 매진되는 결과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올드 유니폼 착용은 각 팀들에게도 상징성이 크다. 올드 유니폼 착용은 구단의 아이덴티티 향상과도 직결되며, 팬들의 소비 심리 자극과 로얄티 강화 등에 있어서도 플러스 알파를 준다. 실제로 각 팀들이 올드 유니폼을 착용하는 모습은 레트로의 상징성을 절로 높이고 있다. 올드 유니폼 착용은 곧 소속감과 연대감 강화를 도모하는 핵심 수단이며, 팬들에게는 올드 유니폼 착용이 곧 다채로운 이벤트가 되고, 새로운 경험 축적의 장이 되고 있다.

일단, 프로야구와 K리그의 레트로 특성은 조금 다르다. 이는 팬덤 형성의 경로가 다른 영향이 큰데 프로야구는 팀과 팀 간 레트로 시리즈, K리그는 홈팀의 레트로 데이로 저마다 다른 방식을 채택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화합을 꾀한다. 그럼에도 ‘타임머신’이라는 레트로의 특성을 답습한 부분은 똑같다. 과거 유행하던 제품을 통한 전광판 퀴즈와 SNS 이벤트, 장외 레트로 제품 체험의 공간 마련은 마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절로 느끼게 하며, 모든 세대가 다양하게 레트로 문화를 즐기면서 야구장과 축구장을 한 놀이터로 장관을 이루는데 한 몫을 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와 K리그 모두 폭발적인 관중 동원력을 기반으로 흥행 대박을 이루고 있는데 레트로 열풍에 따른 올드 유니폼 구매와 놀이터 장만 등이 디딤돌이 됐다는 부분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 사회 각계 분야는 레트로가 안 번지는 곳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크나큰 사랑을 받고 있는 ‘K-POP’을 들어보자. 최근 청소년과 20대 초반 젊은 세대들이 ‘BTS(방탄소년단)’와 ‘블랙핑크’에 큰 환호를 지르고 있지만, 1980년대 ‘소방차’와 ‘송골매’를 넘어 1990년대 아이돌 1세대인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의 히트곡 감상 및 노래방 플레이리스트 선호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 아이돌 1세대들이 본업인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 예능 등으로 방송 활동 경로를 넓히는 것이 2000년대를 기점으로 가속화된 시점에 아이돌 그룹에 스포트라이트가 치중된 K-POP의 개성 퇴색이 짙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이들의 히트곡을 세대가 아우르고 감상 및 제창하는 것만 봐도 레트로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엿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도 갤로퍼와 프라이드, 티코 등 단종 제품인 소위 ‘올드 카’들이 소비자들에 높은 선호도를 나타내면서 중고차 시장에 큰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전통시장을 비롯한 각 지역 오래된 명소 역시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 인테리어 구축과 공간 마련 등으로 소비자들과 방문객들에 큰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레트로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다름 아닌 기성세대와 MZ세대 모두의 의식 변화이다. 1960~70년대 경제적 ‘보릿고개’를 넘어 산업화, 도시화된 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한 기성세대와 학창시절 IMF를 겪거나 그 이후 태어나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성장한 MZ세대들의 갈등이 빚어지는 주요인은 바로 의식에 있다. 이는 살아온 시대적 환경과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나’보다 ‘우리’를 중시해온 기성세대들과 ‘나’가 우선인 MZ세대들의 성향과 가치관이 너무나 다르다. 여기서 개인과 조직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시대의 환경과 추세가 늘 급변하기에 더 그렇다. 자라온 환경과 시대 등의 판이함을 이해하면서 상호 존중과 배려 등을 가미하는 것이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대단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사회의 풍토에서 세대 간 불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꼰대’, ‘젊은 것들’ 등이라는 단어를 입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워라벨’의 고수와 ‘라떼’의 살벌한 평행선 구축에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만 고착화시키는 악순환도 좀처럼 끊이지 않는다. 또, 가족 관계와 선-후배 관계 등에 있어서도 서로 간 존중과 이해의 부족이 갈등의 불씨를 지피게 만들고 있으며,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경우들도 허다하다. 모든 게 서로 이해와 존중 등이 부족해서 빚어낸 결과들이다. 때문에 레트로 열풍을 통한 세대 간 화합은 의미가 있다. 어느 한 분야를 매개체로 할 때 세대 간 간극을 좁히면서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늘려가면 분명 대내-외적으로 좋은 시너지가 연출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세대 간 결합을 꾀하는 데 있어 야구장과 축구장은 물론, 모든 스포츠 시설의 놀이터화는 산업, 상업적으로 부가가치가 크다. 그러면서 세대 간 라이프 스타일의 다양성이 한데 입혀진다. 이를 위한 스포츠 유관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자세의 중요성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갈등 최소화를 위한 싹을 하나하나 잘 준다면 스포츠는 물론, 사회 각계 분야에서도 세대 간 화합의 열매가 언젠가는 결실을 이루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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