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따뜻한 겨울과 5월 중순 영하권 기온 영향
한라산 선작지왓에서 피지 않는 꽃, 올해가 처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매해 초여름 한라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던 산철쭉의 향연을 올해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온 변화의 영향으로 한라산의 산철쭉이 꽃을 피우지 않고 있다.
산철쭉은 털진달래와 함께 5월에서 6월에 걸쳐 꽃을 피워내며 한라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면서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곤 한다.
특히 산철쭉은 영실탐방로 선작지왓 일대에 털진달래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만8246본의 분포해 있으면서 선작지왓은 물론 윗세오름까지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비경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 한라산에서 산철쭉이 만개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한라산을 찾는 이들도 상당하다. 이맘 때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도 산철쭉의 만개 시기를 질의하는 게시글 등이 올라오곤 한다. 올해 역시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산철쭉의 만개 시기를 묻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한라산에서 산철쭉이 만개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미디어제주>가 한라산 영실 탐방로 선작지왓 등을 확인한 결과, 꽃을 피운 산철쭉은 매우 드문드문 모습을 보일 뿐 대부분의 산철쭉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꽃이 피어난 산철쭉은 전체 산철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산철쭉이 이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온변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겨울과 초봄에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올해 한라산의 산철쭉이 평년보다 보름 이상 일찍 꽃망울을 보였다.
이 가운데 5월 중순 급작스럽게 한라산의 아침최저기온이 영하로 급감하면서 한라산 고지대를 중심으로 나뭇가지 등에 대기중의 수분이 달라붙어 얼어붙는 현상을 말하는 '상고대'가 나타나면서 일찍 꽃망울을 보인 산철쭉이 얼어붙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면서 꽃이 피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올해 한라산에서의 분홍빛 향연은 볼 수 없게 됐다. 한라산에서 이처럼 산철쭉이 적게 피어나는 것은 올해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 역시 "털진달래의 경우는 날씨의 영향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산철쭉이 올해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