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7-19 13:19 (금)
“죽어서 용이 되었다는 대왕암의 전설을 만나다”
“죽어서 용이 되었다는 대왕암의 전설을 만나다”
  • 김창윤
  • 승인 2024.05.28 0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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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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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소장
  • 제주특별자치도육상경기연맹 부회장
  • 제주도청 배드민턴동호회 회장
  • 미디어제주 독자권익위원
  • 수상 : 농림식품부장관상, 농촌진흥청장상 등 다수

 

[걸어서 대한민국 한바퀴] <5>

부제 : 첫 번째 여정 해파랑길 770km

제8코스 [염포산 입구 ~ 울산대교 전망대 ~ 문현삼거리 ~ 방어진항 ~ 대왕암공원 ~ 일산해변]

2021년 10월 3일. 7코스에 이어 계속해서 8코스를 걷는다. 해파랑길 8코스는 총 연장 12.2㎞로 소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정도로 비교적 무난한 코스이다.

이 길은 솔마루길과 함께 울산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염포산 길을 지나 일산해변으로 이어진다. 예로부터 피난항구 역할을 했던 방어진항, 해식절벽의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한 대왕암공원 등 내륙과 해안길이 적절히 조화롭게 이루어진 코스로 볼거리가 많다.

8코스 시작점인 염포산 입구는 시작부터 정상까지 쉼 없이 오르막길을 1㎞ 정도 올라야 한다.

염포산 정상에서 벚꽃나무 가로수를 따라 걷다 보면 넓은 광장이 나온다. 각종 운동 시설이 잘 갖춰져 지역 주민들의 쉼터와 운동 장소로 각광 받을 듯하다. 광장 옆에는 높다란 울산대교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 전망대는 화정산 정상에 있으며 지상 4층, 높이 63m의 높이를 자랑한다. 이곳에 서면 울산대교와 자동차, 조선해양 등 산업시설과 울산의 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야간에 불이 훤하게 켜져 있는 공단과 도심의 야경은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힘든 이색적인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전망대를 지나 다시 발길을 재촉해 방어진 체육공원으로 향한다. 이곳은 숲속에 위치해 있어 아담하다. 바로 옆 숲길을 따라 걸으면 천내봉수대 안쪽으로 이정표가 안내해 준다. 천내봉수대는 해발 120m인 봉화산 정상에 있다. 울산의 관문을 지키는 봉수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가리산에서 봉수를 받아 남목천(현재의 주전)으로 전한다. 흙으로 쌓은 지름 25m의 둥근 독 안에 지름 8m, 높이 7.5m의 돌로 된 대를 쌓았다.

안쪽으로 산책길을 마주한다.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3호인 주전(남목) 봉수대의 운영 실상을 알려주는 고문서를 소개한 팻말이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변 봉수대 근무를 잘하라는 내용과 미포, 정자 등 봉수대 인근마을로부터 군량식으로 거둔 금전의 내역, 울산부에서 주전봉수대에 내려준 조총 등 무기와 술과 같은 목록, 이들을 점검하고 이상 유무를 보고한 내용 등이 적혀져 있다. 이 고문서는 현재 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봉수대를 지나 숲길을 따라 방어진으로 이어간다. 방어진은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약 25㎞ 떨어진 해안에 있는데 본래는 동해안의 독립항이었다고 한다. 1914년 울산군 동면 방어리에서 1931년 면으로, 1936년에 읍으로 승격한 후 1962년에 울산시 동구로 편입되어 현재의 방어동이 되었다. 방어진항은 남쪽을 향하여 터져있어 피난항 구실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에는 일본인들이 군사기지로 삼았을 만큼 군사적인 요충지였다. 인근 해역에는 멸치, 방어, 상어, 대구, 갈치, 청어 등 각종 고기떼가 모여들어 매년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각 지방의 어선들이 모여들어 근해어업의 근거지가 된다.

방어진항에는 건어물을 비롯한 각종 수산물의 천국이다. 항구를 벗어나면 나팔 모양의 조각상 옆에 바위섬인 슬도를 가리키는 조형물이 있다.

카페 촌에 가기 전에 고래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 방파제를 따라 1950년 대 말에 세워진 무인등대인 슬도 등대로 발길을 향한다. 슬도 등대에서 바라보는 방어진은 큰 항구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모습이다.

고래를 표현한 조형물을 바라보며. 김창윤
고래를 표현한 조형물을 바라보며. ⓒ김창윤

슬도로 향하는 방향에 고래를 입체적으로 표현하여 만든 고래 조형물이 있는데 이는 반구대 암각화 중에서 새끼를 업은 고래를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슬도’는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작은 바위섬이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하여 슬도(瑟島)라 불렀다. 슬도는 바다에서 보면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아 시루섬, 또는 섬 전체가 왕곰보 돌로 덮여있어 곰보섬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특히 슬도에 울려 퍼지는 파도소리를 일컫는 슬도명파(瑟島鳴波)는 방어진 12경중의 하나다.

잠시 해파랑길을 벗어나 슬도 구경을 하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바닷길로 이어지는 긴 산책로가 나온다. 작은 자갈이 있는 몽돌 해변이라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갈 때 몽돌과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는 멍때리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산책길 위에는 캠핑장이 있어 이곳에서의 하룻밤도 좋음 직하다. 숲길을 잠깐 걸으면 탁 트인 바닷가 저편에 바위섬을 연결한 다리가 보이는데 저곳이 바로 대왕암이다. 보고 싶은 마음에 발길을 재촉해 본다.

대왕암에 얽힌 전설이 있다. 신라 30대 문무왕은 평지의법사에게 “나는 죽은 후 호국대룡이 되어 불법을 숭상하고 나라를 수호하려고 한다.”고 했다. 재위 21년 만에 승하하자 유언에 따라 동해 입구 대왕석에 장사 지내니 용으로 승화하여 동해를 지키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왕비도 세상을 떠난 뒤 용이 되었다.

대왕암에서 바라본 풍경. 김창윤
대왕암에서 바라본 풍경. ⓒ김창윤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대왕암은 수많은 울산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국민 관광지로 떠올랐다. 대왕암은 2개의 큰 바위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길에 다리와 데크를 조성하여 깊은 협곡을 감상할 수 있고 바깥쪽 바위위까지 가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망망대해 동해를 바라보면서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인증샷을 찍을라치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좁은 다리를 지나면서 바위와 부딪치는 파도,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가려는 나의 몸짓이 우습기도 하다.

대왕암을 나오면 길 양쪽 해안가 낮은 지대에는 지역 해녀분들이 직접 채취한 전복과 소라, 문어 등 각종 수산물 좌판이 열렸다.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대왕암 동쪽 협곡을 따라 걸으니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이 다리는 일방통행으로 대왕암 쪽을 걸으면 출구가 되어 들어가지 못해서 포기해야 했다. 대신에 철봉 등 체육시설이 있어 친구와 턱걸이 내기를 하며 즐거운 맘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제 1.5㎞만 더 걸으면 8코스 목적지인 일산해수욕장이다. 출렁다리 너머로 보이는 곳이 일산해수욕장. 해수욕장 중간에 있는 관광안내소 인근 인증소를 찾아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쉼터를 찾아갔다.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제9코스 [일산해변 ~ 현대예술공원 ~ 주전봉수대 ~ 주전해변 ~ 강동축구장 ~ 정자항]

2021년 10월 4일. 일산해변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친구와 걷는 마지막 날이다.

해파랑길 9코스는 일산해변을 출발하여 현대예술공원, 주전봉수대, 주전해변, 강동축구장을 거쳐 정자항까지 산길과 바닷길로 이어진 총 연장 19㎞다. 소요시간은 약 6시간 30분 정도로 8코스와 같이 대체로 무난한 코스다.

친구 권일이와 걷는 마지막 날. 아침부터 바쁘다. 근 20㎞를 걸어서 오후에 3시까지는 울산공항으로 가야 4시발 제주행 항공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 간단히 속을 채우고 길을 나섰다. 9코스는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산업화 된 도시와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울산의 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만든 현대예술공원과 봉대산 주전봉수대, 울산 12경 중 하나인 몽돌해변 등이 어우러진다.

울산 12경 중 하나인 몽돌해변. 김창윤
울산 12경 중 하나인 몽돌해변. ⓒ김창윤

잘 정돈된 시내를 통과하면서 현대중공업 돌담길을 걷다가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남목생활공원을 지나 봉대산 입구를 찾았다. 높이는 183m 정도라 이곳 아파트 주민들이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잘 정리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남목마성 터가 눈에 들어온다. 마성은 말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목장 둘레를 돌로 막아 쌓은 담장을 일컫는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쓸 말을 기르기 위해 주로 해안가와 섬 등을 중심으로 200여 개의 목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남목마성은 조선시대 목장 중 감목관이 파견된 국영목장 9곳 중 하나였다. 그 길이는 염포삼거리에서부터 봉대산까지 2,984m로 추정된다고 한다.

남목마성을 뒤로하니 어느새 봉대산 정상이 보인다. 주전봉수대를 지나쳐 계속 걸으면 사유지로 접어드는데 망양대 전망대 앞길을 지나 완만한 숲길을 따라 가면 큰길을 건너가기 위해 토끼굴을 지나간다. 토끼굴을 지나 계속 숲길로 걸어 내려가면 주전마을 바다가 보인다.

바닷길을 따라 몽돌해수욕장 방향으로 걸으니 제주도의 원담과 비슷한 조형물이 보인다. 옛날의 어로방식은 육지나 제주도나 비슷한 형태인 것을 새삼 느낀다. 잠시 뒤 ‘성지방 조형물’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이 조형물은 지금은 사라진 주전마을 제당을 기념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원래 있었던 10곳의 마을 제당의 위패를 따로 모셔 놓았다고 한다. 비릿한 바다 향과 함께 저 멀리 붉은색으로 단장한 주전등대가 보이는데 3층 석탑 모양이 독특하다. 잠시 뒤 주전의 자랑거리인 주전몽돌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이 해변은 직경 3~6㎝의 동글동글하고 까만 자갈이 1.5㎞의 해변에 길게 늘어져 있다. 밀려오는 파도와 밀려가는 파도가 만들어낸 “챠르륵~~, 샤르륵~~” 소리는 그 어느 악기도 흉내 내지 못할 어울림을 만든다.

주전마을을 지나면 어물항을 거쳐 당사마을로 가게 되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다. 누구 집인지는 몰라도 담벼락에 ‘강동 사랑길’이라는 잘 그려진 벽화가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다시 발길을 재촉하다 보면 당사마을 용바위에 있는 용 조형믈이 이채롭다. 부산에서부터 여기까지 동해에는 용을 테마로 한 조형물이나 지명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이곳 용바위는 전설을 지녔다. 옛날 큰 뱀과 거북이가 살았는데 이 둘은 하늘나라에서 서로 앙숙이어서 옥황상제가 지상으로 쫓아냈다. 둘 중 누가 음모를 꾸미고 나쁜 행동을 하는지 분간할 수 없었던 옥황상제는 둘 다 벌을 주었다. 평소 말이 없고 묵직한 행동에 난처해하며 고개를 안으로 당겨 놓고 말이 없는 거북이가 옥황상제에게 더 신임임을 얻었다 한다, 그런데 거북은 두꺼운 판을 뒤집어쓰고 밤낮 모함과 음모를 꾸며댔는데 그 버릇은 지상에 쫓겨나서도 계속되었다. 후에 모든 것이 밝혀지고 뱀이 용이 되어 승천하던 찰나 한바탕 바람과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며 바위가 둘로 갈라지면서 바위 때문에 막혔던 물길이 뚫렸고, 이 바위는 용바위라 이름을 붙였다 한다. 용바위 바로 옆으로 당사항 해양낚시공원이 있어 개인당 1,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친구와 발길을 낚시공원으로 향했다. 인증샷을 찍고 나오면서 현대차 오션캠프장을 바라본다. 바다에서 캠핑을 즐기고 낚시와 함께 추억을 쌓는 것도 참 좋을 것이라 생각든다.

현대차 오션캠프장을 지나면 9코스 두번째 산인 높이 173m의 우가산으로 향한다. 울산은 현대 중공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인가 보다. 우가산 초입에 자리한 강동축구장도 현대 중공업과 관계가 있는 운동장이라 한다, 한 개의 기업이 조성한 스포츠 인프라가 부럽다. 강동축구장을 지나 임도를 따라 걷어 올라간 우가산 정상에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시원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 정말 푸르다.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옹녀나무와 강쇠나무가 엮여 있는 강쇠나무 표지판이 보인다. 이름에서 연상하듯이 잘 짝지어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인근 조각상도 눈이 풀어진 강쇠모습과 두 눈을 감고 한없이 신음하는 옹녀 모습이다. 웃음을 저절로 자아내게 한다. 산을 내려오면 제전마을 벽화길을 걷는다.

제전마을은 울산 북구 강동지역에서 1980년대 장어로 이름을 알렸으나 지금은 잘 잡히지 않아 좀 낙후된 느낌이 들었다. 제전마을을 지나면 바다 위로 교량형 데크길로 이어지고 바닷가 쪽으로 난 넓은 바위 위에는 사계절 낚시꾼들이 연중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데크길이 끝나면 판지항이 나타나고 바닷길로 이어진 길을 계속 걸으니 붉은색과 흰색의 귀신 고래등대가 보이는 정자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식코스로 정자천교를 지나야 하지만 우리는 정자천이 흘러내려 바다와 만나기 직전에 형성된 모래톱 위를 걸어 정자항 입구에 있는 이정표에 도착하여 인증 스탬프를 찍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정자항 먹거리 식당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정자항은 항구도 크고 항구를 끼고 대게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대형 식당들이 즐비해 대게를 맛보기 위한 식도락의 성지인 것 같다,

우리는 정자항 활어직매장에 들어가 어물전에서 싱싱한 회를 고르고난 뒤 2층 식당으로 올라가 맥주를 곁들인 맛난 회로 식사를 하고 버스를 이용해 울산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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