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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와 열정 분출을 위한 터전, 인재 양성의 핵심
끼와 열정 분출을 위한 터전, 인재 양성의 핵심
  • 허지훈
  • 승인 2024.05.27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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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세상] <8>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 이바지한 전국소년체전

모든 분야에서 인재 양성의 핵심은 바로 확실한 터전의 장만이다. 터전이 갖춰졌을 때 끼와 역량, 열정 등의 분출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불변의 진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통용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운동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필드라는 터전 안에서 가지고 있는 탈렌트와 포텐 등의 폭발은 훗날 운동선수로서 발돋움하는 소중한 씨앗이 된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발자취에 한 축을 이룬 스포츠에서 전국소년체전의 존재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 중 하나다. 전국소년체전은 반세기 넘는 동안 무수한 대한민국 전-현직 스타 플레이어들의 핵심 코스였고,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며 의의를 더하고 있다. 다른 대회에 달리 시-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공적 의식 확립은 물론, 선수들에게는 배움의 가치도 크다. 저출산 여파와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시름이 깊은 대한민국의 엘리트 체육 위기에도 여전히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는 새싹들의 열정은 한국 스포츠의 한 줄기 빛이다.

박정희 정권과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군부 정권 장악과 함께 공화당 정부가 수립되면서 본격적인 스포츠 정책 실현에 팔을 걷어붙였고, 1962년 국민체육진흥법 시행과 함께 ‘체육은 국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면서 체육 참여를 통한 국가관 확립, 연고주의 강화 등을 국민들에 주지시켰다. 거기에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국가 건설의 토대를 닦은 과정에 냉전 시대 체제 경쟁의 격화는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사건을 비롯, 남북간 치열한 이념 대립을 고착화시켰다. 아울러 스포츠 외교 등에서 북한에 계속된 열세는 엘리트 체육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끄는 요인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엘리트 체육 인재 양성과 각 종 대회 창설, 체육 인프라 확충 등의 작업이 가속도를 더했고, 스포츠를 국력 과시의 척도로 삼으면서 국가 이미지 제고를 도모하게 된다.

제3공화국 시절 엘리트 체육 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전국소년체전 창설이다. 자라나는 새싹들에 스포츠 정신을 함양시키고 체력 증진과 체육 참여 확대 등을 취지로 1972년 창설됐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이는 현재도 유효하다.)를 내걸고, 각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친선과 화합 등을 도모하는 장으로 형태를 갖추었다. 더 나아가 우수한 인재 발굴을 통한 스포츠 국제 경쟁력 강화와 국위 선양에 역점을 뒀고, 지-덕-체의 조화로운 전인교육으로의 학교체육 기반 확립을 입히면서 무대의 판을 키웠다. 전국소년체전 창설은 각 시도 체육 중·고교 설립, 한국체대 설립 등과도 이어진다. 곧 엘리트 체육 인재 양성을 통해 한국 스포츠를 발전시킨 측면도 크다.

전국소년체전은 1972년 창설 당시 제1회 전국스포츠소년대회로 명칭을 명명하다가 3년 뒤인 1975년부터 전국소년체육대회로 명칭을 개편, 지금까지 이어진다. 전국소년체전은 각종 부작용과 제도 변경 등의 논란 속에서도 반세기 넘는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에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을 막론하고 스타플레이어로 군림하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전국소년체전 출전을 통해 운동선수로서 발전과 성장 등의 기틀을 다졌고, 견문 축적과 시야 확대 등 교육적 가치를 향상시키며 탈랜트와 포텐 만개를 덧칠했다. 한창 자라나는 연령대에 다양한 상대들과 스파링은 기능적 학습 효과 극대화에 제격이고, 상대를 향한 리스펙트 정신과 스포츠맨십의 구현은 선수 이전 학생 신분에서 올바른 배움 제시의 표본이다.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잔존악습 중 하나인 성과주의가 숨어있다고 하더라도 선수 개인이 하나의 상품임을 감안하면 개인 커리어나 이정표 수립에 이만한 짭짤함이 없다. 탄탄한 인적 자원이 분야의 몸집을 불리면서 판을 키우기에 최적격인 시장 논리에 전국소년체전의 존재가 각 시도 체육 정책 확립과 인프라 구축, 물질적인 투자 등에 큰 매개체로 자리하게 됐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는 현재까지 국가와 지역 스포츠의 맥을 지탱하는 한 동맥이기도 하다.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스포츠 대표 메이저대회로 자리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 엘리트 체육의 상황은 암담하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저출산 여파와 인구 절벽의 붕괴는 체육이라고 한들 피하기 어려운 요소가 됐다. 저출산 시대에 각 가정당 자녀가 2명도 많은 현실에 금지옥엽 같은 자녀들을 운동부에 입문시키려는 학부모들은 많지 않다. 여기에 교육 당국의 불신과 무지, 무심, 무능 등도 엘리트 체육 기능 발휘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교 운동부 운영에 막대한 부담을 느끼는 일부 학교장들의 보수적 태도, 지나치리만큼 심하게 학교 운동부와 학생들을 옥죄는 교육 당국의 횡포는 학생들의 꿈과 끼 발휘라는 모토에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엘리트에서 생활체육으로 체육 정책이 변하면서 두 체육은 마치 경계선을 둔 것과 같다.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내린다 했던가? 다름 아닌 전국소년체전 대회 출전 방식 개편이다. 이전까지 학교 운동부에 소속되지 않으면 전국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 종합대회 출전이 불가했으나 2018년 충북 충주 전국소년체전부터 일반 클럽팀 선수들의 전국소년체전을 비롯한 종합대회 출전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학교 운동부에 입문하지 않아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스포츠클럽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뽐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스포츠클럽에 든든한 날개였다. 제도 개편과 함께 종합대회 출전하면서 다진 역량과 포텐 등은 전문 엘리트 선수들과 견줘도 뒤질 것 없는 레벨로 도달했고, 엘리트 못지 않은 클럽의 체계화된 프로그램도 탈랜트 분출의 놀이터로 자리하는 모양새다. 스포츠클럽 선수들은 그간 제도적 울타리에 묶여 분출하지 못한 응어리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한국 엘리트 체육의 위기가 등록 선수 부족이라는 점도 있기에, 스포츠클럽 활동은 긍정적이다. 스포츠 저변 확대와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조화 형성, 선수 수급 문제 해결 등 무수한 난제들을 타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한 전문선수로 발돋움, 훌륭한 사회인 발전 등 진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크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날로그가 디지털이 되고 2G에서 5G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 초·중학교 선수들 대상의 최고 메이저대회인 전국소년체전도 제도와 정책 등에 변화와 맞물려 대회 시스템이 점차 개편되고 있다. 5월 24일(사전경기 시작일)부터 28일까지 전라남도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53회 전국소년체전은 탈랜트와 포텐 등을 폭발시키기 위한 든든한 터전이다. 아직 배움의 연령대에 있기에 출전을 통한 발전과 성장 등을 그려가면서 교육적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 훗날 큰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에 이의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번 전국소년체전에 나설 인재들 중 빠르면 4년, 늦어도 7~8년 후에는 각 종목에서 이름을 떨칠 이들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쏟아져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며, 건강한 대한민국 스포츠의 건설을 그려본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과 체육계의 합심이 절대적이다. 대회 출전에 따른 학생 선수 학사 문제가 수년째 한국 스포츠에 큰 골칫덩어리로 자리하고 있는 현실에 학생 선수들의 학사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연성 가미가 필요하다. 무조건 학업 이수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학업과 운동 병행에 있어 밸런스를 맞춰가야 한다. 스포츠클럽 참여를 통한 저변 확대와 전문체육 순환 구조 등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될 사항이다. 교육 당국과 체육계의 합심이 어우러지지 않고서는 인재들의 끼와 열정 등의 분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답은 간단명료하다. 서로 대립각을 세울 것이 아닌 합심을 통한 건강한 대한민국 건설을 그려가는 것이다. 교육 당국과 체육계 모두 알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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