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6-24 17:21 (월)
제주 절반 채우는 숲, 보이지 않는 곳부터 쓰레기 쌓여가
제주 절반 채우는 숲, 보이지 않는 곳부터 쓰레기 쌓여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5.07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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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환경공익기금위원회 공동기획>
① 제주 숲, 대규모 쓰레기 매립에 개별 투기까지

숲은 제주의 환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개발에 따른 대규모 훼손이 이어지고 있고 때론 행정당국에서 이에 앞장서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등의 영향부터 작게는 쓰레기투기까지 이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병들고, 쇠퇴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환경공익기금위원회와 함께 제주 숲의 지금을 돌아보고, 제주의 숲을 보전하기 위해 더욱 많은 이들의 행동을 촉구하고자 한다. 

제주시 5.16도로 인근 숲속에 버려진 철제 페인트통. 전체가 녹이 쓸고 일부는 부셔져 있어 버려진지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5.16도로 인근 숲속에 버려진 철제 페인트통. 전체가 녹이 쓸고 일부는 부셔져 있어 버려진지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났음을 알 수 있다. /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땅의 절반이 숲이다. 2020년 기준 제주 전체 면적인 1846㎢의 47.3% 수준인 873㎢의 땅을 나무가 푸르게 자라난 산림이 채우고 있다. 이처럼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은 숲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약 19만년 전 한라산이 분출하며 솟아오르고, 그 이후 기나긴 시간에 걸쳐 땅에 씨앗이 뿌려지고, 새싹이 움트고, 가지가 뻗는 과정에서 숲은 수많은 생명들에게 쉼터를 제공했고, 먹거리를 만들어줬다.   

이 많은 생명에선 사람들도 빠질 수 없다. 제주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제주의 숲에서 삶을 일궈나가기 위한 많은 것들을 얻기도 했다. 제주 사람들에겐 숲은 은혜의 장소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숲에 돌려준 것은, 생명과는 연결되지 못한 무엇이었다. 

2019년 5월은 사람들이 제주의 숲에 돌려준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하게 언론에 노출된 때였다. 한라산을 탐방하고 성판악 탐방로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제주도민 A씨는 우연치않게 버스정류소 인근의 숲 속에서 불쾌한 냄새를 느꼈고, 그 냄새의 근원을 찾아 숲속으로 조금 들어간 지점에서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쓰레기를 발견했다. 

이 한라산 숲속의 쓰레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고, 그 이후 행정당국에서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그 당시 굴삭기까지 동원됐고, 한라산 숲속 땅에 묻혀 있던 약 2톤의 쓰레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쓰레기 중에선 1970년대 만들어진 쓰레기가 상당수였다. 쓰레기들은 무려 40년 이상 한라산의 숲 속에서 썩지도 않고 남아 있었다. 

이렇게 2톤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한라산의 쓰레기가 깨끗하게 처리됐습니다"라는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됐다면 좋았겠지만, 2021년에도 마방목지 인근과 물장오리 오름 인근에서 소주병과 비닐 등의 무단 매립 쓰레기가 발견되는 등 한라산국립공원의 숲속 곳곳에서 수십년간 매립돼 있던 쓰레기 더미가 발견됐다. 

그 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서 국립공원 내에서의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옛 표고버섯 재배지 등에서 40~50년 전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쓰레기 등 모두 21톤 분량이 매립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이후 이 쓰레기들을 모두 수거했다. 하지만 아직도 해피앤딩은 멀었다. 

상당한 수준의 수거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숲 보이지 않는 곳엔 여전히 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지고 있고, 수거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특히 제주의 숲 속을 관통하는 산간도로를 따라 많은 양의 쓰레기가 버려진다. 운전자들이 창 밖으로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페트병과 일회용컵은 물론 각종 음식물 포장지와 생활쓰레기이 숲 속에 상당하다. 삭아버린 비닐과 녹슬어 부서지는 페인트통, 폐타이어 등 등 다양한 쓰레기가 숲 속에서 발견된다. 도로변과 가까운 숲의 경우 자동차 사고의 잔해들도 수거되지 않고 숲 속에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주도내 주요 산간도로인 5.16도로에서 차량 사고가 난 이후 그대로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의 일부. /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 주요 산간도로인 5.16도로에서 차량 사고가 난 이후 그대로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차량의 일부. / 사진=미디어제주.

제주 해안의 경우 매해 수많은 쓰레기 떠밀려 오는 것이 제주 해안에 접근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로바로 노출이 되는데다, 이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위한 접근성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 때문에 동시에 그만큼 많은 관심이 모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숲 속의 쓰레기들이 쉽사리 눈에 보이질 않는데다, 이를 수거하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수거는 요원할 뿐이다. 

2020년 중반 제주도내 봉사단체가 수개월에 걸쳐 일주일에 두 차례씩 5.16도로를 따라 숲 속에서의 쓰레기 수거활동을 진행한 바 있었고, 이 당시 매회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수거됐지만, 접근성과 안전성 등의 문제로 결국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와 같은 활동 이후에도 쓰레기는 여전히 버려졌고, 수거된 그 자리에 또 다시 쌓이고 있다. 손길이 끊어진 장소에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가 남고, 그 위에 또 다른 쓰레기가 버려진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부터 제주의 숲은 조금씩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 숲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점진적으로, 그렇지만 분명하게 생명과는 반대의 길로 간다.  

제주 땅의 절반은 숲이고, 이는 생명과 연결돼 있다. 숲에 버려진 쓰레기는 숲과 연결된 생명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 생명에선 사람 역시 자유로울 순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점진적인 파괴에 관심을 갖고 시선을 두어야만 하는 이유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순간이 이미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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