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6-23 13:39 (일)
“제주 돌챙이 문화는 해녀 문화만큼 보존되어야”
“제주 돌챙이 문화는 해녀 문화만큼 보존되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4.04.29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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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돌챙이 축제 제주돌문화공원서 개최
제1회 돌챙이 축제에 참가한 이들이 돌담을 쌓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1회 돌챙이 축제에 참가한 이들이 돌담을 쌓고 있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돌을 다루는 사람. 제주 섬에서 그들은 ‘돌챙이’로 불린다. 한자어 ‘석공(石工)’은 장인의 향기를 풍길지 모르지만, ‘돌챙이’는 돌이라는 본연의 맛에 더 끌리는 이름이다. 그들이 지난 27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 제1회 돌챙이 축제라는 이름을 달았다.

돌은 그냥 다룰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돌을 고르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돌을 잘 골라서 상황에 맞게 쓰임을 줘야 한다. 그러기에 돌챙이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이날 행사엔 비석 각자 장인 고정팔, 돌 벌르는 장인 김상하, 돌창고 장인 홍의백, 돌담 장인 조환진, 방사탑 장인 현태성씨 등이 직접 축제 행사장에 나온 이들과 돌로 대화를 이어갔다.

현태성 장인은 16세부터 돌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성산읍 신산리 출신인 그는 제주 곳곳을 돌며 일해왔다. 그는 제주의 돌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일을 하지 않은 지는 5년 가량 되었으나, 돌챙이 축제가 열린다기에 돌문화공원에 직접 나왔다.

“제주 돌은 지역별로 다 달라요. 대정 지역의 돌이 가장 좋죠. 질기다고 해야 할까? 구멍이 없는 돌이 좋은 돌인데, 그런 돌은 쪼개기도 힘들죠. (제1회 돌챙이 축제는) 돌을 다루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행사라고 봐요.”

제주 돌은 대게 담으로 활용된다. 집의 축담이 있고, 골목길의 울담이 있고, 삶의 최전선에 있는 밭담이 있고, 죽어서는 산담이 된다. 이처럼 건축 분야에 많이 쓰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돌을 비석으로 쓸 때다. 고정팔 장인은 직접 돌에 글을 쓰고 새기는, 흔치 않은 ‘자필자각’ 장인이었다. 손을 놓은지 20년이나 됐다. 돌에 글을 새기는 일이기에 먼지를 마셔야 했고, 나이도 들어서다. 그럼에도 돌챙이 축제에 손수 나왔다.

“스물아홉에 시작했죠. 이제는 사라지는 문화인데, 서귀포문화원에서 ‘사라져가는 문화’로 기억에 남기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자필하지 않고 대부분은 사람을 빌어서 쓰곤 했죠. 비석에 글을 새기는 건 상품성이 좋아야 해요. 문장력도 있어야 하고요. 오늘 축제에 어린이들도 왔는데, 사라지는 문화를 알리는 의미가 있네요.”

한창 취재를 이어가는데, 제1회 돌챙이 축제 때문에 일부러 육지에서 내려온 이들이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한창 돌담쌓기에 열중인 김지연씨를 만났다. 그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문화기획자로, 돌챙이 축제에 오려고 사전등록을 했을 정도였다. 제주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그는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를 알림 서비스 등으로 받아보기에, 돌챙이 축제 소식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행사가 돌문화공원에 가장 어울리는 행사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돌챙이 문화는 해녀문화만큼 보존돼야 한다고 봐요. 세대전승이 되어야겠죠. 특히 돌문화가 사람을 조명하는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장인을 우대해주고, 그분들이 중심이 되어 그걸 배우려는 후세들도 나오겠죠. 돌챙이 장인들을 예술인으로 받아들이고 후원하는 일도 있어야하겠어요. 제주 지역형 무형문화재 유산이 된다면 좋겠어요.”

제1회 돌챙이 축제에 제주돌문화공원에 새로 쌓아올린 방사탑. 미디어제주
제1회 돌챙이 축제에 제주돌문화공원에 새로 쌓아올린 방사탑. ⓒ미디어제주

문화기획자다운 이야기를 꺼냈다. 김지연씨는 돌담을 쌓다 보니, 돌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는 점도 덧붙였다. 옆에 있는 돌이 더 잘 생겨 보이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며 기자에게 말한다. 어느순간 제주 돌에 대한 애착이 생긴 것은 아닐까.

이날 행사를 마련한 조환진 돌빛나예술학교 교장은 어떤 마음일까. 그는 이날 돌챙이 장인으로 참석자들과 돌담 쌓는 일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돌챙이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라는 점에 의의가 있고요. 전문 장인 네분이 주 강사로 직접 참여했고, 그들이 지닌 노하우를 행사 참여자들에게 일깨워줬죠. 특히 이런 돌챙이 축제가 열린 건 처음이죠.”

그는 ‘최초의 행사’였음을 강조했다. 그 말은 ‘단 한번’에 끝날 일이 아닌, 앞으로도 지속해서 돌챙이를 드러내는 일이 일어나리라는 점을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린이 돌담 쌓기 체험.
제1회 돌챙이 축제에서 선보인 어린이 돌담 쌓기 체험.
제1회 돌챙이 축제에서 선보인 어린이 돌 각자 체험.
제1회 돌챙이 축제에서 선보인 어린이 돌 각자 체험.
제1회 돌챙이 축제에서 선보인 어린이 돌벌르기 체험.
제1회 돌챙이 축제에서 선보인 어린이 돌벌르기 체험.
제1회 돌챙이 축제에서 선보인 어린이 대상 석부작 체험.
제1회 돌챙이 축제에서 선보인 어린이 대상 석부작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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