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23 17:14 (목)
55년 전 바다에 쏟아진 1600만 리터 석유 ... 지금 제주에선?
55년 전 바다에 쏟아진 1600만 리터 석유 ... 지금 제주에선?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4.2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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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지구의 날 기획] 1년에 12억 리터 이상 기름 소비
지난해 휘발유 소비량 역대 최고 ... 경유 및 항공유 사용도 많아
해양에서의 석유 시추 시설. /사진=픽사베이.
해양에서의 석유 시추 시설. /사진=픽사베이.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미국 켈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다. 연중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는데다 맑은 날이 많고, 수km에 걸쳐 이어지는 백사장과 푸른 빛을 보이는 바다가 어우러진다. 

여기에 18세기 스페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 개발이 이뤄지면서 하얀 외벽에 빨간 지붕을 가진 스페인 양식의 건축물이 들어섰다. 이 이국적인 건물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백사장을 따라 들어서면서 이곳은 미국 속에 지중해로 불리기도 했다. 

이 도시에 누가 방문을 하든, 이국적인 건물과 눈부신 해안, 맑은 하늘 등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9년 1월28일엔 평소의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산타바바라의 남동쪽 약 13km 떨어진 해상에서 미국의 정유회사인 유니언 오일사가 폭발물을 이용해 시추작업을 하던 도중 파열이 일어났고, 시추시설이 폭발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바다를 뒤덮은 원유의 양은 약 10만배럴, 리터로 환산하면 1590만리터에 달하는 양으로, 당시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였다. 해안은 온통 기름으로 뒤덮였고, 수많은 해양 생물이 유출된 원유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푸른 빛으로 넘실거리던 바다엔 죽음이 가득했다. 

이 사고가 '지구의 날'의 시작이었다. 이 사고 이후 많은 이들이 환경보전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특히 사고로부터 1년이 지난 1970년 4월22일 미국 상원의원인 게이로 닐슨 의원이 하버드 대학생 데니스 헤이즈와 함께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했다.이를 계기로 매년 4월22일은 '지구의 날'로 불리고 있다. 

그 때로부터 55년이 지났다. 이 55년이 지나는 동안 산업은 더욱 고도화됐고, 경제의 규모는 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며, 이는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에너지 소비는 엄청난 규모로 증가했고, 특히 석유의 소비 규모가 단위부터 달라졌다. 

제주도내 도로에 차량이 가득 차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 도로에 차량이 가득 차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제주에선 지난해에만 55년 전 바다에 쏟아진 원유의 양에 80배에 달하는 803만 배럴, 리터로 환산하면 12억7700만 리터의 석유제품이 소비됐다. 

이 중 많은 이들이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될 휘발유의 양은 전체 소비량의 약 17%를 차지한다. 지난해 모두 2억1700만 리터가 연소됐다. 산타바바라 사고 때 유출된 기름의 양보다 2억 리터 이상 더 많은 기름이 제주의 길 위에 뿌려진 샘이다.  

휘발유 소비량만 보면 역대 최대규모였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 제주에서 소비된 휘발유의 양인 1억8400만 리터 대비 18%가 늘어난 정도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기도 하다. 20년 전인 2003년 제주에서 소비된 휘발유의 양은 62만 배럴, 약 9900만 리터였다. 

경유는 어떨까? 지난해 사용된 경유의 양은 휘발유의 두 배 이상이었다. 4억8400만 리터의 경유가 사용됐다. 이외에 항공기 운항에는 휘발유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의 기름 소비가 이뤄졌다. 한 해 동안  2억1300만 리터의 기름이 사용되면서 하늘에 뿌려졌다. 

다만 소비가 대폭 줄어든 기름도 있다. 벙커C유다. 벙커C유는 일반적으로 선박의 운항에 많이 사용되는 기름으로, 연소시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주 원인으로 판단되는 황 함류량이 다른 연료에 비해 높기 때문에, 연료로 사용되는 기름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불순물을 배출하는 기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럼에도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내에서 소비되는 석유제품 중 가장 많은 소비량을 보였다. 이 때문에 선박의 운항을 포함한 이 벙커C유의 사용이 대기 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여겨진다. 

제주항에서 배기가스를 뿜고 있는 선박의 모습./사진=독자제공.
제주항에서 배기가스를 뿜고 있는 선박의 모습./사진=독자제공.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에 벙커C유의 사용에 대한 규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황 함류량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연료를 사용하다 적발되는 선박에 대한 처벌 규정도 만들어졌다. 

이에 힘입어 제주에서 소비된 벙커C유는 2013년 62억9600만 리터에서 지난해 1500만리터로 10년 사이에 무려 98%가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55년 전 산타바바라에 뿌려졌던 양의 원유와 맞먹는 양의 기름이 바다에서 연소됐다. 

더욱이 몇 년 전까지 제주도내 석유제품 소비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던 벙커C유의 사용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다른 석유재품의 소비가 대폭 늘어나면서 제주에서의 전체 석유제품 소비량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건 석유제품 소비량만이 아니다. 제주도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는 제주도내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제주 전체에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흐르지 않고 있다. 

한 해에만 산타바바라에 쏟아졌던 기름의 80배에 달하는 기름을 소비하는 제주에서 다른 에너지는 얼마나 더 소비하고 있고, 어떤 변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기사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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