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0년 가까이 막노동하다 돌아와 뒤늦게 희생자 신고 접수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산에서 온 것 아니냐’며 서청 매타작에 숨져
“유복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 끝내 눈물 훔치는 고성신씨
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산에서 온 것 아니냐’며 서청 매타작에 숨져
“유복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 끝내 눈물 훔치는 고성신씨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76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기 전인 3일 오전 8시50분께 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
정성껏 준비해온 제물을 올리고 있는 유족들 사이에서 2010년 이후 추가 희생자 신고를 통해 추가된 희생자의 위패를 찾고 있는 70대 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출신인 고성신씨(75). 1949년 음력 12월 9일생인 고씨는 태어난 지 한 달여만에 아버지가 집 근처에 있는 밭에 다녀오는 길에 서북청년단 단원들을 만났고, “산에서 내려온 것 아니냐”면서 매타작을 당한 끝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 故 고필생씨가 돌아가신 날은 1950년 음력 1월 16일. 고씨는 “태어난 지 겨우 한 달이 갓 지났을 때라 직접 보고 들은 것은 없지만, 유복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당시 고씨가 태어난 세화리 집은 완전히 불에 타 없어지는 바람에 인근 평대리 마을로 옮겨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고씨는 <미디어제주>와 만난 자리에서 “198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가 막노동 일을 하면서 10년 넘게 일하다 왔다”면서 “4.3 희생자 신고를 받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고 몇 해 전에야 아버지 위패를 이 곳에 모시게 됐다”고 뒤늦게 아버지를 모시게 된 것을 두고 회한스러온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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