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수 강민호의 최다경기 출전 경신
모든 역사는 기록에서 만들어진다. 육하원칙에 의거해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 등이 발생할 때 역사적 기록은 영구히 자리한다. 사회 어떠한 분야든 기록을 통해 쌓인 역사적 발자취는 분야의 든든한 젖줄이며, 토양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스포츠에서 기록은 역사를 지탱하는 대표 기어다. 기록적인 부분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팀과 개인의 역사가 되며, 종목을 막론하고 새로운 기록의 수립이 역사의 한 페이지 장만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선수 개개인에게는 기록 수립이 커리어에 있어 크나큰 훈장으로 자리하며, 리그의 역사를 더 다채롭게 만드는 부분에 있어 선수들의 개인 기록이 한 축을 도맡을 만큼 그 가치는 더 치솟는다. 이러한 부분들이 리그와 팀, 개인 모두에게 크나큰 자산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1982년 출범해 어느덧 43년의 역사를 향해가고 있는 KBO리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록들이 시즌 초반 하나둘씩 생겨나며 역사의 페이지가 쌓이고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KBO리그 역대 최다출장 기록이다. 그 주인공은 KBO리그 대표 포수로 발군의 활약상을 뽐내고 있는 강민호(39. 삼성 라이온즈)다. 올 시즌 이전까지 2233경기에 나서며 종전 박용택(현 KBS 해설위원)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다출장 기록인 2237경기에 4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던 강민호. 그는 지난 23일 수원 KT와 개막전을 시작으로 27일 잠실 LG 전까지 모두 출전하며 타이기록을 이뤘고, 이튿날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다경기 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민호의 최다출장 기록 경신에 종전 기록자인 박용택 해설위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 꽃다발을 건네며 역사 수립의 가치를 높였고, 팀 동료 구자욱과 절친한 후배 김현수, 오지환(이상 LG)이 클리닝 타임 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는 등 많은 팬들의 기립박수도 이끌어내며 위대함과 상징성 등도 더했다. 이어 강민호는 지난 29일 SSG와 홈 개막전에서도 스타팅 출전하며 홈팬들의 응원 데시벨을 높였고, 이튿날에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24000명 만원 관중 앞에서 대타로 출전하며 최다출장 기록을 ‘2240’으로 늘렸다. 박경완(현 LG트윈스 배터리코치. 2043경기), 김동수(현 서울고 감독. 2039경기)의 기록을 일찍이 넘어선 강민호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념비적인 기록으로 자리할 공산이 높다. 메이저리그 대표 공-수 겸장의 안방마님으로 맹위를 떨친 이반 로드리게스(2017년 MLB 명예의 전당 헌액)가 가지고 있는 최다출장 기록인 2543경기 경신 여부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끌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최다출장 기록 경신의 기록적 가치를 드높이는 요소는 분명하다. 다름 아닌 포수라는 특수한 포지션에 있다. 야구에서 센터라인(포수, 유격수, 2루수, 중견수를 한데 묶어 부르는 용어)의 비중이 대단히 중요한데 그 중 포수 포지션은 센터라인의 핵심이며, 좋은 포수 1명이 구단 전체 살림을 먹여 살린다는 말처럼 상징성이 타 포지션보다 크다. 마스크와 프로텍터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면서 투수의 다양한 구종을 온몸으로 받아내다 보니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하며, 무릎을 쪼그리고 유일하게 그라운드 전체를 응시하는 포지션이라 온몸에 늘 부상 위험도가 뒤따른다. 흔히 일반인들의 직업군 중 노동 강도가 ‘MAX'인 직업군이 다수 존재하는데 야구라는 종목의 안에서 포수는 이에 딱 부합할 정도다. 그래서 강민호의 역대 최다출장 기록 경신이 특별함을 더하는 이유다.
KBO리그의 제도와 환경 변화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안방을 지켜온 강민호의 역대 최다출장 기록 경신을 통해 중요하게 떠오르는 대목이 바로 프로페셔널이다. 프로페셔널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에 가깝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운동선수와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계 고위 관계자, 일반 직장인 등 모두에게 해당된다. 최근 일부 운동선수와 연예인은 물론, 정계 고위 관계자, 일반 직장인 등의 일탈로 인한 부주의, 부도덕 등이 사회적으로 크나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는 터라 더 그렇다. 공인과 일반인을 막론하고 직업 윤리 실현에 있어 프로페셔널함의 결여는 해당 분야를 향한 불신, 이미지 저하 등 출혈만 잔뜩 입힌다. 이처럼 본연의 신분 망각에 따른 개개인의 프로페셔널함 추구에 있어 윤리 의식이 결여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며, 어떠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프로페셔널함의 용어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이에 따른 상처와 허탈감은 대중들과 한 개인, 그리고 가족, 주변인들의 몫이 되는 안타까움이 늘 반복된다.
그런 측면에서 강민호의 역대 최다경기 출전 경신은 프로페셔널함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어느덧 불혹이 된 한국 나이에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 등을 통해 후배들에 귀감이 되고 있고, 베테랑으로서 후배 선수들을 아우르고 심리적인 안정감 등을 촉진하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부분도 프로 생활 20년의 내공과 경험 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매 경기 강민호의 타석 등장곡이 ‘노브레인 - 넌 내게 반했어’가 흘러나올 때 팬들의 지지와 성원, 사랑 등은 그라운드에서 강민호의 가치를 증명한다. 구단 MD상품 판매에 있어서도 젊은 후배들에 버금가는 판매량을 자랑하는 등 팬들의 지지와 성원, 사랑 등을 여전히 한몸에 받고 있다. 이어 미디어와 팬 친화적인 모습도 잃지 않는 ‘프렌들리’는 프로페셔널함의 표본을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고, 고향 제주와 제2의 고향 포항 발전을 위한 기부, 생활체육 야구 동호인들을 위한 경남 양산 ‘강민호 야구장’ 건립 등 남다른 선행 역시 진정한 프로페셔널함의 박수를 절로 이끈다.
이러한 프로페셔널함은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하다. 각기 다른 환경과 상황 등 속에서 프로페셔널함은 곧 개인과 조직의 얼굴이 되기도 하기에 더 그렇다. 개개인의 특색과 역량 등을 표출하면서 프로페셔널함을 뽐내면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가치 향상은 물론, 직업 윤리 실현을 통한 직업군의 이미지 제고 등을 도모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크다. 그러나 개인의 커리어와 지위, 사회적 입지 등에 너무 심취된 나머지 프로페셔널함을 갖추지 못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순간이다. 최근 일부 사회 각계에서 이를 간과하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며, 국가적 이미지에도 크나큰 마이너스를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그렇다. 프로페셔널함은 기본 윤리와 소양 등에서 비롯된다. 윤리와 소양 등이 갖춰지지 않고 프로페셔널함 추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윤리와 소양 등은 개인 커리어나 탤런트 등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개인의 프로페셔널함 추구에 따른 상징성과 가치가 크다. 프로페셔널함을 추구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을 도모하다 보면 외적인 부분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