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까지 ‘화가의 뜨樂’을 주제로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예술창고 내맘’에 꽃이 핀다. 겨울에도 꽃이 필까? 그러지 않지만 ‘예술창고 내맘’엔 캔버스에 담은 꽃이 한가득이다. 캔버스는 정원을 무대 삼아 수많은 꽃을 수놓았다. 꽃이 있으니 동물도 몰려온다. 정원은 사람이 꾸미는데,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자연이 주인이다. 사람이 자연에 말을 걸고, 사람은 자연의 품에서 정원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예술창고 내맘에 그림을 내놓은 작가는 ‘나무들꽃’이다. 2월 12일까지 ‘화가의 뜨樂-회화전’이라는 주제로 정원에 담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정원은 집앞의 작은 정원이기도 하지만, 자연환경 그대로인 커다란 제주라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무들꽃의 작품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말하는 아픈 공간이 더 이상 되지 말기를 바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작가 나무들꽃은 강정 구럼비에 매혹돼 제주에 정착했다. 사실 정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에 왔다가 강정 구럼비에서 텐트생활을 시작했고, 그게 17년이라는 세월이 되고 만다.
작가는 그동안 제주의 파괴되는 현장을 봐왔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미명(美名)을 뒤로하고 등장한 해군기지가 있고, 비자림로의 잘려 나간 나무도 봐야 했다. 월정리의 대규모 하수처리장 시설도 그의 눈에 들어왔다. 너른 땅에 박히고 있는 태양광 설비도 마찬가지이다. 이젠 거기에 더해 제2공항까지 들어올 채비를 진행 중이다.
작가는 ‘신들의 땅’이 잘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릴 때 과일을 먹고 나면 씨앗을 말려서 땅에 내놓았다. 감씨는 반짝이는 떡잎을 피웠고, 복숭아씨는 3년 만에 싹으로 작가에게 화답했다. 그 기억은 잊지 못한다. 그런 자연의 가치를 현재 살고 있는 제주에도 피우고 싶다. 작가는 그런 욕구를 이번에 내놓은 작품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