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1:08 (화)
논란 속 제주도-4.3평화재단 정면충돌? 논란 장기화 우려도
논란 속 제주도-4.3평화재단 정면충돌? 논란 장기화 우려도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1.02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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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4.3평화재단 조례 개정에 논란 이어지는 중
고희범 "4.3정치화 명약관화" ... 제주도 "유감이다"
제주도내 시민단체도 반발 ... 추념식 악영향 우려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선임 이사를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주4.3평화재단 관련 조례의 개정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도가 2일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안’의 입법예고에 들어간 가운데,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이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연이어 제주도정이 고 이사장 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브리핑을 갖는 등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사실상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꼴이다.

이번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사장과 상근 이사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입법예고된 조례 개정안 제5조에서는 이사장을 상근으로 하고 이사와 감사는 비상근으로 할 것을 명시했고, 제6조에서는 이사장을 공개모집을 통한 경쟁방식으로 선발한 뒤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조례 개정의 이유로 “4.3관련 정책과 실행에 대한 도정의 책임을 강화하며, 책임있는 재단 경영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을 들었다.

♢연달아 이어지는 반박 … 고희범 “4.3 정치화 명약관화”

하지만 이와 같은 조례 개정 움직임이 알려지자마자 반발이 나왔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조례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 10월30일 오영훈 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고 이사장이 내세운 주요 반대 이유는 ‘4.3의 정치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면담 과정에서 오영훈 지사와 제주도의 조례 개정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 다음날인 10월31일 이사장직 사퇴를 결정했다.

지난 1일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도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제주도는 즉각 브리핑을 갖고 조례 개정의 취지 등을 알렸고, 그 다음날인 2일에는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이 입법예고가 있고 난 직후 고희범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조례 개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고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4.3평화재단 이사장이 비상근으로 있는 것은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이 4.3영령와 유족을 위로하고 남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고, 헌신과 봉사에 기초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2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2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또 책임성 강화와 관련해서도 “상임 이사장이 아니라서 책임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평화재단은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나 감사위원회 감사, 공기업 경영평가 등에 충실히 임해왔고,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여 개선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왔다. 경영평가 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사장과 이사를 도지사가 임명하는 것이 책임경영 강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외에 고 이사장은 제주도가 도의회나 평화재단과의 약속을 어기면서 조례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고 이사장은 “조례 개정안에 대해 제주도의회의 중재에 따라 재단의 의견을 11월9일까지 제출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이 약속을 팽개치고 제주도가 2일 입법예고에 들어갔다”며 “제주도는 무엇이 그리 급한가. 도의회 중재안까지 무시하면서 개정을 강행하는 모습은 독단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4.3의 정치화라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과가 명약관화하고, 4.3 정신을 뿌리부터 뒤힌들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제주도 “고희범 이사장 주장, 매우 유감스럽다”

고희범 이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제주도가 다시 반박 브리핑을 가졌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먼저 도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도민분들에게 뜻하지 않게 평화재단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운을 뗐다.

이어 고희범 이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다”며 “이번 조례안은 4.3평화재단 책임경영 강화와 미래지향적 역할 확대를 위한 상근 이사장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주도가 평화재단과의 약속을 어기고 협의 없이 입법예고에 들어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주도가 중재안을 받아들였는지 안 받아들였는지를 떠나, 입법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충분히 수렴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입법예고) 과정을 걷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평화재단이 말하는 제단의 의견 제출과 협의가 제주도 입장에서는 ‘입법예고’ 과정이었다는 말이다. 조상범 국장은 “앞으로 입법예고 과정 충분히 제단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 /사진=미디어제주.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 /사진=미디어제주.

조 국장은 또 “4.3평화재단의 책임경영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거론된 문제”라며 “2018녀네도 도의회에서 상임이사장 체제에 대해 강하게 요구를 했었다. 또 감사위 감사 결과에서도 장학기금을 이사회 의결없이 보험상품 가입에 사용하고, 이를 도에 허위로 보고해 기관경고를 받은 부분도 있다.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 수년 동안 언급이 됐고, 지금은 충분히 시기가 됐다고 보고 조례 개정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또 “갈수록 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출연금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책임성 확보 없이는 그대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울러 기관장이라면 계약을 도지사와 맺고 그 성과에 따라 책임을 갖게함과 동시에 보수를 주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말하면서 상임 이사장 도입과 이사장의 도지사 임명권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국장은 또 4.3이 정치화되고 4.3평화재단 이사장 자리에 도지사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올 수 있다는 질타에 대해서 “4.3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는 오영훈 지사님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4.3에 대해 지사가 전횡을 휘두를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조 국장은 그러면서 이번 조례 개정안에 대해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주4.3희생자추념식. /사진=미디어제주.
제주4.3희생자추념식.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조례 개정에 반발

하지만 이번 조례 개정에 대한 반발은 도내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조례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의 임명권 문제”라며 “제주4·3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평화재단에 제주도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 될 수밖에 없다. 평화재단은 오랜 세월 제주4·3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온 제주도민 모두의 것이다. 제주4·3 역시 특정 정파나 특정 정치인의 소유물이 되어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사정이 이런데도 오영훈 지사는 평화재단 이사회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조례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백번 양보해서 조례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조직 운영과 관련한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평화재단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했다. 그것이 제주도가 말하는 기관 운영의 민주성이자, 투명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외치는 오영훈 도지사가 이렇게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이는 결국 제주4·3평화재단을 제주도정이 사유화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조례 개정안에 대해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어 자칫 이 상황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항이 장기전으로 치닫게 되면 반년 가량 남은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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