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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 4
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 4
  • 양수남
  • 승인 2023.10.19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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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11> 4. 도로 개발 중심 교통정책에서 녹색교통으로

도로는 한국 사회에서 개발의 첨병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고속도로는 발전의 지름길이었고 자본과 인력을 전국으로 퍼뜨린 핵심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이미 도로의 역할은 끝난 지가 오래되었다. 오히려 도로개발로 인해 환경생태계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역효과 문제까지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특히 제주도는 여전히 도로 개발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제주도는 서울을 제외하고 도로 포장률이 가장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왜 도로개발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제 도로개발은 문제점을 정부에서, 지자체에서 인식하고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있다. 이에 도로 개발, 이제 되돌아 볼 때란 주제로 4회에 걸쳐 연재하였고 이번회가 마지막이다.

# 도로개발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적 비용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도로 개발 중심의 문제들이 축소 지향적으로 취급되어 왔다.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필요 이상으로 과잉 공급된 제주의 도로는 생태계 파괴와 단절, 문화유산 파괴, 소음, 침수피해 유발, 지하수 함양 저해 등의 수많은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였지만 이를 비용에 포함하지 않았다. 도로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이를 다루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도로개발 지상주의자들의 논리는 기존 주류학자들의 정교한 뒷받침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도로를 개발해야한다는 논리는 대세로서 자리 잡고 있다. 교통 수요 예측과 이로 인한 경제효과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려 도로개발의 근거로 삼아왔지만 도로 개발로 인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아예 비용으로 계상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도로개발로 인해 일어나는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는 모델을 도입하여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첫 단계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걸러내야 한다. 이 모델을 도입하여 제주의 도로를 평가했을 때 아마 탈락을 할 도로가 수두룩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란 얘기다. 이런 새로운 조사기법을 도입해야 무분별한 도로 공급을 줄일 수 있다.

 

# 편법을 양산하는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도로개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큰 문제이다. 원래 개발을 전제로 한, 환경영향평가의 태생적 한계이기는 하지만 도로개발의 환경영향평가는 아주 수월한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의 도로계획인 경우, 대부분 실시설계가 완료된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때문에 예상되는 환경적인 영향이 잘못된 노선선정에 기인할 경우, 이미 시기를 노친 것이어서 대책마련이 어렵다.

그러므로 앞으로 도로개발 환경영향평가는 입지 선정에서부터 실시되어야 한다. 위에서 서술한 환경적, 사회적비용까지 반영한 타당성 평가와 환경영향평가도 함께 실시하여 입지 선정이 문제 있다면 걸러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처럼 수월한 통과의례도 받기 싫은 나머지 아예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는 편법을 행정당국이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도로개발 사업 중 다음의 대상에 대하여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하고 있다.

- 4킬로미터 이상의 신설(도시지역에서는 폭 25미터 이상의 도로인 경우만 해당)

- 왕복 2차로 이상인 기존 도로로서 길이 10킬로미터 이상의 확장

- 신설과 확장을 함께 하는 경우로서 다음 계산식에 따라 산출한 수치의 합이 1 이상인 것 : (신설구간 길이의 합/4㎞) + (확장구간 길이의 합/10㎞)

- 도로의 신설로서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에 걸쳐 있는 경우에는 다음 계산식에 따라 산출한 수치의 합이 1 이상인 것(왕복 4차로는 폭 25미터 이상으로 본다)

그래서 그동안 행정당국에서는 이것을 악용하여 도로개설을 부분적으로 하는 방법, 즉 도로 구간 쪼개기를 통하여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가는 편법을 써온 지 오래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법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도로자체가 생태계를 단절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도로개설을 계획할 경우, 단일도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넘어서 기존 도로와의 관계, 주변 생태계단절의 문제, 침수피해, 지하수 충전 저해 등을 포함하는 권역별, 종합적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할 필요도 있다.

 

# 자가용과 도로중심 교통투자를 탈피해야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은 도로중심의 정책이었다. 즉, 도로신설과 확포장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예산집행이 이뤄져왔던 것이다. 아직도 국내 전체 교통투자의 대다수가 도로 개발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도로가 더 많이 만들어질수록 자동차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자동차산업은 유지될 수 있다. 즉,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도로개발을 해줌으로써 자동차산업의 기반을 닦아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대중교통을 살리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도로투자에 예산의 많은 부분을 쓰도록 하는 규정 때문에 도로개발을 남발하고 대중교통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교통세 배분규정을 고쳐 도로 부문에 쓰는 돈을 크게 줄이고, 이 돈을 대중교통 등 녹색교통의 확충과 교통사고를 줄이는 안전시설 확충에 쓰도록 해야 한다.

▲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을 통해 친환경도시로 거듭난 브라질의 꾸리찌바 시(출처 : 도시재생뉴딜 공식 블로그)
▲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을 통해 친환경도시로 거듭난 브라질의 꾸리찌바 시(출처 : 도시재생뉴딜 공식 블로그)

 

# 녹색교통은 생태도시를 향한 첫 단추이다

제주도는 세계 환경수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생태도시 또는 친환경도시는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등 녹색교통이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이다. 대부분의 교통투자가 도로 등 각종 건설 투자에만 집중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친환경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라면 과감한 도로중심의 정책을 철회하고 녹색교통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가용중심의 교통에서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등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도로의 무분별한 공급과 자가용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녹색교통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은 과도하게 투자된 도로부문에 대한 투자를 줄임으로써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친환경도시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를 보자. 서울 지하철 개발의 수십 분의 1에 불과한 예산을 들이고도 도시 안에 완벽한 녹색교통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친환경도시로서 인정받고 있다.

제주도 또한 꾸리찌바시를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도로개발에 쓰이는 수많은 예산을 녹색교통구축에 투자함으로써 친환경적인 도시의 첫걸음을 뗄 수 있다.

# 녹색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대안적인 개발과 복원사업으로의 전환

농업과 어업이 점점 몰락함에 따라 지역에서는 개발주의가 더욱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농업과 관광이라는 두 축에 의지하고 있는 제주로서는 관광산업에 모든 것을 걸게 되었고 관광개발은 대규모의 개발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로개발은 관광개발의 전위대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민들도 도로개발을 통해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낡은 믿음을 굳건하게 갖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지역발전의 비전이 개발 패러다임 안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지역주민들은 행정당국과 개발업자가 제안하는 계획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녹색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대안적인 개발의 방식이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 지역주민들도 살 수 있고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모델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에 신설도로를 개설하지 않아도 도로를 확장하지 않아도,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서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제주도민이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결국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개발패러다임에서 녹색패러다임으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다.

또 하나는 도로개발사업에서 복원사업으로의 전환이다. 이를테면 폐도로에 대한 복원사업, 하천정비나 복개사업에 대한 복원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제주시내에서 복개한 하천을 뜯어내고 복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으로 생태복원사업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 나가야 한다. 이것은 토건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제주도의 도로개발이 실제 필요한 것도 있지만 토건산업을 유지시키고 소비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원자력 발전 사업은 지속적으로 중단되어야 하는 사업이지만 여전히 그 산업에는 일을 해야 생존이 가능한 노동자가 있듯이 토건업도 마찬가지이다.

토건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도내의 가장 큰 관급공사는 도로개발 공사이다. 그러므로 토건업을, 도로 개발이 아닌 복원산업으로 전환해야 토건업의 ‘정의로운 전환의 연착륙’이 가능하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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