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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환 총장 “옛 제주대 본관 철거에 유감” 표명
김일환 총장 “옛 제주대 본관 철거에 유감” 표명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7.07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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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작품 철거 관련 유감 꺼낸 건 처음

7일 제주대 옛 본관 복원·재현 공개토론회
곽재환 “바닷가에 둬야 한다” 장소성 거론
연말까지 학내·도민토론회 등 잇따라 개최
7일 제주시내 아스타호텔에서 열린 '제주대 옛 본관 복원.재현 공개토론회'. 미디어제주
7일 제주시내 아스타호텔에서 열린 '제주대 옛 본관 복원·재현 공개토론회'.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복원일까, 재현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닐까. 옛 제주대 본관을 두고 오가는 단어들이다.

1970년 제주시 용담동에 들어선 옛 제주대 본관은 1995년 스러진다.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인 건축가 김중업 선생의 작품은 그렇게 사라졌다. 없앤 주체는 제주대였다. 제주대는 그들의 건물을 그들의 손으로 없앴다. 사라진 지 28년 만에, 없앤 건축물을 다시 짓겠다며 7일 제주 시내 아스토호텔에서 토론회가 마련됐다. ‘제주대학교 옛 본관 복원·재현’을 주제로 내건 공개토론회였다.

제주대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가 주관한 이날 공개토론회는 복원의 가능성을 묻고 있다. 어떤 이는 좋다고 하지만, 그러지 않은 반응도 나왔다.

건축가 김중업은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로, 이름만으로도 그가 남긴 건축물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는 가상하다. 그러나 제주대는 제주대학교 부지내에 복원이나 재현을 꿈꾼다. 과연 의미가 있을까.

발표자로 나선 곽재환 칸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장소성에 대한 문제를 던졌다.

곽재환 대표는 “제주대 구 본관은 제주도민에겐 잊을 수 없는 건축이요, 잊어서 안 될 건축이다. 구 본관의 존재 의미는 단지 제주대 구 본관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낭만적인 월광곡을 연주하듯 저를 사로잡은 건축물이다. 제주대에서 복원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니 실로 놀랍다”면서도 “캠퍼스 복원 예정지에서 바다가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옛 제주대 본관이 있던 자리는 바닷가가 바로 보이는 공간이었고, 복원 예정지는 이른바 산(山)이기에 그렇다.

곽재환 대표는 “사용자가 제한된 캠퍼스 부지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관광차 와서 쉽게 접근 가능한 바닷가에 복원되길 소망한다. 모두 유람선 같다고 기억하는 구 본관을 왜 한라산 중턱에 정박시키려고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며 거듭 장소성의 문제를 거론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석윤 김건축 대표는 ‘왜 복원하려 하는가’라는 원론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김석윤 대표는 “복원에는 복원하는 그 가치의 정립과 확고한 신념이 전제돼야 한다. 철거는 제주대의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한 결과였다. 이에 대해 회오나 변명의 기회라도 가졌던 적이 있느냐”고 제주대의 책임을 따졌다.

김석윤 대표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석윤 대표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석윤 대표는 또 “건축은 리얼리티이다. 주어진 시공간에서 최적의 해결을 창의해내는 것이 건축의 명제이고, 그 제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패의 판단 기준이 된다. 복원은 제약이 많다. 다른 곳에 재현하는 것, 부분 복원하는 제안은 답이 아니다”라며 복원과 재현의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는 점을 들었다.

이날 공개토론회는 지난해 제주대 총장에 오른 김일환 총장의 공약에서 비롯됐다. 복원이냐, 재현이냐의 문제에 대한 불을 지핀 셈이다. 김일환 총장은 이날 의미 있는 발언을 하며 주목을 끌었다. 건축문화를 파괴한 이들은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데, 김일환 총장은 ‘유감’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썼기 때문이다.

김일환 총장은 개회사에서 “제주대학교 옆 본관은 고 김중업 선생의 대표작으로, 제주대학교가 국립대학으로 승격하던 첫해 핵심 사업으로 추진된 제주대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건축물이다. 이런 사회적 유산을 제주대학교에서 철거한 데 대해, 여기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지난해는 고(故) 김중업 선생의 탄생 100주년이자 제주대학교 개교 70주년이었다. 제주대학교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옛 공간의 복원과 재현을 논의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파괴된 건축물을 두고 ‘유감’이라는 단어를 쓴 경우는 드물다. 김일환 총장은 개회사를 끝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의 과정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선 ‘유감’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유를 김일환 총장에게 물었다.

김일환 총장은 “그 당시 어떤 사정으로 (옛 제주대 본관이) 허물어졌는지 사정은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제주의 문화유산이 없어진 것에 대해 광장이 마음이 아팠다. 철거하게 된 배경과 그때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고 유감의 표명을 했었으면 좋았는데 그러지 않고, 단지 건축물 구조 안전진단에 따른 철거만 있었다”면서 이날 유감 표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7일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제주대 김일환 총장. 미디어제주
7일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제주대 김일환 총장. ⓒ미디어제주

김일환 총장은 이날 토론회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김일환 총장은 “오늘은 전문가그룹 공개토론회다. 이후엔 학내에서 학생과 교수, 다음은 동문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며 “마지막에 도민들의 의견을 듣겠다. 왜냐하면 워낙 상징성도 있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고 말을 이었다.

옛 제주대 본관은 다시 얼굴을 비칠 수 있을까. 김일환 총장은 당장 이뤄질 일이 아니라는 얘기도 곁들였다. 김 총장은 “지금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옛 제주대 본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게 된다. 가우디의 파밀리아성당은 100년에 걸쳐 짓고 있지 않은가. 심사숙고하면서 공론화와 숙의과정을 거쳐 추진되면 좋겠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옛 제주대 본관 복원·재현은 이제 첫발을 디뎠다. 추진될 지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김일환 총장은 “건물이 가지는 영혼을 되살려주고 싶다”고 했다. 공론화과정은 올해 말이면 마무리될 예정이다. 아마도 올 겨울 눈이 내릴 때면 제주대 복원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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