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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를 다시 생각한다
제주 바다를 다시 생각한다
  •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 승인 2023.06.05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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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7>

# 제주 바다는 용암의 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권이 행한 최악의 외교참사로 남을 건 자명하지만 그 폐해는 상상보다 훨씬 크며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외부적인 원인이라면 내부적인 원인에 의한 해악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특한 지질적․생태적․경관적 가치를 지닌 곳인 제주 바다는 수난에 가까울 정도로 상처를 입은 곳이다. 바로 해안 개발 때문이다.

제주도 바다는 용암의 바다이다. 수백만 년 전부터 불과 수천 년까지 제주의 바다는 용암이 들끓던 곳이었다. 일례로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대정읍 사계리 해안의 ‘하모리층’은 약 4,000년 전 송악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해안지층이다. 국내에서 이렇게 젊은 화산의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이 제주 용암 해안이다.

▲ 송악산의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하모리층과 멀리 보이는 산방산(ⓒ 강술생)
▲ 송악산의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하모리층과 멀리 보이는 산방산(ⓒ 강술생)

 

뜨거운 용암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제주해안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냈다. 그 위에 염생식물과 해조류가 자리 잡고 그것을 먹기 위해 다양한 해양생물이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 해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용암 해안을 완성하였다.

김녕 덩개해안은 평원 같은 광활한 용암 대지가 있는 곳이다. 용암동굴을 만드는 용암인 파호에호에용암이 바다까지 넓게 흘러왔기 때문이다. 용담 해안은 용두암과 같은 기기묘묘한 수석 박물관 같은 해안이 되었다. 하천에서 흘러내려온 조약돌로 인해 내도 알작지 해안은 파도에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조약돌 해안이 되었다.

강정 구럼비 해안은 넓은 암반 해안에 내륙 습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독특한 생태계와 경관을 만들어냈다. 화산쇄설물이 부서지면서 제주만의 검은 모래해안이 만들어졌고 제주의 거센 바람은 내륙까지 길게 뻗은 독특한 해안사구를 만들어냈다. (협재와 김녕 사구 등은 해안에서 5km이상 이어진다)게다가 용암동굴과 해안사구의 만남은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이라는 유일무이한 용암동굴을 만들어 제주도가 세계 자연유산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현무암질 용암 해안과 풍부한 해양생태계는 제주의 자랑이며 중요한 문화유산인 해녀가 탄생할 수 있었던 토대이다.

▲ 넓은 용암 평원을 이루고 있는 김녕 덩개해안(ⓒ 양수남)
▲ 넓은 용암 평원을 이루고 있는 김녕 덩개해안(ⓒ 양수남)

 

# 무참히 파괴된 용암의 바다

이러한 독특한 해안으로 인해 제주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나 제주도를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키워준 제주 바다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가혹했다. 석양을 받으면 반짝이던 탑동 해안의 먹돌은 매립에 의해 사라졌고 아름다운 ‘여’(바다 암초의 제주어)들의 전시장이던 이호 해안도 매립에 의해 사라졌다. 해안 암반과 내륙습지를 동시에 갖고 있던 강정 구럼비해안은 해군 기지 공사를 위해 다이너마이트로 폭발되었다.

달과 지구의 우주적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밀물과 썰물의 소리를 조약돌을 통해 들을 수 있던 알작지 해안은 해안도로 개발로 옛 모습이 사라져버렸. 국내 최대 해안사구였던 김녕 해안사구는 소형사구로 쪼그라들어 1위 자리를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에 내줘버렸다. 국내 해안사구 중 순비기나무 최대 군락지라는 사계 해안사구도 도로, 주차장 개발과 사람들의 답압으로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 방파제 건설로 인해 황우치 해변처럼 모래가 사라지고 있는 해안이 부지기수이다.

국내에서 바다거북의 (거의) 유일한 산란지라고 할 수 있는 중문해안에 바다거북은 16년째 돌아오고 있지 않다. - 1962년 해운대에서 붉은바다거북 산란이 발견된 이후 소식이 없다가 1998~2007년까지 4차례 중문해안에서 붉은바다거북 산란이 확인되었다 - 대신에 바다거북의 사체와 다친 개체만 매해 평균 10개체 이상이 제주해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제주 바다를 서식지로 삼고 있는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상황도 늘 불안한건 마찬가지이다.

뭇생명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해녀들이 작업하는 공간이며 삶의 터전인 제주의 연안은 이미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사막화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어업생산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해녀가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바다의 자궁이라 할 수 있는 연안의 생산력이 줄어들면 제주 바다 전체의 생산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주의 해양쓰레기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매년 쉴 새 없이 쌓이는 해양쓰레기 처리 문제는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이며 연안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해안으로 떠밀려온 죽은 바다거북의 뱃속에서는 늘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해양쓰레기가 발견되고 있다.

# 제주 바다에 대한 관점을 개발 패러다임에서 보전 패러다임으로 옮기자

이처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도의 해안은 수난의 역사를 안고 살았다. 제주 바다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제주도당국의 해양 정책은 보전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 바다와 육지의 완충 작용을 하는 해안사구는 지금도 파괴되고 있으며 행정당국에 의한 ‘합법적인 해안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부터라도 제주도당국의 해양 정책, 특히 해안 정책이 큰 전환을 하지 않으면 제주 바다는 더 망가져 장기적으로는 제주도의 관광산업도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제주도의 해안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양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 등 보호지역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 조간대를 가로지르고 해안사구를 파괴하고 만들어지는 제주의 해안도로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 양수남)
▲ 조간대를 가로지르고 해안사구를 파괴하고 만들어지는 제주의 해안도로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 양수남)

 

해안사구와 조간대를 파괴하고 있는 해안도로 신설과 확장은 당장 중단해야 된다. 방파제의 건설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지양해야 한다. 제주 바다의 멸종위기종의 전수 조사를 토대로 해양생물의 보전 계획도 세부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른 ‘블루카본’의 핵심인 염생식물이 자라는 해안사구에 대한 개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제주도는 개발패러다임의 해안 정책에서 보전 패러다임 해안정책으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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