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 일노래에 대한 설명도 해주니 잘 이해돼요”
“제주 일노래에 대한 설명도 해주니 잘 이해돼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5.26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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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노래상설공연집행위, 학교 현장서 공연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 26일은 어도초
일노래 중요성을 익히고 후렴구는 배워보기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소멸위기 언어로 불리는 제주어. 쓰는 이들이 점차 줄고 있다. 이유는 집안에서도, 직장에서도 쓰지 않아서다. 언어가 살아남으려면 생활에 쓰여야 하고, 자주 노출돼야 하는데 제주어는 그런 환경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다. 어쩌면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가 제주어를 지키는 새로운 방향점이 될지도 모른다.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가 주최하고, 제주일노래상설공연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는 올해 처음으로 학교라는 공간을 파고들었다. 지난해까지는 도민과 관광객이 대상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미래에 제주어를 지키고 써야 할 주인공인 초·중학생을 찾아가고 있다.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는 지난 4월 28일부터 시작, 6월 2일까지 제주 도내 10곳의 학교를 찾아가서 학생들을 마주한다.

26일 찾은 학교는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에 있는 어도초등학교.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 7번째 학교였다. 제주일노래상설공연집행위원회는 장비를 챙기고 나섰다. 작은 학교에서 치러지는 공연이지만 더 알차게 준비했다. 1~2학년을 제외한 3학년부터 6학년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에게 일노래는 어떻게 들렸을까. 더욱이 일노래는 제주어로 담겨 있다. 제주어가 귀에 들어왔을까?

26일 어도초등학교에서 열린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 미디어제주
26일 어도초등학교에서 열린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 ⓒ미디어제주

제주일노래상설공연집행위원회 고영림 위원장은 공연에 앞서 학생들을 마주한 자리에서 “아름다운 자연에서 여러분들을 만나 반갑다. 일노래를 불러줄 선생님들과 같이 박수도 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고 운을 뗐다.

공연은 김보람 소리꾼의 ‘영주십경가’로 문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정민자 한국연극협회제주도지회장의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왜 일노래가 만들어졌는지, 왜 일노래는 함께 부르는지, 낮에 힘들게 노동을 하던 제주여성들은 왜 밤에도 일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물음과 답이 오갔다.

이날 공연은 단순히 노랫말만 들려준 건 아니다. ‘왜?’라는 의문을 통해 일노래의 가치는 물론, 제주의 일노래에 담긴 뜻도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해녀를 오랫동안 만나온 이성훈 박사는 일노래가 귀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어도초 학생들에게 일깨웠다. 그는 “해녀노젓는노래(해녀노래)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 해안 지역 곳곳에서 불렸다. 이유는 제주도 해녀들이 바깥물질에 나서면서, 그들이 정착한 곳에서도 해녀노래를 전파했기 때문이다”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유일한 노래”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일노래를 감상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직접 따라부르며 일노래공연에 녹아들기도 했다. 무형문화재 김향옥 보유자가 아이들을 향해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하자, 아이들도 응했다.

“져라져라~” “져라베겨라~”

“이어도사나~” “이어사나~”

어도초에서 열린 일노래 공연. 미디어제주
어도초에서 열린 일노래 공연. ⓒ미디어제주

이날 공연에 나선 팀과 아이들은 ‘느영나영’ 후렴구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느영나영’을 아는 아이들이 먼저 부르고, 모르는 친구들도 따라부르며 낯선 제주어에 대한 친밀감을 높였다. 제주어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제주일노래 공연은 제주어가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6학년 윤수인 학생은 제주에 온지 3년이라고 한다. 때문에 제주어는 아직도 낯설다. 그래도 그에겐 새로운 경험임은 분명하다.

“제주에 온지 3년 밖에 되질 않아서 아직은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제주어를 더 찾아보고 배울래요. 후렴구를 함께 부른 게 흥미있었어요.” (윤수인 학생)

일노래를 체험했던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6학년 정서윤 학생이다. 지난해 이음뮤지컬단 일원으로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멜후리는소리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오늘 공연 중에는 해녀노젓는노래가 흥미있게 다가왔어요. 설명을 들으니까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정서윤 학생)

‘2023 학교로 찾아가는 제주일노래’는 하루 남았다. 6월 2일 신엄중학교와 성읍초등학교를 끝으로 올해 일정을 마감한다. 내년은 어떨까. 일노래는 제주어를 담고 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일노래를 배워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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