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제주도, 양문형 저상버스 도입 발표 ... 소통없는 주먹구구식 진행?
제주도, 양문형 저상버스 도입 발표 ... 소통없는 주먹구구식 진행?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5.24 12: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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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중앙차로 도입되는 서광로 등에 '섬식' 정류장 도입
양문형 저상버스도 489대 확보 계획 ... 내년부터 공사
기존 계획 변경, 도민의견 묻지 않아 ... 언론에도 뜬금 발표
제주도의 버스중앙차로 도입 계획./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의 버스중앙차로 도입 계획./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새롭개 버스중앙차로를 도입하는 서광로 등에 ‘섬식’ 버스정류장을 도입하고, 국내 최초로 양쪽 승·하차가 가능한 양문형 저상버스 역시 투입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서광로 등에 기존 버스중앙차로가 도입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6개월만에 사업 내용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다만 이 사업이 도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내용 변경 이전에 충분한 홍보와 의견수렴 등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관련 예산 역시 대략적으로라도 분석되지 않는 등 제주도가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보행환경 및 가로경관 개선, 버스운영체계의 개선과 빠르고 정확한 운행을 위해 버스중앙차로에 섬식정류장을 설치하고 양문형 저상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다고 23일 밝혔다.

기존의 버스중앙차로는 도로 가운데를 중심으로 버스정류장이 양방향으로 분리돼 있다. 이를 ‘분리식’ 정류장이라고 부른다. ‘섬식’ 정류장은 이와는 달리 도로의 가운데에 하나의 정류장을 설치하고, 양방향 노선이 모두 이 하나의 정류장을 사용한다. 

이처럼 기존 분리식 정류장 계획을 섬식 정류장으로 바꾸게 되면 설치해야 하는 버스정류장이 2개에서 1개로 줄어든다. 버스정류장 설치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공간 역시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버스중앙차로 설치를 위해 확보해야 하는 도로폭 자체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는 전체 도로폭을 기존보다 2m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는 이를 통해 인도와 가로수 조정을 최소화되고, 보행환경과 가로경관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아울러 국내에 섬식 정류장 사례가 없는 만큼 설계기준 및 교통·신호체계 운영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올 하반기 추진할 계획이다. 기준이 마련되면 기존에 분리식 정류장으로 설계된 부분을 섬식 정류장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설계변경은 새롭게 버스중앙차로가 계획됐던 서광로 구간부터 시작하고, 이후 동광로·도령로·노형로 등 나머지 구간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서광로는 2024년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5년 4월에 완공을 목표로 한다. 동광로와 도령로는 2025년 5월부터, 노형로와 중앙로는 2026년 5월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섬식 정류장 도입에 따라 기존 버스의 변경 역시 이뤄진다. 제주도는 2027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섬식 정류장의 개통과 연계해 3년에 걸쳐 제주시 권역 시내버스 682대 중 489대를 양문형 저상버스로 교체할 방침이다. 내년 중에 96대를 도입하고, 2025년에 234대, 2026년에 159대를 도입한다.

도는 이와 같은 계획 변경을 위해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버스중앙차로 단면도. 상단이 기존의 분리형 정류장 계획, 하단이 수정된 섬식 정류장 계획이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버스중앙차로 단면도. 상단이 기존의 분리형 정류장 계획, 하단이 수정된 섬식 정류장 계획이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다만 이와 같은 버스정책의 변경이 도민 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충분한 홍보나 의견수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형국이다.

제주도는 당초 지난해 11월부터 서광로에 기존 분리식 정류장을 적용한 버스중앙차로제 공사에 돌입한 바 있다. 준공 시점은 올해 8월 말이었다. 도는 아울러 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2025년 12월까지 순차적으로 동광로와 도령로, 노형로 구간 총 10.6km를 분리식 정류장을 적용한 버스중앙차로제로 바꾼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이 계획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모두 318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직후 비판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당초 제주도는 버스중앙차로제 도입에 따른 인도폭의 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언론 취재 결과 실제로는 인도폭이 최대 4.5m까지 줄어드는 것이 밝혀졌다. 제주도가 거짓말을 한 샘이다. 아울러 공사 시작과 함께 서광로에 있던 가로수들이 뽑혀 나가면서 “보행환경을 악화시키고 가로수까지 뽑는 사업”이라는 질타가 나왔다.

이 가운데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도내 한 언론과의 대담 과정에서 서광로 공사를 중지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도지사의 이와 같은 언급 이후에 공사 중지나 계획 변경과 관련된 제주도청 차원의 공식 브리핑이나 발표는 전혀 없었으며, 그 후 5개여 만에 갑자기 새로운 계획이 마련됐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문제는 서광로 등의 기존 버스중앙차로 도입 내용이 ‘제4차 제주특별자치도 대중교통계획’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계획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되는 법정계획으로 지난해 11월4일 확정됐다. 확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홈페이지 공고 등을 통해 이 계획에 대한 주민의견수렴 절차 등도 이뤄졌다.

즉 주민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친 계획에 포함돼 있던 내용을 아무런 의견수렴 절차 없이 5개월만에 전면수정하고 사실상 확정한 뒤 발표한 것이다. 제주도가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산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문제가 들어난다. 제주도는 489대의 양문형 버스를 투입하는데 대당 2000만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 더해 섬식 정류장 등을 도입하면서 예산이 얼마가 더 투입될지, 혹은 줄어들지에 대한 대략적인 예상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존 예산 318억원이 어떻게 변화될 지에 대한 예측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업 내용의 변경을 사실상 확정해 발표했다. 

이처럼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은데다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예산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비판이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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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3-05-24 16:31:43
-모두 평등하게 사용하는 도로를 택시와 관광버스까지 사용하게 특혜를 준다. -24시간으로 버스가 안 다니는 시간까지 단속을 하는 이유는 지방세 수입때문? -코로나 이후 자가차 이용자는 증가, 버스 이용자는 감소. 육지처럼 다양한 버스 노선과 지하철이 없기에 대중교통 이용자의 분산이 필요가 없어 대부분 환승보다 승차한 버스로 목적지까지 간다. -지금도 출퇴근시간 교통체증이 있는데, 3차로 중 1차로가 줄면 교통 체증은 더 심해진다. -외곽지역에서 중심지역으로 진입하는 교통이 지연되면 중심지역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통계에 따른 경험적,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