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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유원지 사업 관련 ‘국제소송’ 운운 제주도 속내는?
송악산 유원지 사업 관련 ‘국제소송’ 운운 제주도 속내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5.1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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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사보류 파장 ①합의서 전문 비공개 “왜?”
제주도, 예래단지 사례 들어 “80억 소송비용 외에 추가비용 발생할 수도”
법률자문 국제투자분쟁 대응방법이 대부분, 분쟁 대상인지 여부는 미포함
송악산 유원지 토지 매매를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도의회 상임위에서 심사보류된 이후 제주도정과 의회간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영훈 지사가 주재한 도정현안 공유 회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송악산 유원지 토지 매매를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도의회 상임위에서 심사보류된 이후 제주도정과 의회간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영훈 지사가 주재한 도정현안 공유 회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송악산 유원지 토지 매매를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제주도의회에서 심사보류된 것을 두고 제주도와 도의회 사이에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오영훈 제주도정이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제출한 올해 첫 추경예산안이 도의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430억 원이 삭감됐다.

이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삭감 항목이 바로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 관련 공유지관리계획(안) 2건이 행정자치위에서 심사보류되면서 자동 삭감된 161억 원이다.

제주도는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관련 브리핑을 통해 “향후 투자자의 사유재산권 행사, 국제소송 제기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투자자의 소유 토지가 모두 170필지‧40만748㎡로 송악산 주차장, 올레길, 송악산 진입로가 포함돼 있어 투자자가 사유재산권을 행사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 통행 제한 등 불편과 경관 사유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도가 국제소송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0일 ‘송악산 유원지 토지 매매를 위한 기본합의서 체결 동의안’이 다뤄진 제412회 임시회 회기 중 문화관광체육위 1차 회의에서도 당시 김애숙 관광국장은 합의서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 묻는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의 질문에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는 답을 내놨다.

이에 양 의원은 “경관 사유화와 송악산 난개발 우려, 자연경관을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왜 이렇게 갑자기, 급하게 올해 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김 국장은 이에 대해 “투자사 측의 제안이 있어서 중재 방안이 들어왔다”면서 “4개월 이내에 체결하지 않으면 분쟁에 뛰어들게 돼 변호사 선임 등 여러 가지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당시 회기 내에 기본합의서에 대한 도의회 동의를 받고 체결되도록 해야 계약서대로 추진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히 김 국장은 과거 예래단지 사례가 반영이 된 거냐고 묻는 양 의원 질문에 “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된다는 취지로 이번 4개월 이내에 체결을 해야 국제분쟁에 들어가는 비용을 약 80억 원 예상하고 있는데, 그 분쟁 금액이 소요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회기에 꼭 반영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김 국장은 양 의원의 “합의가 파기됐을 때 사업자 측이 해당 부지를 다시 개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합의사항에 넣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개발행위 제한지역 지정이 해제되더라도 나중에 사업자 측이 개발행위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삼도1‧2동)도 이 사안과 관련,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에서 우리가 불리한 거냐”고 따져묻자 김 국장은 “산술적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금전적, 행정적으로 굉장히 많은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동의를 해주시면 그것을 최소화하고 진행을 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같은 회의록 내용을 보면 도의회 동의를 얻기 위해 김 국장이 ‘투자자-국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유독 눈에 띈다.

하지만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시행승인을 받은 사안도 아니고,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제동이 걸렸던 사안이기 때문에 사업이 불발된 것 자체가 투자자에게 불이익을 준 것도 아니어서 국제소송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기본합의서 내용 중에 합의가 불발될 경우 분쟁의 소지가 있는 항목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도의회 의안 정보에는 정작 합의서 전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합의서의 주요 내용이 요약 기술된 부분을 보면 ‘본 합의서 체결 후 국내 소송 및 국제투자분쟁 절차를 중지하고, 매매대금 중 계약금(매매대금의 일부)이 지급되는 경우 모든 절차를 취하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 소속 한 의원은 <미디어제주>와 통화에서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자동연장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합의서 전문이 의안 정보에 첨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외비’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는 합의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관련 예산안을 조속히 반영시키기 위해 국제투자분쟁 우려를 부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가 법률자문을 구한 내용을 보면 투자자 측이 국제투자분쟁 절차에 착수한 데 따른 대응방법에 대한 부분이 대부분이다. 정작 이 사안이 국제투자분쟁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문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투자자 측은 지난해 10월말 정부와 제주도에 국제투자분쟁 중재 의향서를 접수한 상태로, 법무부는 정부의 법률대리인 선정 절차를 지난해 연말 기본합의서 체결 계획에 따라 보류한 상태다.

투자자 측은 지난해 10월 21일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 지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ISD 절차 중 하나인 중재의향서가 접수된 후 4개월이 경과돼 국제소송 제기 요건도 완성된 상태인 것으로 제주도는 파악해놓고 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이번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 측은 국제소송 제기 기한인 올해 10월 이전에 국제투자분쟁센터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로 인해 80억 원의 소송 비용이 소요되는 등 예래단지 사태에 비춰보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예래단지와 달리 송악산 유원지 사업의 경우 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부결된 사안으로, 전임 도정의 ‘송악 선언’에 따른 후속조치 차원에서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등 보전방안을 구상하던 중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마라도해양도립공원을 확대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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