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힐스 제주CC 등 3곳은 전년대비 농약 사용 줄어
제주도, 향후 인센티브 적용 등 친환경골프장 확대 방침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에 있는 30곳의 골프장 중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골프장’이 단 1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지하수와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이와 같은 친환경골프장을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17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내 30곳의 골프장 중에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골프장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에코랜드GC 단 1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전년대비 농약사용량이 줄어든 ‘농약 사용 저감 우수골프장’은 레이크힐스 제주CC와 더시에나CC, 크라운 등 3곳으로 나타났다.
에코랜드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골프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의 조건 때문이었다. 2006년 에코랜드 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에코랜드 GC를 ‘무농약’으로 운영하는 것이 동의 조건으로 달렸고, 이에 따라 2009년부터 ‘무농약’ 골프장으로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
에코랜드에서는 당시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나서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제제로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되, 미생물제제만으로 잔디관리가 어려울 경우 골프장 운영을 중단한다”는 공증까지 했었다.
에코랜드GC가 이처럼 환경영향평가 협의 단계에서 ‘무농약 골프장’을 조건으로 단 것은 해당 골프장이 위치한 곳이 교래곶자왈 한 가운데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코랜드가 지속적으로 무농약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골프장 영업을 시작한 뒤 불과 1년이 지난 시점에 “무농약으로 잔디를 관리하는게 힘들다”며 제주도에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계획을 제출한 것이다.
에코랜드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계획을 제출하자 일부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은 “미생물제제로 골프장 관리가 불가능하면 골프장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골프장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며 반발하기도 했고, 도내 환경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결국 제주도는 에코랜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이후 에코랜드의 무농약 골프장 운영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잔디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했다. 이 ‘잔디관리 협의체’는 2018년까지 운영되면서 에코랜드의 무농약 골프장 운영을 도왔다.
에코랜드는 이 ‘잔디관리 협의체’가 해체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무농약으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전국 농약 미사용 골프장 3곳 중 한 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이 곳을 방문해 운영현황을 살펴보고, 도내 골프장을 친환경골프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사업 담당자는 “친환경골프장으로 운영하면서 흙냄새와 풀냄새, 신선한 공기 속에 일하는 종사자와 고객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농약을 쓰지 않으니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도로에 미꾸라지들이 나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생물제제 사용은 장마기간에는 일반 농약보다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도 관행보다 2~10배 이상 더 들어 경영에 어려운 점도 있다”며 “친환경골프장 확대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이에 대해 “지하수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보다 도내에 골프장이 많은 만큼 친환경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지하수 문제에 해답을 찾기 어렵다”며 “에코랜드GC 운영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다른 골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인센티브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친환경골프장 확대 정책을 펼치겠다”고 답했다.
도는 앞서 지난 11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본관 2층 백록홀에서 김성중 행정부지사 주재로 ‘지속가능한 친환경골프장 조성 전담조직(TF)’제1차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골프장 내 농약사용 저감 및 친환경골프장 확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각 부서별 추진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서는 △제주도-골프장 간 수질관리, 경관, 청정이미지 등을 위한 공동 노력 △관련 부서 간 협업체계 강화 △골프장 운영주체 참여 및 관리자 네트워크 구성 △해외사례 검토 △골프장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친환경골프장 조성에 따른 정책·기술적 지원방안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도는 향후 도내 골프장을 대상으로 친환경골프장인 에코랜드GC의 사례를 공유하고, 골프장 농약사용량 등 관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된 농약사용 저감방안을 알려 친환경골프장 전환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제주도내에서 이처럼 농약사용을 줄이려는 골프장이 있는 반면, 최근 방류수 수질기줄 위반으로 3곳의 골프장에 ‘하수도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행정처분이 이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