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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송악산 난개발 방지 찬물 ... "호텔, 난개발 아니다"?
제주도의회 송악산 난개발 방지 찬물 ... "호텔, 난개발 아니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5.1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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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제주도의 송악산 사유지 매입 예산안 심사
이정엽, 송악산 개발 옹호 ... "개발 못하게 묶어야하나?"
관련 용역서는 보전 가치 강조 ... 일대 지질 취약성도
송악산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송악산 전경. /사진=제주관광공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의회에서 각종 개발 압력에 시달려온 송악산 일대에 호텔 등의 숙박업소를 짓는 것이 ‘난개발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년 전 제주도의회가 관련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정권의 분위기와 시류에 따른 것”이라며 오히려 이 때문에 관광개발을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제주도가 뛰어난 경관적 가치와 학술적 가치는 물론 역사적 가치까지 갖고 있는 송악산 일대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일대 사유지를 매입하려고 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의회에서 송악산 일대 개발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난개발 방지 노력에 찻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의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 예산에 대해 일부 도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 역시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2일 오전 제416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갖고 제주도정을 상대로 올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제주도가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 등에 대해 심사했다.

이번 추경 예산안에는 특히 제주도정이 송악산 일대의 보전 등을 위해 인근 사유지 매입에 151억원을 반영한 부분이 있어, 심사 이전부터 도민들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날 심사에서도 이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립을 위한 예산안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특히 이와 관련해 이정엽 의원(국민의힘, 대륜동)이 송악산 일대 개발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 의원은 먼저 “제주도가 송악산 일대 사유지를 매입하려고 하는데, 여러가지로 잡음이 나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행정자치위원회 의원들과 송악산 일대를 둘러보기도 했는데, 거기를 애초에 관광지구로 지정을 했으면”이라며 말꼬리를 흐리 뒤 “그 일대는 이미 유람선이 다니고 관광지화가 돼 있다. 이것을 이제와서 (개발을 할 수 없게) 묶어야 하는 건가? (송악산 일대 개발이) 꼭 난개발인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송악산 일대에) 관광호텔이 들어서고, 유명세를 탔다면 어땠을까 싶다”며 “제주도가 이 부분에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이와 같은 발언은 수십년간 이어져 오다 최근 어느 정도 일단락 돼 가고 있는 송악산 난개발 논란을 다시 흔드는 모양세로도 비춰질 수 있다. 

제주도의회 이정엽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주도의회 이정엽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송악산 개발의 역사는 30여년 전인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당시 송악산을 중심으로 한 공군기지 건설이 추진됐다. 하지만 대정읍을 중심으로 공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공군기지 건설을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송악산 개발의 두 번째 움직임은 1999년이었다. 그 해 12월 제주도가 송악산 분화구 내부를 직접 개발하는 내용의 레저타운 개발사업을 승인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도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개발이 무산되고 말았다.

세 번째 개발 추진의 물결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이뤄졌다. 송악산 일대는 1995년 유원지로 지정된 바 있는데, 2013년부터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 측이 유원지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고,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송악산 일대의 훼손 및 경관사유화 문제로 환경단체 및 도민사회에서 거샌 반발이 일어났다.

사실상 송악산 일대에서 30여년간 이어져온 개발 움직임을 막아낸 것은 송악산 일대의 자연환경이 갖는 가치가 뛰어나고, 이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송악산 일대의 자연환경적 경관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점은 최근 마무리된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상생방안 용역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여기서는 이외에도 학술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 역시 뛰어난 수준 갖고 있어서 송악산 일대 보전 필요성이 강조됐었다.

용역진은 “제주도 서남부 일대는 바다와 해안 및 내륙에 다양한 종류의 경관자원들이 분포해 있고, 송악산은 이런 자원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특히 송악산 상부는 시야가 사방으로 열려 있어 제주 서남부의 대표적 명소들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송악산 자체도 화산활동의 결과를 관찰할 수 있는 이중분화구와 기암절벽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식에 등을 갖고 있어 경관적인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송악산은 가파도와 마라도 등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드문 장소로 그 가치가 매우 높으며, 일제동굴진지와 주변 일제 관련 문화유산으로 역사적·교육적 가치도 높다”고 언급했다. 또 “송악산의 이중분화구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다”며 학술적 가치도 인정했다.

송악산 일대는 이와 같은 높은 경관적·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임과 동시에 이와 같은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송악산을 포함한 주변 해안과 섯알오름 및 동알오름이 절·상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송악산 일대는 이와 같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일대 화산지형이 지진에 의해 무너지는 사례가 있는 등 지질적으로 외부 압력에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게 될 경우 송악산 일대 가치 보전에 심각한 악영향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이런 우려가 지속되면서 30년에 걸친 개발 역사 속에서 추진된 대부분의 대규모 개발 계획이 결국 취소됐으며, 제주도 역시 이와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사유지를 매입, 지역과의 상생 가능성을 고려한 보전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정엽 의원이 송악산 일대 개발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사실상 송악산 일대 난개발 방지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의원은 이외에도 송악산 일대 개발에 재동을 걸었던 2020년 4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 부동의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부동의는 사실상 송악산 일대 대규모 숙박업소으로 추진됐던 ‘뉴오션타운’의 건립을 좌초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의원은 당시 결정을 두고 “당시 시류나 정권에 따라 변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던 것 같고, 결국은 오늘 이 지경에 오게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비판과는 달리 당시 제주도가 올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은 환경영향평가 검토 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의견서가 누락되는 등 절차상 하자가 확인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이날 심의에서는 이외에도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을 위한 예산안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다수 나왔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은 현재 제주도정의 재정상황이 악화돼 가는 상황에서 송악산 사유지 매입을 꼭 현 시점에 해야하는 것인지를 꼬집었다. 이외에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을)은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 등으로 지정하면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아도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한동수 의원이 언급한 송악산 일대 문화재 지정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제주도의회에서 송악산 일대 사유지 매입 예산안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더군다나 난개발 방지 노력을 흔드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송악산 사유지 매입을 위한 예산안의 처리 향방은 미지수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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