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개렛 에반스 호주 전 외교부 장관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 개렛 에반스 호주 전 외교부 장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4.2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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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은 ‘동백꽃 지다’의 강요배 화백 … 제주4.3평화상위원회, 수상자 선정 발표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 장관을 지낸 개렛 에반스 교수(78)가 선정됐다.

특별상은 제주4.3의 실체를 미술작품으로 재현해 4.3 진상 규명에 기여해온 강요배 화백(71)이 수상하게 됐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위원장 강우일)는 지난 25일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를 선정, 당사자의 수락을 받고 최종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개렛 에반스 호주 전 외교부 장관(사진 왼쪽)과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강요배 화백.
제5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개렛 에반스 호주 전 외교부 장관(사진 왼쪽)과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강요배 화백.

# 국가폭력에 의한 대량 학살시 ‘민간인 보호’ 책임 국제규범으로 제정

개렛 에반스 교수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으로 변호사, 정치가, 외교관, 국제 활동가로서 호주의 국내 정치활동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와 국제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그는 캄보디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캄보디아 유엔 평화계획’(UN peace plan for Cambodia)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캄보디아의 평화를 정착시킨 파리 평화조약 체결에 기여했고, 이를 계기로 국가폭력에 의한 대량 학살이 발생할 경우 민간인 보호를 위해 유엔이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국제규범으로 만들어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20여 년간 일관되게 노력한 공로가 매우 크다.

핵무기 확산 방지와 화학무기 금지 등 평화를 위한 활동을 펼쳐온 그의 활약상도 눈여겨볼 보분이다.

그가 오스트레일리아 외교부장관 시절 발족시킨 ‘핵무기 폐기를 위한 캔버라 위원회’(Canberra Commission on the Elimination of Nuclear Weapons)는 이후 ‘핵 비확산을 위한 캔버라센터’(Canberra-based Centre for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 설립으로 발전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의장을 맡아 활동했다. 이와 함께 ‘국제화학무기금지조약’을 신속하게 체결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핵 확산 방지 및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시아 태평양 지도자 네트워크(APLN)를 창설,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APLN은 현재 20여 명의 전직 국가 원수를 포함해 100여 명의 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아시아지역포럼 등 국제공동체 수립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경제 번영을 위해서도 노력해왔다. 아세안 지역과 동아시아의 국제 협력을 위해 협력안보(cooperative security) 개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광범위한 활동과 함께 학문적 노력도 병행, 수많은 저서와 학술논문, 보고서를 출판해 왔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호주국립대 총장(Chancellor of 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을 역임했고, 현재는 호주 국립대 명예교수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프린스턴, 예일, 스탠퍼드 등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여러 대학에서 강연하며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멜버른, 시드니, 칼튼, 퀸스 대학교에서 명예박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제 관계와 협력, 인권 증진, 평화 정착 등에 기여한 그의 노력과 공로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호주를 비롯한 세계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상과 훈장 등을 수상했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개렛 에반스 교수의 이러한 노력이 제주4․3이 추구해온 평화, 인권, 민주 등의 가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 미얀마 사태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인권이 경시되고 국가 폭력이 만연한 오늘날 그의 제주4․3평화상 수상은 세계를 향해 매우 의미있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 강요배 화백, ‘동백꽃’을 제주4.3의 상징으로 만들어낸 작가

강요배 화백은 1952년생으로 제주 삼양리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을 시작하면서 역사적인 시각을 작품에 투영해내기 시작했다. 작품 <탐라도>(1982), <심경도>(1982), <장례명상도>(1983) 등을 통해 제주도의 아픈 역사와 현실을 구현하면서 줄곧 시대정신과 미학적 실천을 추구한 민중미술에 참여해 시대와 역사를 작품에 녹여냈다.

그는 1988년 <<한반도는 미국을 본다>>라는 주제의 동인전을 계기로 고향 제주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살아남은 사람들의 울분과 눈물, 그리고 침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소설가 현기영이 <한겨레신문> 창간기념으로 연재한 소설 <바람타는 섬>에 삽화를 그렸고, 이후 1989년 고향 제주에서 4․3유적지 순례를 마치고 4․3 연작을 시작했다.

3년 여의 작업 끝에 1992년 서울에서 <<제주민중항쟁사>>전을 열었다. ‘항쟁의 뿌리’, ‘해방’, ‘탄압’, ‘항쟁’, ‘학살’ 등 5개의 주제로 전시된 50점의 4․3 연작은 4․3을 전혀 몰랐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이후 1998년 <<4․3 50주년 기념 – 동백꽃 지다>> 전시회에는 여섯 번째 주제로 ‘동백꽃 지다 – 그 이후’ 14점이 추가되면서 4․3 연작은 64점에 이르게 됐다. 이 전시회는 제주도민의 저항과 처참한 비극을 드러내면서 특별법 제정 운동에 전국적인 동력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때부터 동백꽃이 4․3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4․3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다시 10년 뒤인 2008년에는 제주4․3평화기념관 개관기념 특별전 <<강요배의 4․3역사화 – 동백꽃 지다>>, 4․3 70주년인 2018년에는 <<메멘토, 동백>>전을 열면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작품이 거듭 추가돼 총 80여 점에 이르고 있다.

이후에도 1994년 제1회 4․3미술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4․3의 역사를 작품으로 다룸으로써 4․3 미술을 이끈 선구자이자, 4․3 미술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개관한 제주4․3평화기념관 상설전시실 아트워크 중 하나인 대형 벽화 <제주도민의 5․10>은 기념관 내부의 상부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그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당시 제주인들의 시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제주4․3평화기념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강요배 화가의 대작이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26년 동안 이어진 4․3 연작 전시를 통해 미술을 매개로 4․3의 실체를 생생히 알린 이래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요배 화백의 공적은 4․3평화상의 제정 목적에 부합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오는 5월 30일 오후 5시 메종글래드 제주 컨벤션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상식에 앞서 오후 3시에는 수상자들의 합동기자회견도 마련된다.

시상식에서는 제주4.3평화상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 5만 달러(한화 약 6600만 원),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 달러(한화 약 1300만 원)이 수여된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제5회 제주4.평화상에 선정된 수상자들을 통해 제주4.3의 가치와 정신뿐만 아니라 제주4.3평화상의 함의를 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4.3평화상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평화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4.3평화상 수상자인 개렛 에반스 교수는 오는 6월 2일 오후 3시 제주포럼 폐막 세션에 오영훈 지사의 특별대담자로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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