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31 (금)
"붉은바다거북이 이호해수욕장에서 죽은채 발견된 이유는?"
"붉은바다거북이 이호해수욕장에서 죽은채 발견된 이유는?"
  •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 승인 2023.04.2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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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남의 생태적 시선<6>

지난 4월 21일, 이른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울렸다. 고승희 제주자연의벗 운영위원이었다.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 사체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제주자연의벗은 1년 넘게 바다거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달려가 보니, 이호해수욕장의 문수물(용천수) 부근에 바다거북이 엎드려 죽어 있었다. 붉은바다거북 암컷 성체였다. 붉은바다거북은 몸집에 비해 머리가 크고 불그스름한 색깔을 갖고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부패가 매우 심하여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 4월 21일,이호해수욕장에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 암컷
▲ 4월 21일,이호해수욕장에서 발견된 붉은바다거북 암컷

제주시내에 있는 이호해수욕장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해양쓰레기를 치우는 분들이 상시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있기 때문에 붉은바다거북이 모래해변에서 발견된 것은 하루나 이틀 전이었음을 뜻한다. 즉, 붉은바다거북은 모래 해변위에 올라와서 죽은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죽은 이후, 밀물때 이호해수욕장에 떠밀려 온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붉은바다거북은 왜 여기에 죽어서 올라왔을까? 해경에 신고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이호해수욕장을 거닐던 한 할머니가 내게 물었다. 바다거북이 어떻게 여기에 있냐고? 그래서 말씀드렸다. 바다거북은 제주 해안에 살고 있다고. 할머니는 그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이었다.

그렇다. 바다거북은 제주 해안에 서식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총 7종의 바다거북이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 바다에는 5종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붉은바다거북,푸른바다거북은 제주 해안에 터줏대감일 정도로 많다.

▲ 붉은바다거북. 중문 해안에 산란을 한 종이다.
▲ 붉은바다거북. 중문 해안에 산란을 한 종이다.

그런데 매해 제주해안에서 붉은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등의 바다거북이 10개체 이상 사체로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들은 제주해안에서 먹이를 먹거나 쉬고 있다가 해양쓰레기를 잘못 먹거나 또는 폐그물에 걸리는 등 인위적인 이유로 죽어서 발견되고 있다. 지구 환경문제를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는 동물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붉은바다거북은 중문해안사구에 1998~2007년까지 4차례 산란을 했던 종이란 점이다. 국내 해안에 유일하게 산란하는 바다거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산란이 확인되지 않고 이렇게 사체로만 발견되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것 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은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달리기 경주)이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는 유명하다.(이 이야기처럼 느림보의 대명사가 거북이지만 바다거북은 물에서는 매우 빠르다.)

▲ 푸른바다거북(앞)과 붉은바다거북(뒤)은 제주 해안에 서식하는 종이다.
▲ 푸른바다거북(앞)과 붉은바다거북(뒤)은 제주 해안에 서식하는 종이다.

이처럼 거북은 우리 인식 속에 아주 친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동물이다. 거북은 육지거북,늪거북(민물거북),바다거북으로 나뉜다. 우리나라 육지에는 육지거북은 살지 않고 늪거북이 산다. 자라와 남생이가 그렇다. 그리고 우리나라 바다에는 푸른바다거북,붉은바다거북,장수거북,매부리바다거북,올리브바다거북 5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 붉은바다거북은 우리나라 모래해안에 알을 낳는 종이다. 하지만 1964년 해운대를 마지막으로 한반도 해안에서의 산란 기록은 끊겼고 대신에 제주 중문해수욕장에서 4번 알을 낳았던 기록이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제주도가 한반도에서는 유일한 붉은바다거북 산란지라고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16년 넘게 붉은바다거북은 산란하러 돌아오지 않고 있다. 바다거북은 자기가 태어난 모래해안을 정확히 기억하고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면 수천km를 이동해 다시 그 모래해안으로 돌아오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즉, 붉은바다거북에게 중문해수욕장은 어머니의 품이고 고향인 것이다. 붉은바다거북은 보통 13세 이상이 되면 알을 낳을 수 있다.

즉,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중문해수욕장에서 부화한 수백 마리의 붉은바다거북은 이미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알을 낳은 소식이 없다는 것은 산란지에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제주해안이 그들이 알을 낳을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자연의벗은 2022년 초부터 바다거북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2022년 모니터링에서도 바다거북의 산란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바다거북 모니터링과 함께 바다거북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 2022년 8월, 중문해수욕장 바다거북 방류 행사.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매해, 바다거북 새끼를 방류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들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 2022년 8월, 중문해수욕장 바다거북 방류 행사.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매해, 바다거북 새끼를 방류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들이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바다거북을 지키는 일은 비단 멸종위기종 한 종을 지키는 사명을 넘어선다. 바다거북의 서식지인 제주 해안을 지키는 일이고, 해양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일이다.



양수남의 생태적 시선

양수남 칼럼니스트

제주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대학원(수료)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 친환경농업 팀장
(현)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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