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2공항,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갈라 죽이려는 후안무치”
“제2공항,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갈라 죽이려는 후안무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4.23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주교 제주‧인천교구, 23일 독자봉에서 ‘제주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
황태종 신부 “주님을 만나고 발길 돌린 제자들의 모습에서 배워야” 강조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가 23일 오후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독자봉에서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를 갖고 생태계 질서 회복을 위해 평화를 모든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미디어제주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가 23일 오후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독자봉에서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를 갖고 생태계 질서 회복을 위해 평화를 모든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가 23일 오후 제주 제2공항 부지에 있는 독자봉에서 ‘제주의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를 갖고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입장문에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 속에서 제주가 간직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물질적‧경제적 자산 이상의 절대적 가치를 가진 보물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제주의 생태계 질서 회복을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오후 5시부터 독자봉 쉼터에서 열린 합동 미사에는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황태종 신부를 비롯한 위원 10여 명과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오병수 신부 등 가톨릭환경연대 제주녹색탐방단 30여 명이 함께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황태종 신부가 23일 독자봉에서 열린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천주교 제주교구 황태종 신부가 23일 독자봉에서 열린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미사를 집전한 황태종 신부는 강론에서 “지금 우리는 생명을 지킬 것이냐, 아니면 그 생명을 빼앗기고 우리 생명까지 잃게 되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면서 “생명과 평화의 길로 가는 기로에 서있는 만큼 오늘 복음에서 주님을 만나고 발길을 돌린 제자들의 모습에서 신앙인으로서 자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편지향 기도에서도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들은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탐욕으로 생태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는 제주를 돌봐줄 것을 간구하면서 “하느님의 손으로 빚으신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도우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쓰게 해달라”는 기도를 전했다.

또 이날 미사에 함께 참여한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신자들과 함께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기 위해 주님 뜻에 맞게 서로 연대하고 소통하면서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행하며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데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성령의 은총으로 함께 해줄 것을 기원했다.

아울러 “인간을 비롯한 모든 피조물이 바라는 세상은 파란 하늘과 맑은 숲,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모래밭”이라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망가지고 쓰러지고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신자들이 독자봉 전망대에서 제2공항 예정 부지 일대를 조망해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신자들이 독자봉 전망대에서 제2공항 예정 부지 일대를 조망해보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인천교구 환경사목부, 가톨릭환경연대는 미사 중 발표한 공동 입장문을 통해 애초 환경부에서 두 차례나 반려됐던 사항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타당성 검토가 미진한 상태에서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현재 공항만으로도 매년 1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고 있는 상황, 쓰레기와 넘쳐나는 오폐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주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는 국토부가 향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45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면서 제2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공항이 아니라 제주가 포화된 상태”라며 “제주의 환경이 연간 4500만 명의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 예정지에 농지와 마을의 수해를 막고 지하수 함양 역할을 하는 150여 개의 숨골이 분포하고 있고, 인근에 도내 최대 규모의 철새도래지가 있어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의를 통한 동의 과정도 없이 국토부가 제2공항을 강행하면서 지역 내 갈등이 8년째 계속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2공항의 군사적 사용 가능성과 필요성이 여전히 언급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두 교구는 “원의 군사기지인 탐라총관부 설치 이후 목호의 난을 겪었고 일제의 제주 군사기지화 이후 4.3의 참혹한 아픔을 겪어야 했던 슬픔을 아직도 겪어내고 있는 제주가 다시 열강의 세력 다툼 속에 군사기지가 되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두 교구는 이어 “제주가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켜내야 할 것은 제주다운 자연과 섬의 문화”라며 “제주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가 아니라 제주만이 가진 제주다움을 경험하고 배우러 오는 것이기 때문이며, 제주에 터를 잡고 살아갈 미래 세대 역시 지금 제주 그대로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두 교구는 제2공항을 ‘제주도민과 후손 대대로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와도 같은 천혜의 생태환경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 자신들의 천박한 속을 채우고 제주인에게 항상 소박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던 자연이라는 거위를 죽이려는 어리석으면서도 끈질긴 후안무치’에 비유한 뒤 “제주의 생태계 질서 회복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가 23일 오후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독자봉에서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를 갖고 생태계 질서 회복을 위해 평화를 모든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미디어제주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가 23일 오후 제주 제2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독자봉에서 생태환경 보전 기원 미사를 갖고 생태계 질서 회복을 위해 평화를 모든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미디어제주

한편 인천교구 탐방단은 23일부터 25일까지 2박 3일간 독자봉과 도내 순례길, 비양도 등 방문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제주교구와 인천교구는 지난 2018년 9월 두 교구간 생태환경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듬해 5월에는 인천교구 녹색 탐방단의 제주교구 순례길 및 현장 탐방, 9월에는 제주교구 생태문화 순례단이 인천교구를 방문해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또 오는 11월에는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인천교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은 ‘제주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의 입장’ 전문.

제주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의 입장

지난 3월 6일 환경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통보했으며 이에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기본계획 보고서’를 제주도에 보내고 제주도의 의견 제시 단계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환경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미흡하다며 2번이나 반려했던 사항(①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 및 서식지 보전, 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③ 법정보호종 관련, ④ 숨골 관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당성 검토가 미진한 상태에서 국토교통부의 일방적인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제주도는 현 공항만으로도 매년 1,5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고 있으며, 아름답고 깨끗함을 간직했던 제주는 쌓여가는 쓰레기와 넘쳐나는 오·폐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도내 봉개․동부․서부․우도 등 일부 매립장은 수용치를 넘은 지 오래이며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제주도의 뾰족한 방안도 아직 없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수요예측에 따르면 향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4,5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제2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공항이 아니라 제주가 포화’된 지금 제주도 환경이 연간 4,500만 명의 관광객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클 수밖에 없으며 이미 2019년에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 되돌아온 쓰레기 출처가 제주도로 밝혀지며 국제 망신을 산 바 있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의 환경문제는 차고 넘치는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성산읍을 예정지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환경문제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입지 예정지의 환경 훼손 문제는 제2공항 입지 선정이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국제기준의 공항 건설을 위해 예정지 주변 10개의 오름을 잘라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한, 사업 예정지에는 농지와 마을의 수해를 막고, 지하수 함양 역할을 하는 150여 개의 숨골이 분포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업 예정지 인근은 제주도 내 최대 철새도래지입니다. 이에 따라 조류 충돌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와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이 문제로 제기되었고, 이는 환경부가 입지가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던 사항입니다. 이 외에도 맹꽁이, 두견이, 남방큰돌고래 등 다수의 법정 보호종들이 제2공항 계획으로 인해 서식지 훼손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제2공항 예정지 발표 이후 도민사회는 공항 건설 찬·반 갈등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예정지 선정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전혀 듣지 않은 채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문제가 큽니다. 이는 토지수용 대상 지역 주민은 물론 피해지역 주민들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에 두 개의 공항을 짓는 계획 역시 과연 제주의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바람직한 정책인지 도민사회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협의를 통한 동의 과정이 부재한 상태에서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건설 절차를 강행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제2공항 문제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은 8년째 계속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피해지역 주민과 소위 수혜지역으로 인식하는 주민들 간의 갈등은 농촌공동체를 붕괴하고, 주민들 간의 신뢰 관계마저 잃게 하고 있습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비민주적 행태에서 기인한 결과입니다.

제주 제2공항 군사적 사용에 대한 가능성과 필요성이 언급되고, 심지어 공군에서는 제주도가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내놓으면, 이미 군 공항인 알뜨르 비행장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원의 군사기지인 탐라총관부 설치 이후 목호(牧胡)의 난을 겪었고, 일제의 제주 군사기지화 이후 제주 4·3의 참혹한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아직도 그 슬픔을 겪어내고 있는 제주가 다시 열강의 세력 다툼 속에 군사기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제주는 한·중·일 삼국의 갈등을 중재하고 동북아의 평화가 시작되는 평화의 섬이 되어야만 합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름, 곶자왈, 습지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화산섬의 지질적, 경관적,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과 람사르습지로 인증됨은 물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보물입니다. 제주 사람들은 협력과 배려의 수눌음과 공동체 문화로 돌과 바람만 많은 척박한 생활환경을 잘 이겨내며 만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주가 지금 미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켜야 할 것은 제주다운 자연과 섬의 문화입니다. 제주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가 아니라 제주만이 가진 제주다움을 경험하고 배우러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주에 터 잡고 살아갈 미래 세대 역시 지금 제주 그대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제주다울 때 가장 단단한 문화를 가질 수 있고, 문화가 단단하면 인간도 자연도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민과 후손 대대로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와도 같은 천혜의 생태환경의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어 자신들의 천박한 속을 채우고, 제주인에게 항상 소박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을 내어주던 자연이라는 거위를 죽이려는 어리석으면서도 끈질긴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소지(小智)와 소욕(小欲)에 대항하여 천주교 제주교구와 인천교구는 제주 생태계 질서 회복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2023. 4. 23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인천교구 환경사목부, 가톨릭환경연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