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9:34 (금)
제주 경제 커지는 동안, 외면하고 싶은 문제도 불어났다
제주 경제 커지는 동안, 외면하고 싶은 문제도 불어났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21 15:4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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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지구의 날 기획] ① 늘어난 인구, 커진 경제
동시에 쓰레기도, 분뇨도 더욱 넘처나 ... 환경문제 심화
2016년 건설폐기물만 125만톤 ... 음식물도 7만8천톤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폭발음이 들리고, 바다가 죽음에 물들었다. 1969년 1월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 해안, 1500만ℓ 이상의 원유가 바다에 쏟아지는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산타 바바라 남동쪽으로 약 13km 떨어진 해상에서 미국의 정유회사인 유니언 오일사가 폭발물을 이용해 시추작업을 하던 도중 파열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푸른 색이 넘실 거리던 풍경은 검게 물들었고,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기름에 뒤덮여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환경보호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생명의 죽음을 목도하고 나아가 지구의 죽음을 피부로 느낀 이들이 움직였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더해 원유 유출 사고로부터 1년이 지난 1970년 4월22일, 미국 상원의원인 게이로 닐슨 의원이 하버드 대학생 데니스 헤이즈와 함께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 발표에 힘입어 미국에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토론을 하고, 실천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매년 4월22일이 ‘지구의 날’로 불리기 시작했다.

최악의 환경재난 속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마음을 담은 ‘지구의 날’이 만들어졌지만, 그 후 50년이 지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인구에 쓰레기 문제가 심화되고, 각종 활동에 따라 탄소배출량 역시 급증하면서 기후위기의 심화를 불러오고 있다. 지구의 죽음은 더욱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와 같은 위기감은 제주에서도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각종 수치를 살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는 경제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지는 듯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는 물론 전 지구의 위기에 무게를 더하는 측면들이 심화된다. 

<미디어제주>는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제주에서의 통계수치를 통해 자연환경에 더해지는 악영향과 위기감을 한 번 더 고찰해보고자 한다.

◇ 늘어난 사람들, 커진 경제 규모와 풍요

30년 전인 1993년 외국인을 제외한 제주도내 주민등록인구는 51만584명이었다. 그 당시에는 해가 거듭된다고 해도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진 않았다. 그 다음해인 1994년에는 전년대비 3321명이 늘어난 51만3904명이 기록됐다.

거기서 또 1년이 흐르면서 인구는 4900명 가량 늘었고, 다시 1년이 흐르면서 4000명 가량이 증가했다. 1993년 이후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제주의 인구 증가량은 연간 3000명에서 4000명 안팎의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2010년 제주도내 주민등록인구는 57만1255명을 기록했는데, 그 다음해인 2011년에는 57만6156명으로 전년보다 4901명이 늘었고, 여기서 1년이 더 지난 2012년에는 전년대비 7557명이 늘어난 58만3713명의 인구가 기록됐다. 그 다음 1년이 지나는 동안에는 인구가 1만명 이상 늘어났다. 인구 증가의 규모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2014년에는 전년대비 인구가 1만3000명 이상 늘어나면서 주민등록 인구가 처음으로 60만명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제주 인구증가율이 전국평균보다 무려 16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말그대로 인구 폭증이었다. 그 후 인구는 더욱 늘어나 2023년에는 3월 기준 67만7031명이 기록됐다. 이는 외국인 인구를 뺀 것이다. 외국인 인구까지 더하면 2023년 3월 기준 제주에는 69만8752명이 살고 있다.

제주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노형동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는 노형동 전경. /사진=미디어제주.

늘어난 건 살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 수는 더욱 급격히 늘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000년 제주를 찾은 연간 관광객수는 내·외국인을 모두 더해 411만934명이었다. 그 다음해인 2001년에도 그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2001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419만7574명이다.

그 후 10년이 지난 2010년 제주를 찾은 연간 관광객은 757만8301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에 비해 346만명이 늘어난 수준으로, 약 1.8배가 늘었다. 하지만 관광객 숫자가 다시 두 배가 늘어나는데에는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6년에는 무려 1585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전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연간 1500만명 관광객 시대를 맞은 셈이다.

이처럼 제주도내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수 역시 크게 늘어나면서 제주는 유례없는 풍요의 시기를 맞았다. 2011년에는 6.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그해 전국평균 경제성장률 3.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2016년에는 무려 8%의 경제성장률이 기록되기도 했다. 그 해 전국 평균 경제성장률은 2.9%였다. 관광업에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호황이 더해진 결과였다.

그 후 건설업 및 부동산 침체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2020년 마이너스 6.6%의 경제성장률이 기록되긴 했지만, 제주의 경제는 2021년 관광산업의 호황으로 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1년만에 경제성장률이 10%p 이상 껑충 뛰었다. 

이처럼 제주의 인구가 늘고 경제 파이가 커지면서 제주는 풍요와 호황의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

◇ 감당해야할 쓰레기도 늘었고, 다른 것도 늘었다

제주의 인구 증가가 눈에 띄게 늘지 않고, 관광객 수도 주목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2003년, 제주에서는 연간 22만9329톤의 생활폐기물이 배출됐다. 사업장폐기물은 연간 7만1722톤이 배출됐고, 건설폐기물은 연간 67만6892톤이 나왔다. 이 폐기물들을 다 더하면 그 해 제주에서 배출된 폐기물의 양은 97만8000톤 가량이 된다.

그 후 10년이 지난 2013년 제주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은 35만9160톤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13만톤 가량이 늘었다. 사업장폐기물은 7만5190톤 수준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건설폐기물은 27만5000톤 가량이 늘어난 95만460톤이 기록됐다.

제주의 경제성장률이 최고점을 찍었던 2016년에는 어땠을까? 그 해 생활폐기물은 3년 전에 비해 12만톤 가량이 더 늘어난 47만6325톤이 배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전에 연간 13만톤이 늘어날 때는 10년이 걸렸지만, 그 이후 다시 비슷한 규모로 쓰레기가 늘어나는데에는 불과 3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2016년에는 사업장 폐기물도 눈에 띄게 늘었다. 3년 전에 비해 5만톤이 늘어난 12만8115톤이 기록됐다. 그 해 건설업이 최대 호황을 맞이했던 만큼 건설폐기물도 크게 늘었다. 그 해 1년 동안 배출된 건설폐기물의 양은 125만8520톤이었다. 2003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양이다. 더군다나 이 해에 배출된 건설폐기물의 양은 2003년 배출된 모든 쓰레기의 양보다도 무려 27만톤 가량이 더 많다.

이외에 생활폐기물에 속하는 음식물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23년 전인 2000년에는 1년 동안 4만7523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됐다. 하지만 제주 경제성장이 정점에 달했던 2016년에는 16년 전보다 약 1.6배가 늘어난 7만8767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됐고, 지난 2021년에는 좀더 늘어 8만3877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왔다.

2016년에는 이처럼 급속하게 증가한 쓰레기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기도 했다. 쓰레기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를 처리해야할 인프라 시설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제주사회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 문제가 지적되곤 했다. 한편에서는 관광업과 건설업 등의 호황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다만, 제주에서 발생하는 전체 폐기물의 양은 2016년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1년에는 1년 동안 제주에서 41만톤의 생활폐기물이 나왔고, 사업장 폐기물은 31만톤이 기록됐다. 건설폐기물은 99만톤이었다. 줄어들곤 있지만, 20여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더욱 외면하고 싶은 항목도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제주에서 배출되는 분뇨의 양도 늘고 있다. 1996년 제주의 하루 분뇨 발생량은 329㎘다. 하지만 그 후 20년이 지난 2016년 분뇨 발생량은 늘어난 인구와 관광객에 발맞춰 두 배 이상 늘었다. 2016년의 하루 분뇨 발생량은 790㎘ 수준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28만8350㎘의 분뇨가 제주에서 처리된 것이다.

이처럼 늘어난 쓰레기와 분뇨에 대한 처리 비용은 물론 제주사회가 감당해야할 사회적 비용 역시 크게 늘었다.

배출되는 하수와 오수의 양도 늘어나면서 제주도내 하수처리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처리되지 못한 오염된 물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를 오염시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제주가 겉으로 보이는 풍요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제주의 환경은 이와 같은 문제를 꾸역꾸역 눌러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풍요의 이면에는 다른 수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기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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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숙 2023-04-21 17:01:11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우리 모두 실천해야할 때입니다. 좋은기사 감사드립니다

임승범 2023-04-21 15:58:58
제주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정리 및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