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0:21 (목)
죽어가는 제주 곶자왈, 깊이 들어갈수록 쇠퇴 정도 ‘심각’
죽어가는 제주 곶자왈, 깊이 들어갈수록 쇠퇴 정도 ‘심각’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21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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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곶자왈, 부러지고 죽은 나무 상당수 확인
나무 껍질 벗겨지고 영양 공급 어려움, 결국 고사
곶자왈 안으로 쇠퇴 정도 상당 ... "조치 필요"
20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나무의 상당수가 부러지거나 메말라 있는 모습이 확이노디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나무의 상당수가 부러지거나 메말라 있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미디어제주>가 이미 한 차례 보도했던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의 쇠퇴 정도가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넓은 면적의 숲에서 나무가 죽어가면서 부러지고 쓰러지면서 점차 황폐화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저지곶자왈에 많이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인 개가시나무 역시 고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숲이 황폐화되고 있는 것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일부에서는 말 방목에 의한 피해를 주요 원인으로 내놓고 있다. 

<미디어제주>가 21일 오전 저지곶자왈을 확인한 결과, 곶자왈의 특정 지역에서 상당히 많은 나무의 수피가 벗겨지고 말라 죽어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미 죽어 부러지거나 쓰러진 나무의 수도 상당했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도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저지곶자왈을 지나는 제주올레 코스를 따라 나무들이 상당부분 부러지거나 꺾여 메마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번 현장 확인에서는 올레길을 벗어난 숲의 안쪽까지 나무들이 메마르고 죽어 부러진 모습이 나타났다.

21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나무의 상당수가 부러지거나 메말라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나무의 상당수가 부러지거나 메말라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나무의 상당수가 부러지거나 메말라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나무의 상당수가 부러지거나 메말라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죽어가는 나무들은 공통적으로 나무의 껍질이 벗겨진 상태였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낙엽활엽수의 경우는 나무 전체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물관이 나무의 껍질 등에 많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게 되면 영양분의 공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나무가 점차 메마르고, 종국에는 죽게 된다. 죽지 않더라도 나무가 약해진 상황에서 강한 바람 등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흔하게 관찰됐다.

이외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 지정된 개가시나무 역시 수피가 벗겨지면서 위기에 처한 상태다. 개가시나무의 경우 보전을 위해 그 주변 반경 35m 일대가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으로 지정되지만, 개가시나무는 물론 그 인근의 나무들 역시 껍질이 벗겨져 점차 메말라가거나, 부러지고 있었다.

21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개가시나무의 껍질이 상당부분 벗겨져 있다. 일부 나무의 경우 껍질이 벗겨지게 되면 영양분 공급에 문제가 생겨 말라죽거나 부러지게 된다.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에서 자라고 있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개가시나무의 껍질이 상당부분 벗겨져 있다. 일부 나무의 경우 껍질이 벗겨지게 되면 영양분 공급에 문제가 생겨 말라죽거나 부러지게 된다. 사진=미디어제주.

이와 같은 숲의 쇠퇴에 대해서는 곶자왈을 지나는 올레길을 방문한 올레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달 저지곶자왈을 찾았던 올레꾼 A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지곶자왈을 찾았는데, 지난해에는 비교적 풍성해보이고 생태계가가 잘 어우러져 있는 듯한 모습의 곶자왈이 올해는 나무가 많이 부러지고 울창함도 사라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숲의 쇠퇴에 대해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되고 있다. 저지곶자왈 내에서 시험림을 관리하는 산림청 산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는 곶자왈에 대한 인위적인 훼손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사람의 통행 및 말의 방목,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줘 숲이 점차 쇠퇴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람들이 자주 통행하고 말이나 소 등도 다니다보면 숲에 공간이 생기고, 공간을 통해 바람이 더 많이 불어오면서 숲의 습도가 변하고 주변 나무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방목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키가 작은 나무는 물론 숲 전체의 생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숲이 도태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21일 저지곶자왈 내부 나무 중 일부에서는 최근 껍질이 벗겨진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아울러 방목된 말의 이발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들도 나타나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저지곶자왈 내부 나무 중 일부에서는 최근 껍질이 벗겨진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아울러 방목된 말의 이발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들도 나타나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저지곶자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해 온 이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김형운 곶자왈모니터링단 단장은 특히 말의 방목이 숲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단장은 “말의 경우 파릇파릇하게 올라오는 새순은 물론 나무의 껍질 등도 뜯어 먹는데, 낙엽활엽수의 경우 이처럼 껍질이 벗겨지면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며 “방목의 정도가 숲이 자연치유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훼손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그러면서 “숲의 회복을 위해서는 방목의 정도를 줄이고 숲이 자연 그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곶자왈 내부에서 확인한 나무들에서는 껍질이 벗겨진 나무들에서 이빨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외에 나무가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경우 새로 싹을 틔우는 ‘맹아’ 역시 자라난지 얼마 되지 않아 뜯긴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말 등의 출입이 막힌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시험림과의 차이에서 더욱 극명하게 확인되기도 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시험림의 경우에는 말 등의 출입을 막기 위해 경계를 따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이 철조망 경계 안쪽으로는 햇빛도 쉽사리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경계 밖으로는 매마른 나무가 상당수였다.

산림청 산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시험림(왼쪽)과 일반 사유지(오른쪽)의 경계지점. 시험림의 경우 나무가 매우 울창하게 자라 있지만, 일반 사유지 부분은 나무들이 눈에 띄게 메말라 있는 것이 확인된다. /사진=미디어제주.
산림청 산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시험림(왼쪽)과 일반 사유지(오른쪽)의 경계지점. 시험림의 경우 나무가 매우 울창하게 자라 있지만, 일반 사유지 부분은 나무들이 눈에 띄게 메말라 있는 것이 확인된다. /사진=미디어제주.

이와 같은 곶자왈의 쇠퇴를 막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인 제주도의 보전 의지가 중요하지만, 정작 제주도는 곶자왈 보전과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는 특히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보전관리방안 마련을 위해 2015년 관련 용역까지 진행했지만, 곶자왈 내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 막혔고, 그 후 아직까지 곶자왈 보전을 위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다만 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최근 제주도의회의 도정질의 과정에서 올해 곶자왈 보전을 위한 예산을 편성함과 동시에 관련 조례안을 5월 중에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항후 곶자왈 보전에 대한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나타날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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