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제주 곳곳 정당 현수막, 연간 수백톤 탄소 배출 '기후악당' 질타
제주 곳곳 정당 현수막, 연간 수백톤 탄소 배출 '기후악당' 질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10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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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우후죽순 현수막에 탄소배출 상당한 수준
재활용도 잘 안돼 ... 대기오염에 토양오염도 우려
제주도의회서도 "각종 문제 ... 스스로 자제해야"
제주도내에서도 많은 인구가 오가는 신제주로터리에 설치된 한 정당의 현수막.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도내에서도 많은 인구가 오가는 신제주로터리에 설치된 한 정당의 현수막.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 곳곳에 무분별하게 게시되는 현수막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난립되는 현수막이 연간 400톤이 넘는 탄소를 배출하고, 쓰레기 배출에 대기 및 토양오염까지 일으킬 수 있는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기후악당’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현재 제주 곳곳에는 제주도내 온갖 정당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주요 도로 및 교차로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출입이 많은 건물 앞과 관공서 앞, 심지어는 학교 인근에도 온갖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수막은 도심지를 벗어난 곳까지 점령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인근의 1100도로와 5.16도로 상에서도 나무들 사이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 바 있다.

이처럼 우후죽순 현수막들이 내걸리고 있는 것은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 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됨에 따른 것이다.

해당 법률의 제8조 8항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정당의 명칭과 정당 연락처, 설치업체 연락처, 현수막 게시 기간 등과 함께 현수막을 통해 15일 이내로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다. 현수막의 숫자에도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이 법이 시행된 지난해 12월부터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하면서 불과 몇개월만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 현수막들이 걸리면서 차량의 통행문제와 보행자 안전문제 등이 불거졌다. 도시의 경관 문제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가 갖고 있는 관광지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더해 현수막이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더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플라스틱 합성섬유가 주성분인 현수막 한 장이 만들어질 때 약 2.37kg의 탄소가 배출된다. 여기에 현수막에 온갖 염료 등이 더해지면서 재활용도 힘들어,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폐현수막은 전체의 3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활용되지 못한 현수막은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 등의 유해물질이 대기 중에 노출되거나, 토양 등에 스며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당 현수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전인 지난해에도 제주시에서만 약 20만개의 현수막이 수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거된 현수막만 따져도 지난해 무려 474톤의 탄소가 현수막으로 인해 만들어진 샘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나무 한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약 8~9kg이다. 이를 고려할 때, 지난해 수거된 현수막에서 배출된 탄소를 처리하기 위해서 무려 5만2000~5만9000그루의 나무가 1년 동안 탄소를 흡수해야 한다.

옥외광고물법의 시행에 따라 사회적문제가 될 정도로 현수막이 급속히 늘어난 올해는 이보다 상황이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당 현수막은 신고도 따로 할 필요가 없이 요건만 갖추면 정당이 마음대로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시의 관할부서에서도 얼마나 많은 현수막이 걸리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보다 더욱 많은 양의 탄소배출은 물론 대기오염과 토양오염 등의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년 총선인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 현수막이 더욱 많이 생겨나면서, 이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도 현수막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장은 10일 제41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통해 “한쪽에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는데, 한쪽에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현수막 공해가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장은 “주요 교차로와 도로변에 도배된 정치관련 현수막에 도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며 “이들 현수막은 도시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환경오염까지 일으키고 있다.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늘어만 가는 현수막 문화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자제하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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