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우리 아이들이 건축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건축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4.10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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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앞두고 학교 공간 변화 불가피
영주고, ‘사용자 참여 설계’ 맞춰 건축 탐방
“학생들의 의견 듣고 설계에 반영할 예정”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고교생들은 오는 2025년부터 낯선 교육환경을 벗 삼아야 한다. 다름 아닌 ‘고교학점제’다. 올해 고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2년 뒤인 3학년에 이 제도를 맛보게 된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한 교실에서 수업받던 풍경도 옛일이 되고 만다. 그만큼 학교 현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맨 먼저 바뀔 풍경은 뭘까? 아무래도 공간 변화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각급 학교는 공간 변화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우선 영주고등학교의 움직임에 눈길이 간다. 영주고는 학교공간 변화를 위해 분주하다.

영주고는 지난 7일 제주 도내 주요 건축물을 탐방하며, 건축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고교학점제를 3학년에 맞이할 1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날 탐방에 참여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탐방에 참여한 이들은 제주현대미술관, 이타미준뮤지엄, 방주교회, 본태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건축에 눈을 떴다.

이타미준뮤지엄을 둘러보고 있는 영주고 학생들. 미디어제주
이타미준뮤지엄을 둘러보고 있는 영주고 학생들. ⓒ미디어제주

특히 이날 탐방은 ‘사용자 참여 설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학교 공간은 사용할 이들, 즉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시선을 담는 일이 중요하다. 공간을 쓸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기 위해 이날 탐방이 이뤄졌고, 설계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영주고 이동성 교장도 이 점을 강조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공간을 설계해보려고 탐방을 잡았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공간을 만들게 되면 애정도 묻어날 겁니다.”

‘사용자 참여 설계’는 쉽지는 않다. 학생들이 건축 수업을 받아야 하고, 직접 의견을 내기도 한다. 기존의 일방적인 설계 방식과는 다르다. 그러기에 더 많은 절차가 요구된다. 영주고는 아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기 위해 사용자 참여 설계를 택했고, 건축 탐방도 진행했다. 이날 건축 탐방은 탐라지예건축의 권정우 소장이 진행했다.

교사들도 적극적이다. 고경환 교사는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한 건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해본 건 처음입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보고서를 쓰라고 하면 잘 쓰지 않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열심히 자료를 쓰고 있더라고요. 아이들끼리 건축물을 보면서 서로 얘기도 하더군요. 어떤 학생은 제게 사각형 교실이 아닌, 다른 모양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어요.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도 듣고, 설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아이들에겐 이날 탐방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험이 됐다. 권정우 건축가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며 건축은 무엇인지, 공간은 무엇인지, 학교 공간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만든 자리였다. 건축에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들은 이날 탐방의 소감도 전했다.

“사실 건축에 별로 관심은 없었는데 건축 탐방을 와서 건축의 매력을 봤어요. 저는 의식주만 해결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탐방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보고, 미(美)를 보게 됐어요. 이타미준의 작품은 흑백과 모던이 보였어요. 그의 작품 중에 ‘여백의 집’은 나무를 베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디자인을 했는데, 좋았어요. 학교 공간도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강효진 학생)

사용자 참여 설계를 앞두고 건축 탐방에 나선 영주고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방주교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용자 참여 설계를 앞두고 건축 탐방에 나선 영주고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방주교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현대미술관 공간이 마음에 들었어요. 기획 전시실에 난간이 있는데, 작품을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해석을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어요. 작품의 웅장함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이죠. 이것처럼 영주고의 학교 공간도 학생들이 다 보일 수 있게, 학생들이 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도록 건축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김진범 학생)

“이타미준 작품은 빛과 그림자를 잘 활용하는 모습을 봤어요. 우리 학교에도 이런 점이 적용된다면 정말 예쁘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던하면서도 예쁘게, 우리 학교 공간도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우리가 사는 아파트라는 공간은 너무 고정적이고 변화가 없는데, 영주고 공간은 저희들이 생각이 잘 적용됐으면 합니다.” (김승혁 학생)

건축물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높이는 의외로 높았다. 건축을 이미 공부해온 것처럼 답변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건축 탐방이 건축에 대한 생각을 깨우치는 기회가 됐음은 물론이다. 탐방을 마친 아이들은 앞으로 학교에서 건축을 배워간다. 그리고 자기가 활동할 공간을 만들게 된다. 앞으로 2년 후에 쓸 자신들의 공간이기에 더 관심을 갖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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