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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마음 헤아리지 못해 죄송 … 작은 위로나마 받으시길”
“유족들 마음 헤아리지 못해 죄송 … 작은 위로나마 받으시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4.0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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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재심 재판부, 일반‧군사재판 수형인 64명 전원 무죄 선고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1947년 6월부터 제주4.3을 전후한 시기에 무허가 집회 등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폭도로 몰려 형무소에 수감됐던 일반재판 피고인 4명과 군사재판 수형인 60명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재판장 강건)는 4.3 추념식 다음날인 4일 오전 열린 일반재판 재심 재판에서 故 윤일관씨(1929년생) 등 4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희생자 4명은 무장대에 식량과 목화 등을 제공하거나 해안으로 도피,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등 정부 계획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과 징역 2~3년형을 받은 바 있다.

변호인측은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일관되게 범죄 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검사들도 공소 사실을 유죄로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사측도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 회복과 불행한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해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어떤 증거도 없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명예가 회복된 희생자들 중 2명은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됐고,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출소 후 타지에 혼자 어렵게 지내다 고향으로 돌아온 박정생씨는 가족들과 함께 살다가 여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허가 집회를 이유로 벌금 200만원 선고를 받았던 故 윤일관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 국가유공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될지 모르지만 망인들의 영혼들이 안식할 수 있기를, 긴 세월동안 깊은 고통과 설움 속에 살아가면서 한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한 일가친지들이 ‘망인은 무죄’라고는 기억을 새롭게 해 작은 위로나마 받으시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지난달부터 4.3 재심 재판부를 맡은 강건 부장판사는 2주 전 재심에서 선고기일을 따로 잡겠다고 한 데 대해 “하루라도 빨리 무죄 판결을 받아 위로받고 싶었던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한편 이날 군사재판 수형인 60명과 일반재판 수형인 4명이 무죄 선고를 받아 지금까지 무죄가 선고된 재심 피해자는 모두 701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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