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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빈약한 635자 4.3추념사 ... 뜬금없는 내용도?
윤석열 대통령 빈약한 635자 4.3추념사 ... 뜬금없는 내용도?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4.03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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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추도사, 빈약한 내용 빈축
이전 추념사와 비교해 4분의1 수준 ... 내용도 원론적
4.3 관련없는 IT기업 유치도 언급 ... 여당 지도부는 불참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열린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4.3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이날 추념사는 글자 수만 635개에 불과한데다 내용적으로도 빈약한 수준을 보여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열린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4.3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이날 추념사는 글자 수만 635자에 불과한데다 내용적으로도 빈약한 수준을 보여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 거행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이 이뤄진 것에 더해 대통령의 추념사까지 매우 짧은 분량에 원론적인 내용만 언급되는 등 빈약한 수준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말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외교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에는 참석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데다, 여당도 지도부가 4.3추념식에 불참하는 등 4.3을 등한시 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부터 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거행된 가운데, 이날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통상적인 업무를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념식 현장을 방문, 윤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며 “무고한 4.3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입니다”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제주 관광 활성화와 IT 기업의 유치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제주를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와 함께하는 격조 있는 문화 관광 지역, 청정의 자연과 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 드렸다”며 “제주를 품격 있는 문화 관광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콘텐츠 시대”라며 “IT 기업과 반도채 설계 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제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윤 대통령의 추념사는 띄어쓰기를 포함해 모두 802자에 불과했다. 띄어쓰기를 빼면 글자수가 635자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용된 단어도 192개뿐이다.

더군다나 내용의 절반이 제주관광과 IT 기업 유치 등을 언급하는 등 4.3과는 관련 없는 내용으로 채워지면서 ‘성의 없는’ 추념사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더군다나 4.3과 관련된 부분 역시 “희생자의 넋을 기리겠다”는 수준의 매우 원론적인 내용들만 있었으며, 4.3과 관련돼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4.3 왜곡과 관련해 지적하는 내용도 전혀 없었으며, 최근 유족 및 도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4.3특별법 개정 등 4.3의 완전한 해결과 관련해 의미있는 부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추념사는 이전 정부의 추념사와 비교해도 내용이 빈약함이 눈에 띌 정도로 드러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을 때 “4.3희생자와 유가족 분들은 통곡의 세월을 간직한 채 ‘이 땅에 봄은 있느냐?’고 70년 동안 물었다. 저는 여러분에게 제주의 봄을 알리고 싶다. 비극은 길었고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픔은 깊었지만, 유채꽃처럼 만발하게 제주의 봄은 피어날 것”이라고 운을 떼며 추념사를 시작했다.

이어 희생자 및 유족들과 도민들이 4.3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언급하며 상당한 분량에 걸쳐 4.3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해와 상생, 인권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와 같은 추도사는 당시 많은 도민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이 때 추념사는 약 2700자 가량이었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한 2019년 제71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의 추념사 역시 “폐허와 좌절을 딛고 평화로운 제주를 재건한 도민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말로 시작되며 4.3이 제주에 끼친 상처와 아픔, 이를 치유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 등이 1500자 상당의 분량에 걸쳐 언급됐다. 4.3 이외의 내용은 일절 언급돼지 않았다.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추도사에서도 ‘진실’과 ‘화해’가 강조되며 4.3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가 강조됐으며, 4.3 보상금 문제 해결을 위한 4.3특별법 개정과 4.3수형인 재심, 희생자 및 유족 추가 신고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분량도 3200자 가량으로 상당했다.

반면 이번 추념사는 이전 추념사들과 비교해 분량부터 3분의 1에서 4분의 1에 불과한데다, 더군다나 4.3과 관련 없는 내용으로 채워지면서 일각에서는 4.3추념사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약 발표 자리처럼 보였다”는 질타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와 같은 짧은데다 내용적으로도 빈약한 추념사는 최근 윤 대통령의 일정과 더해지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방일 및 방미 일정 조율 등을 이유로 4.3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즉 ‘바빠서 참석이 힘들다’였다.

하지만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올해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시구에 나서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프로야구 시구에 나설 시간은 있으면서 국가추념일 추념식에 참석할 시간은 없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빈약한 추념식 추념사가 더해지면서 4.3을 등한시하는 듯한 모습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여당 측에서도 최근 4.3왜곡 움직임에 대해서 아무런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고 있지 않은 가운데, 지도부 역시 4.3추념식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 등에서는 모두 당대표가 4.3추념식에 참석한데다, 3일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4.3희생자 및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를 찾으면서 현 정부 및 여당이 4.3을 가볍게 대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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