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4.3과 신앙인의 삶’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 성황
‘제주4.3과 신앙인의 삶’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 성황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3.29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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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우 주교 “4.3을 진정으로 기억한다면 희생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이규배 전 4.3연구소 이사장 “4.3은 불의에 대한 저항” 공산폭동론 일축
‘제주4.3과 신앙인의 삶’을 주제로 한 제2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29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렸다. ⓒ미디어제주
‘제주4.3과 신앙인의 삶’을 주제로 한 제2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29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렸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과 신앙인의 삶’을 주제로 한 제2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회사목위원회가 29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개최한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는 제주교구 내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각 본당 사목회 임원들과 신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또 송재호 국회의원과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제주도의회 김대진, 김황국, 박호형, 이상봉, 정민구, 한권, 홍인숙 의원과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규배 전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이  ‘일그러진 권력, 그리고 4.3’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규배 전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이 ‘일그러진 권력, 그리고 4.3’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먼저 ‘일그러진 권력, 그리고 4.3’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이규배 전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4.3을 폄훼하는 현수막으로 도민사회 공분을 사고 있는 ‘공산폭동’ 주장에 대해 “공산폭동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뭐냐”며 “4.3 봉기가 공산폭동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반대로 근거가 없다면 공산폭동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4.3이 발발하기 전 미 군정 발표나 언론 보도 등 내용을 보면 제주는 하나같이 만인이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 지주가 없고 소작농이 없는 곳으로 표현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그는 당시 남로당의 전위조직이었던 전평(전국노동조합전국평의회)이나 전농(전국농민조합총연맹) 등 단체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청년조직과 부녀조직이 전부였던 제주는 가톨릭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가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었을 것”이라는 말로 제주가 평화로운 곳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1947년 3.1절 발포사건부터 4.3 무장봉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1948년 4월 2일까지 관덕정 발포사건과 고문치사 사망자, 고문과 총상, 테러, 약탈, 입산자와 밀항자가 속출하는 동안 경찰이나 서청의 피해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이 전 이사장은 당시 미 군정 관계자나 미 육군 사령부, 미 군정의 제이콥스 정치고문관 등 고위 관료, 김익렬 9연대장이나 남상휘 해군사령관, 백선엽 등이 모두 한결같이 ‘외부 지원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했던 부분에 주목했다.

반면 그는 “사료를 통해 드러난 증거들을 살펴보면 당시 제주는 평화롭고 평등한 곳,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곳이었으며 폭동이나 혁명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주인들이었다”면서 “제주에서 4.3 봉기가 일어나게 된 것은 오로지 불의에 대한 저항, 가혹한 탄압과 진압으로 일관한 공권력 때문이었다”고 지적, ‘공산폭동’ 주장을 일축했다.

무장대의 삐라에도 다른 지역의 혁명조직이 내걸었던 계급 갈등의 문제는 공산주의 혁명 구호, 특히 ‘공산당 선언’에 등장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 등의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점을 들기도 했다.

문창우 주교가 ‘제주4.3의 기억과 미사’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제주
문창우 주교가 ‘제주4.3의 기억과 미사’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제주

이어 두 번째 기조강연에 나선 문창우 주교는 ‘제주4.3의 기억과 미사’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우선 희생자와 유족들의 목소리, 생명을 부여하고 생명을 느끼게 했던 이 땅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주교는 이어 “그들을 희생으로 몰고 간 사람들과 방관한 자들에게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이 땅에 태어나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피할 수 없이 75년 전 그날의 신음ㅇ르 듣는 자리에 초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우리가 모두 이 날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우리도 언제든 폭력자로 변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사는 것”이라면서 ‘경청’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특히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불평불만으로 가득하고 미움이 커져가는 듯 보이는 것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4.3을 기억하는 것은 희생자들을 ‘희생자’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그는 “희생자들만이 아니라 오늘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면서 “지금도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슬픈 인들에 대해서도 4.3에서 영감을 받아 해결해야 하며, 그 시작은 진정으로 그들의 소리를 듣는 일에서부터”라는 당부를 전했다.

특히 문 주교는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는 마음으로 4.3과 희생자들을 기억한다면, 희생자들에게서 자신을 희생의 몸으로 내놓은 예수님의 마음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4.3이 우리에게 조국을 위한 희생 제사가 되는 사건이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희생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만이 4.3을 진정으로 기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4.3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 땅과 그 위에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라며 신앙인으로서 스스로 자신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명의식을 갖고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민중가수 최상돈의 노래 공연과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이 끝난 후 포럼 참석자들은 4.3평화공원 내 위령광장으로 이동, 헌화와 참배를 한 뒤 위령기도를 바치면서 4.3 영령들을 위로했다.

문창우 주교와 이규배 전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의 기조강연 후 진행된 대담 모습. ⓒ미디어제주
문창우 주교와 이규배 전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의 기조강연 후 진행된 대담 모습. ⓒ미디어제주
제2회 기쁨과 희망 포럼 참가자들이 4.3 위령제단으로 이동, 헌화와 참배를 한 후 위령기도를 바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2회 기쁨과 희망 포럼 참가자들이 4.3 위령제단으로 이동, 헌화와 참배를 한 후 위령기도를 바치고 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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