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4.3 '허위 사실' 현수막 문제없다는 선관위, 가중되는 논란
제주4.3 '허위 사실' 현수막 문제없다는 선관위, 가중되는 논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3.23 15: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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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선거법 및 공직선거법에 따라 "문제없다" 판단
허위 사실 포함돼도 내용 문제 삼지 않아 ... 형식만 따져
지난 22일 제주시 명림로 4.3평화공원 및 행방불명인 위령비 입구 인근에 "제주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22일 제주시 명림로 4.3평화공원 및 행방불명인 위령비 입구 인근에 "제주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극우 성향의 정당과 단체 등에서 제주4.3을 왜곡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제주도내 곳곳에 게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을 보이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가가 인정한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음에도, 그 내용과는 상관없이 사실상 형식적인 부분만 살펴보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와 관련한 비판의 말들도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난 21일부터 도내 곳곳에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4개 정당 명의로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현수막에는 4개 정당만이 아니라 후원단체로 자유논객연합의 이름도 올라가 있다. 모두 극우 성향의 정당 및 단체들이다.

이들이 현수막을 내 건 것은 지난해 6월 ‘옥외광공물 등의 관리와 옥외 광고산업 진흥애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현수막의 설치 기준을 대폭 완화됐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해당 법률의 제8조 8항에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정당의 명칭과 정당 연락처, 설치업체 연락처, 현수막 게시 기간 등과 함께 현수막을 통해 15일 이내로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다.

여기서의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은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다른 활동에 국한된다.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는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지지 및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의견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홍보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된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현수막에 내걸린 내용을 이 정당법에 비춰봤을 때 ‘통상적인 정당활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및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다. 아울러 그 내용에 대해 “역사적 사안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그 내용의 진위 여부나 그 내용이 사회에 미칠 파장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이번 현수막 내용의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은 것은 공직선거법 상 현수막의 내용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게시된 현수막 등 광고물의 내용 진위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 지 여부만 따진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선거에 나선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이 공표됐을 때만 성립된다.

즉 정당의 현수막이 게시될 때 선거에 나선 후보자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면 현수막에 거짓된 내용이 담기더라도 선관위는 문제삼지 않는 것이다. 이 점이 이번 사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로 이번에 현수막에 내걸린 내용은 국가가 인정한 4.3특별법에 나온 4.3의 정의 및 국가에 의해 정식적으로 채택된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에 나온 내용과 반하는 것이다. 국가가 사실이라고 인정한 부분에 반하는 내용을 현수막에 담아 게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허위사실을 통해 제주도민과 희생자 및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 입장에서는 해당 내용이 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이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즉 현수막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형식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선관위가 관련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정당법은 정당 정책을 선전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정당이 할 수 있는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 현수막은 정당의 통상적인 활동도 아니고, 국가가 결정한 4.3과 관련된 내용을 폄훼하는 거짓 선전이다. 도민과 국민을 분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보여지고,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지 않을 수 도 있는데 너무 폭넓게 해석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도내 한 변호사 역시 이번 현수막의 내용과 관련해 "허위사실로 정당의 정치적 정책도 될 수 없고, 찬반 논의가 열려 있는 정치적 현안으로 볼 수도 없음에도 선관위가 법령을 폭넓게 해석한 것 같다"는 지적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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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리나 2023-03-24 09:43:53
선관위가 미쳤구나..
허위사실인데 상관없다니..
만약 후보가 저런 말 했으면 당선 무효수준의 허위사실 유포인데 이게 문제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