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건축 설계 심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심사는 지난 13일 치러진 ‘삼양초 그린스마트스쿨 조성사업 설계 제안공모’였다.

삼양초 그린스마트스쿨은 국비를 투입, 40년 된 학교 건물을 변모시키는 사업이다. 설계와 공사비를 포함해 184억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삼양초 본관 일부와 특별교실동 전부를 철거, 새로운 학교로 바꾸게 된다.

이 사업은 일반적인 설계경기와 달리, 건축 설계의 경험과 역량을 강조하는 ‘제안공모’로 치러졌다. 11곳의 업체가 제안공모에 응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제안공모는 제안을 한 업체가 어떤 업체인지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형태로 심사가 이뤄졌다. 블라인드 심사여서 심사위원들은 발표를 하는 업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이번 심사는 유튜브(www.youtube.com/watch?v=Ksnh6jTIw4s&ab_channel=공공건축제주)로도 생중계하면서 제안공모의 중요성은 물론, 심사 과정에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보였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블라인드로 진행되는 심사 중간에 유튜브를 통해 특정 건축사사무소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댓글이 달리면서다. 실시간 채팅으로 달린 댓글은 사전기획용역에 참여한 건축사가 참여한 점을 문제 삼았다.

댓글은 “사전기획자 용역을 수행한 건축사가 본 심사에 참여한 것은 공정과 투명성에 위배되는 사항이 아닌지…”라는 내용은 물론, “사전기획을 진행한 업체가 참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는 내용이다. 댓글의 내용은 사전기획용역 참가자의 제안공모 참여는 형평성과 공정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용역을 추진한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사전기획용역에 참여한 업체가 같은 학교의 설계에 참여 가능하다는 내용을 이미 밝힌 적이 있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삼양초등학교 등 3개 학교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전기획용역’을 진행하면서 “본 입찰의 최종낙찰자로 선정되어 사전기획을 수행한 업체가 향후 동일한 학교의 설계 또는 공사에 참여하고자 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른 입찰 참가자격을 갖춰 참여 가능하다”고 제안을 한 상태였다.

사전기획용역에 참여한 A건축사사무소는 제주시교육지원청의 제안에 따라 이번 공모에 참여했으나, 댓글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A건축사사무소 대표는 “9번째 발표를 했다. 제가 발표를 한 직후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적인 조치도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모 직후 설계 참여자가 발표되지만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아직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교육지원청 담당 주무관은 “심사는 블라인드이기에 심사위원들은 발표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 중에 핸드폰도 보지 않았다”면서 “심사위원들은 심사가 다 끝나서야 댓글을 인지했다. 댓글은 심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형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