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울창했던 제주 곶자왈, 부러지고 꺾이고 ... 점차 쇠퇴되나?
울창했던 제주 곶자왈, 부러지고 꺾이고 ... 점차 쇠퇴되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3.17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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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숲 전체적으로 쇠퇴된 모습
올레꾼 등 "백서향 등에도 악영향 생길 수도" 우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다양한 요인이 영향 가능성"
"좀 더 장기적인 모니터링 필요 ... 곧 회복될 수도"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울창해야할 곶자왈이 시들어가고 있다. 백서향 군락지로도 알려진 저지곶자왈의 일부 지점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나무들이 부러지고 가지가 꺾이면서 앙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제주>이 지난 13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역을 확인한 결과 울창해야할 곶자왈의 나무들이 상당부분 부러지거나 꺾여 메마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부러진 나뭇가지들은 대부분 곶자왈 바닥에 흩어져 있었으며 일부 나무는 인위적으로 잘린 흔적들도 있었다. 울창해야할 곶자왈에 부러진 나뭇가지와 군데군데 부러지지 않고 남은 나무들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최근 시기는 저지곶자왈에서 백서향이 피어나는 시기이기도 해서 꽃이 피어난 나무들도 있었지만, 그 수도 많지 않았다. 다만 백서향은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개체수가 점차 많아졌다.

백서향은 제주자생 식물로 저지곶자왈이 주요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키가 작은 나무에서 3~4월 하얀색 꽃을 피워내며 상록활엽수림 또는 침엽수가 혼재하는 숲의 가장자리에서 주로 자라난다. 꽃이 피면 그 향이 만리까지 퍼진다고 하여 '만리향'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해당 지역은 제주올레 14-1코스가 지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올레길을 걷던 올레꾼들도 울창함이 줄어든 곶자왈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올레꾼 A씨는 “백서향이 피어나는 시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지곶자왈을 찾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이곳을 찾았을 때는 숲이 풍성해 보이고 생태계가 잘 어우러져 있는 듯한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나무들이 많이 부러지고 숲도 울창한 느낌이 사라졌다. 올해도 백서향을 보러 왔는데, 숲이 이렇게 변해가니 백서향 역시 위협을 받게 될 듯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지난해 이곳을 찾았을 때는 백서향이 곶자왈 그늘 속에서 양치식물들과 함께 있었는데, 올해는 나무들이 부러지면서 그늘이 사라지고 양치식물도 많이 없어진 듯 하다”며 “이런 점이 백서향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들고,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말이나 소가 숲 안으로 더욱 깊게 들어와 백서향을 뜯어먹는 등의 훼손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전했다.

해당 지점의 차이는 위성사진에서도 확연하게 들어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에 해당 지점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는 숲이 상당히 울창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위성사진에서는 숲이 쇠퇴한 모습이 나타난다. 올해는 이전 위성사진에서 나타나는 쇠퇴 정도가 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저지곶자왈을 촬영한 위성사진(위)과 2020년 같은 지점을 촬영한 위성사진(아래). 숲의 울창함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지도 갈무리.
2017년 저지곶자왈을 촬영한 위성사진(위)과 2020년 같은 지점을 촬영한 위성사진(아래). 숲의 울창함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카카오지도 갈무리.

해당 지점의 인근에는 산림청 산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관리하는 시험림도 있어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계자들 역시 지난 13일 현장을 확인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계자들은 우선 인위적인 훼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연구소 측은 “가지들이 부러진 흔적들을 봤을 때는 인위적인 훼손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다”며 “훼손을 시켜서 식생이 파괴된다면 문제의 소지가 크지만, 그보다는 자연적으로 부러지거나 꺾인 흔적들이 더욱 많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측은 이와 같이 말하면서도 나무가 부러지거나 꺾인 수준이 상당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요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주면서 숲의 쇠퇴시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연구소 측은 “아직까지는 숲이 망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사람들이 자주 통행하고 말이나 소 등도 다니다보면 숲에 공간이 생기고, 공간을 통해 바람이 더 많이 불어오면서 숲의 습도가 변하고 주변 나무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방목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게 되면 키가 작은 관목들이나 풀들이 점차 없어지게 되고, 이 경우 역시 다른 나무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자연적으로 숲이 도태될 수도 있다. 작은 부분들에서도 생태적인 요인은 분명히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숲이 자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도 있고, 몇 개월 후나 내후년에는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 지점. 상당히 많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나무들도 꺾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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