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제주에 매년 수십마리 밀려오는 상괭이, 폐사원인 규명되나?
제주에 매년 수십마리 밀려오는 상괭이, 폐사원인 규명되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3.09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양환경공단, 상괭이 폐사원인 분석 위한 공고 올려
안강망 어업 의한 혼획 지적 ... 정확한 원인은 파악안돼
제주해양경찰서 관계자가 2020년 11월28일 제주시 김녕항 해녀탈의장 동쪽 해안에서 발견된 수컷 상괭이 사체를 조사하고 있다./사진=제주해양경찰서.
제주해양경찰서 관계자가 2020년 11월28일 제주시 김녕항 해녀탈의장 동쪽 해안에서 발견된 수컷 상괭이 사체를 조사하고 있다./사진=제주해양경찰서.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권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멸종위기종인 ‘상괭이’에 대한 폐사 원인 분석이 이뤄진다. 현재까지 학계 및 민간에서는 상괭이의 주된 폐사 원인을 안강망 어선에 의한 혼획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번 원인분석을 통해 보다 정확한 폐사 원인이 제시될지 이목이 쏠린다.

해양환경공단은 지난 8일 제주권역에서의 해양포유류 폐사원인 분석에 나설 기관을 찾기 위한 공고를 올리고 본격적인 폐사원인 분석에 나섰다.

특히 이번 분석과정을 통해 들여다보게 되는 해양포유류는 ‘상괭이’다.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로 인도양과 태평양, 페르시아만 연안의 넓은 지역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 부근에서 발견된다.

상괭이는 전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다. 아울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서도 상괭이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유통 및 판매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매년 상당한 규모의 상괭이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다. 제주 연안에도 매년 수십마리의 상괭이가 숨을 거둔 채로 떠밀려 온다. 특히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이후 발견되는 상괭이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제주대 해양과학과 김병엽 교수에 따르면 2016년 제주에서 발견된 상괭이는 30마리였다. 이후 꾸준히 늘어나 2019년에는 43마리가 발견됐고, 2020년에는 55마리, 2021년에는 45마리가 발견됐다. 지난해에는 40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최근 몇 년간 발견되는 상괭이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보호종 지정에 따라 거래가 금지되면서 혼획 이후 버려진 개체가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전했다.

학계 등에 따르면 특히 안강망 어업을 하는 어선에 의한 혼획이 상괭이의 주된 폐사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강망 어업은 자루 모양의 그물을 조류가 빠른 해역에 닻 등으로 고정시키고, 조류에 의해 그물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 등을 잡는 것을 말한다.

상괭이 등 역시 조류에 밀려 이 안강망 그물에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 따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 안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질식해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상괭이는 안강망 어구를 이용한 조업과정에서 혼획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혼획돼 사망할 경우 사체에 특별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때문에 혼획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상괭이들의 탈출 루트가 부착된 안강망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어민들 사이에서는 어획량 감소를 우려해 이를 사용하는 것을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은 역시 이와 같은 상괭이의 폐사에 대해 “혼획에 의한 사망이 높은 수준”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다만 “혼획 및 좌초된 폐사체 발견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부검을 통한 폐사원인 규명은 극히 일부분만 이뤄지고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매립돼 처리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 올해부터 ‘미국 해양포유류보호법 시행’에 따라 상괭이 혼획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어업이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기 시작했다. 미국은 해당 법에 따라 올해부터 해양포유류의 사망 및 부상을 유발하는 어업에서 생산한 수산물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각 수출국의 해양포유류 혼획방지 대책 등 적합성을 인증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상괭이 포획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우리나라 어업도 미국 수출에서 타격을 받게 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동물복지 및 종보전에 대한 이슈가 증가함에 따라 해양환경공단에서 샹괭이의 보다 정확한 폐사원인을 규명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 폐사원인 분석에 나서게 됐다.

해양환경공단은 이번 분석을 통해 모두 14마리 이상의 개체 부검에 나서고, 조직 및 병리검사 등을 병행헤 폐사원인 및 위협요인 분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부검사진 및 동영상 촬영 등을 통해 충분한 자료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번 분석 과정을 통해 해양포유류 생태전문가도 양성한다. 부검 과정에 관련 대학생 및 수의사, 생태연구가 등이 참여해 해양포유류 생태에 대한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