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7:49 (목)
낮아진 환경부 기준 ... 제주 제2공항 '반려' 사유, 이번엔 '조건'?
낮아진 환경부 기준 ... 제주 제2공항 '반려' 사유, 이번엔 '조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3.06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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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3년 전 "조류 보호 방안 미흡" 이유로 반려
이번엔 "조류 보호 방안 마련하라"며 통과시켜줘
숨골도 "오염 저감방안 마련하라" ... 비판 자초하나?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국토교통부가 제추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 입장을 보였다.  3년 전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서는 ‘반려’입장을 보인 환경부가 이번에는 통과를 시켜줬다.

하지만 협의내용 검토 결과 3년 전 ‘반려’의 사유로 제시됐던 내용들이 이번에 ‘이행 조건’으로 제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보전방안 마련이 안됐으니 통과 못시켜준다”던 환경부가 이제는 “통과시는 시켜줄테니 보전방안은 추후에 마련하라”며 통과 문턱이 낮아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한 검토 결과 ‘조건부 동의’ 입장을 보였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과 관련된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과정 중의 절차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행정기관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환경부와 환경적인 측면에서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환경부의 이번 조건부 동의에 따라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개발 기본계획의 나머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제주도와의 협의 과정을 거친 후 기본계획 수립 내용을 고시하게 되고, 14일 동안 주민의견을 받은 후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단계에 접어든다.

환경부는 이번에 동의를 하면서 먼저 사업지와 그 주변이 조류 증 법정보호종의 중요 서식지임을 고려해 항공 안전과 자연·생활환경 보전이 조화될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공 안전대책과 사업지의 환경적 특성에 따른 서식지 보전방안이 서로 상충되지 않도록 세밀한 영향 예측과 그에 따른 저감 방안이 강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내걸였다.

아울러 법정보호종의 보호와 숨골 및 지하수 영향, 항공소음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의 규모, 토지이용계획, 활주로 위치 등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최적의 대안을 향후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할 것과 다양한 이슈를 면밀히 검토해 공항개발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같은 내용이 환경부가 제시한 대략적인 ‘조건’이다. 여기에서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갈 경우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 검토가 3년 전 기준에 비해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년 전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반려’하면서 제시했던 반려 사유로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하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본안이 통과되면서 이 미흡점이 해소됐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사업지 및 인근지역에서의 현지조사 결과 모두 28종의 법정보호종이 확인됐다. 그 중에는 저어새와 큰기러기 등 다수의 국제보호종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이번 검토 결과, 앞으로 이와 같은 법정보호조종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해야하고, 조류 서식 현황과 이동 특성 등을 분석해야 한다는 점과 계절별 서식 현황을 조사할 것, 조류 서식지 훼손 및 개별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 그 외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조류 충돌 위험관리 계획’을 사전에 수립할 것 등을 세부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사업 시행에 따른 법정보호종에 대한 영향 예측 및 평가 등을 통해 포획·이주, 대체서식시 조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저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즉 보호방안을 검토하라는 주문이다. 3년 전에는 이 이유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됐지만, 이번에는 “앞으로 잘하라”라는 식의 조건만 달고 넘어간 모양새다. 

숨골과 관련된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3년 전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숨골에 대한 보전가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국토부는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마련하면서 사업지 및 그 주변 300m 내에서 숨골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모두 153곳의 숨골을 조사했고, 그 중 모두 21곳의 숨골에 대해 평가 점수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오염 물질이 숨골로 유입되지 않도록 오염방지시설을 설치는 것과 공사로 인한 영향이 예측되는만큼 적절한 기능 보완 대책을 적용하겠다는 저감 방안을 내놨다. 대략적인 보전 방안만 제시된 모양세다.

환경부도 이를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동의 조건으로 ‘우수 숨골에 대한 구체적인 보전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숨골을 통한 비점오염원의 지하수 유입에 따른 영향 및 저감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즉 숨골의 보전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 부문에서도 3년 전 반려사유가 “앞으로 잘하라”는 식의 조건으로 낮아졌다.

이처럼 3년 전의 ‘반려’ 사유들이 이번에는 ‘조건’으로 낮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일에 앞장서야할 환경부의 기준이 낮아졌다”는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동의가 이뤄지면서 이미 이와 관련해 “환경부가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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